양성평등센터가 17일(목) 오후5시~7시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여성인권영화제’를 개최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샬롬 챠스노프 감독의 ‘모퉁이를 돌아서’와 국내 성매매경험당사자 조직인 ‘뭉치’가 제작한 ‘우리의 존재가 실천이다’가 상영됐다. 2편의 영화가 상영된 후 제작자와 관객과의 대화도 이뤄졌다.

양성평등센터 홍상희 연구원은 영화 상영에 앞서 “여성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 중, 성매매는 최근에서야 조명되기 시작했다”며 “여기에 맞서는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영화를 본 뒤, 우리 사회 속에 깊이 스며들어있는 성매매의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 상영된 ‘모퉁이를 돌아서’는 미국 시카고에서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의 증언으로 이뤄진 한 시간 분량의 영화다. 영화에 출연한 여성들은 대부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들이다. 그들을 성매매 현장으로 내몬 것은 빈곤과 폭력 뿐 아니라 교육이나 문화 등의 사회적 배제였다. 영화에는 성매매 현장에 존재하는 위험과 차별, 성구매자들에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제도적 불합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담겼다.

이어 ‘우리의 존재가 실천이다’가 상영됐다. 이 영화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제작을 지원받아 국내 성매매경험 당사자 조직인 ‘뭉치’에서 직접 제작·상영한 작품으로,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성매매 경험여성들은 자기고백을 통해 오히려 상처를 치유 받고, 거리 캠페인 등을 통해 세상 속으로 들어가려 노력한다. ‘뭉치’는 ‘뭉쳐서 안되는 게 어딨니’의 준말로 2006년 결성됐다. 현재 전국 7개 지역의 자조모임 회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상담과 인권지원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30분간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대구여성인권센터의 신박진영씨가 사회를 본 관객과의 대화에는 ‘우리의 존재가 실천이다’의 감독이자 ‘뭉치’의 활동가 2명이 참여했다. 한 관객이 영화 속 성매매경험 여성들의 얼굴에 애니메이션 처리를 한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ㄱ씨는 “아직 성매매경험 여성들에게 편견과 오해가 있는 사회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영상을 제작해 상영함으로서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영등포집결지에 모인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권 시위와 포항 성매매여성들의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올5월 서울 영등포구의 성매매 집결지에서는 ‘성매매 단속을 중단하라’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작년 한해 포항에서만 성매매여성 8명이 자살했다. 뭉치 활동가 ㄴ씨는 “두 상황 모두 성매매 여성들이 놓인 잔혹한 현실”이라며 “그 둘 중 누구의 행동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현실을 우리도 경험했기 때문에 더 가슴 아팠다”고 대답했다.

영화제에 참여한 고은희(보건관리·11)씨는 “영화제를 통해 성폭력이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착취와 억압의 구조로 재조명돼야 함을 배웠다”며 “앞으로 이런 의미 있는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보민 기자 star_yuka@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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