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사석에서 “이대 계집애를 싫어한다”고 말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호 ‘총학생회, 홍준표 대표에게 ‘이대 계집애’ 공식 사과 요구’ 기사에 따르면 홍 대표는 9일(수) 당 의원총회에서 “막말을 하게 된 것에 거듭 사과 드린다”고 말했지만 본교 총학생회는 본교생에게 직접 사과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들은 비공식적 사과를 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막말 정치인’으로는 10일(목)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강용석 의원이 대표적이다. 강 의원은 작년 7월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냐”는 발언을 했다. 이에 한국아나운서연합회에서 강 의원을 고소하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강 의원은 입을 열지 않다가 4개월 뒤 사과했다. 강재섭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낙지 발언’으로 유명하다.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소설 속 주인공의 성(性) 생활에 “오늘은 할까, 내일은 할까 봐도 절대 안 하더라”며 “너무 안하면 흐물흐물 낙지 같아진다”고 발언했다. 강 전 대표는 며칠 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변인을 통해 사과했다.

한편 미국 정치가의 말실수에 대한 대처 방식은 우리나라 정치가와 사뭇 다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저명한 흑인 학자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 하버드대 교수가 자택 문을 열려다 백인 경찰관에 체포됐던 사건에 대해 “경찰관이 어리석게 행동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인종갈등 파문으로 확산되자 즉각 사과했다. 그는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직접 등장해 “내가 택한 단어가 케임브리지 경찰과 크롤리 경사를 부정적으로 만들었다”며 사과했다. 작년 3월에는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건강보험개혁법안 서명식 때 “정말 x같이 잘된 일”이라고 속삭인 말이 마이크를 통해 방송됐다. 한 고교생이 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내 단어 선택의 부적절성을 비판하자 부통령은 곧장 사과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답장했다.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말이 있다. 입은 화의 근원이라는 뜻으로 입조심,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국민의 대표로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혹여 실수를 했다면 미국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곧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실수를 계기로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인들이 홍준표 대표의 ‘이대 계집애’ 발언 사건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말실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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