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단대 한 선본만 등록하거나 후보자 없어…선거에 대한 관심 하락 등 우려

  23일(수)~24일(목) 진행되는 12개 단과대학(단대) 선거에 단일선본이 출마하거나 한 선본도 출마하지 않은 곳이 있어 학생 자치활동이 운영되는 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자가 2007년부터 보도된 본지 기사를 조사한 결과 5년 동안 후보가 등록되지 않은 단대가 3개나 있었던 선거는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선거를 진행하는 12개 단대 중 자연과학대학(자연대), 공과대학(공대) 등 8개 단대 에 단일선본이 출마했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 법과대학(법대), 스크랜튼대학(스크랜튼대) 국제학부 3개 단대에는 후보로 등록한 학생이 없었다. 스크랜튼대는 단대선거를 학부별로 시행한다.

  후보자가 등록되지 않은 단대 소속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할 창구가 없다고 우려했다. 조예대 ㄱ씨는 “단대 학생회가 없을 경우 야작금지 반대, 실습 공간 확보 등 강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구사항이 표출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법대 송선아 공동대표는 “문화 행사와 달리 법학 과목 개설 수요조사‧요구 같은 중대한 사항은 학생회가 있어야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안 그래도 로스쿨이 설립되면서 법대생들의 권리가 적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밝혔다.

  조예대, 법대, 스크랜튼대 국제학부 학생회는 후보자 등록날짜를 연기하고 행정실과 협의를 하며 문제점 해결에 나서고 있다. 스크랜튼대 국제학부는 원래 11일(금)까지던 후보자 등록 마감일을 13일(일)로 미뤘다. 스크랜튼대 국제학부 학생회는 당장 새터 준비를 해야 할 학생회가 없을 것을 대비해 단대 행정실, 학장과 대안을 모색 중이다. 국제학부는 신입생 중 1,2학기 수시합격생이 많아 다른 단대보다 신입생이 빨리 충원돼 새터가 가장 중요한 학생회 행사다. 법대 송 대표는 “교환학생, 어학연수 등으로 외국에 나간 학생들이 복학할 3월에 다시 후보를 받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단일 선본이 출마하면 선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범대학(사범대) 이정연 선거관리위원장(선관위원장)은 “단일선본이 나오면 경쟁이 없기 때문에 열띤 선거 분위기를 조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문대 최현숙 선관위원장은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내가 투표를 안 해도 어차피 당선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는 학생들은 선거에 무관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본이 하나이거나 아예 등록되지 않은 상황은 4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기자가 2007년부터 보도된 본지 기사를 조사한 결과 단일선본이 출마한 단대는 매해 전체 단대수의 50%를 넘었다. 작년에는 13개 단대 선거 중 과반수가 훌쩍 넘는 10개 단대에 한 선본만 등록했다. 특히 공대는 2007년부터, 건강과학대학과 스크랜튼대에는 2008년부터 계속 단일화 된 선본이 등록했다.

  2007년 사범대 학생회는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없어 1년 동안 집행부 없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된바 있다. 그해 사범대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수학교육과 ㄷ씨는 “비상대책위원회 입장으로 총학생회에 단대 권리를 주장한터라 정당성이 약했다”며 “다른 단대와 동등한 위치에서 목소리를 전혀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과 일에만 빠삭하던 4~5명의 과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돌아가며 맡아 위원회를 운영했다”며 “위원장들이 단대 일에 책임감을 가지기가 매우 어려워 진행된 사업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요인으로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 그 해 학생들의 성향 등을 꼽았다. 김현경(도예·08)씨는 “조예대는 많은 실습과 과제로 바쁜 학생들이 있어 학생자치에 관심 있어도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크랜튼대 국제학부 ㄹ씨는 “10학번 학생들 중에 학내활동보다 대외활동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많았다”며 “그 분위기가 무후보인 이번 상황을 야기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타대에서도 한 선본만 출마하거나 후보자가 없는 단대선거의 모습이 나타났다. 고려대 사범대는 4년 째 단대 대표를 선출하지 못했다. 2008년 학생회가 마지막이었다. 고려대 사범대 비상대책위원회 신강산 위원장은 “08년부터 안건이 있을 때만 학과 대표가 임시적으로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토론함으로써 사범대 문제를 해결해왔다”며 “임시 조직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에 전달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조민지(수교·09)씨는 “공간 확충, 사물함 개설 등 학생복지에 중대한 사항은 위원회가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학교 측과 협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입학한 이래로 소속 단대의 선거에 계속 단일선본이 출마했다는 성균관대 권승연(경영·09)씨는 “투표하는 학생들이 더 적어져 단일선본이 당선되더라도 대표로서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채린 기자 chearinlee@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