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Cool) 권하는 사회
쿨(Cool) 권하는 사회
  • 변주연 문화학술2부 차장
  • 승인 2011.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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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Cool, I'm Sorry~ 쿨하지 못해 미안해~”

UV의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쿨못미)’는 필자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연인과 헤어지고 상대방을 ‘쿨하게’ 잊은 그녀와 달리 그는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드럽게’ 달라붙는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그녀와 그녀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끊임없이 ‘파도’탄다. 쿨못미는 이런 그의 모습을 ‘찌질하게’ 묘사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 노래의 가장 큰 매력은 지나치게 ‘쿨한 것’만 찾아대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모습을 코믹하게 비꼬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쿨병’이 전염병처럼 퍼지면서 ‘쿨하지 못한 것 = 부끄러운 것’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생겼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설문 결과가 있다. 2009년 한 결혼 정보회사가 미혼남녀 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42.9%, 여성의 70.4%가 헤어진 연인의 메일과 메신저에 접속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옛 연인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 중 92.3%는 ‘방문은 하지만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답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쿨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쿨하다’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영어로 ‘Cool’은 시원하다, 차갑다 혹은 멋지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쿨은 조금 다르다. 노래 쿨못미에서 알 수 있듯 이별할 때에는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는 무책임한 ‘아니면 말고’식의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잔뜩 쌓여있을 때 맡은 바를 다 책임지지 않고 ‘너무 많아 못하겠네요, 안녕히 계세요’라는 한마디 말만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나는 일을 보고 ‘쿨하네’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쿨’이 이런 식으로만 계속 사용됐더라도 더 나았을 텐데, 거기에 ‘멋있다’라는 뜻이 첨가됐다. 그래서 ‘쿨함 = 무책임함 = 멋있음’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생각이 만연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쏟아내는 핫(Hot)한 사람들을 쿨하지 못한, 미련하고 바보 같은 사람들로 여기게 됐다.

 사실, 누군가가 앞 뒤 재지 않고 열정을 쏟아내는 모습은 쿨한 것 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스타K3 우승에 도전하는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씨가 그 예다. 임씨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위와 십이지장 절제 수술 받았다. 세 달 넘게 방송을 이어오는 동안 암세포가 장기로 전이돼 모든 장기가 활동을 멈췄다는 소식도 추가로 전해졌다.

 그는 매주 월요일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고, 금요일 생방송 무대에 오르기 전 병원에 들른 후 무대에 오르는 생활을 6주째 이어가고 있다. 생방송이 건강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무대가 좋다’는 마음 하나로 꿋꿋이 생방송 무대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임씨는 계속되는 생방송 때문에 체력에 무리가 와 생방송 서바이벌 시작 전 61kg이던 몸무게가 한 달 반 만에 54kg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임씨가 위암 투병 중 숨진 영화배우 장진영의 유작 ‘청연’의 OST ‘서쪽하늘’을 애절하게 불렀을 때도,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를 춤과 섞어 신나는 뮤지컬 형식으로 표현해냈을 때도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시청자와 관객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무대의 완성도 역시 뛰어났지만, 이날 필자가 느낀 감동은 분명 완성도 높은 노래에서 느끼는 그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임씨의 노래를 향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 조금이나마 느껴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임씨가 차갑게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가 녹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임씨를 통해 ‘쿨내 진동’ 하는 우리사회에 ‘핫한 = 열정적인, 아름다운’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전파되길 바란다. 사랑을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공부를 할 때에도 최선을 다하는 정열적인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 그런 사회가 진정으로 ‘쿨’한, 멋진 사회가 아닐까?

이 글을 마무리하며 울랄라세션이 특유의 안무를 곁들여 외치는 구호를 전하고 싶다.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어떻게? 긍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