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로 자립한 홍삼용씨

“기억에 남는 이화여대 학생이요? 너무 많아 손에 꼽을 수도 없죠. 100명이 넘는 학생들의 롤링페이퍼를 전달 받았을 때는 어찌나 눈물이 나려고 하던지…….”

작년 8월부터 매일 오전11시~오후6시 본교 정문 앞에서 <빅이슈(Big Issue)>를 판매해온 판매원 홍삼용(66)씨가 약1년4개월만에 자립에 성공했다. <빅이슈>는 노숙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영국에서 창간된 대중문화잡지로 한국판은 작년 7월 창간됐다. 그는 올해 12월 본교 정문 앞을 떠나 내년 1월부터 식자재 운반업을 새롭게 시작한다. 1일(화) 오후4시 특유의 함박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빅이슈> 판매에 한창인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손님이 오면 바로 판매대로 달려가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잡지를 건넸다.

홍씨는 12월 <빅이슈> 판매를 중단하고 약1개월간 시장조사를 한 뒤 식자재 운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을 안 한지 13년이 흘렀어요. 제가 슈퍼마켓을 운영할 때만 해도 영수증은 손으로 작성했었죠. 지금은 영수증 하나를 끊으려 해도 컴퓨터를 다룰 수 있어야 하잖아요. 우선 한 달 정도 시장조사를 하고 식당에 음식 재료를 납품하는 식자재 운반업을 시작하려고요.”

홍씨가 본교 정문 앞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동안 그의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었다.

매일 저녁식사를 제공해 준 수라식당 홍지연 사장, 판매대와 파라솔을 빌려준 한아름 꽃집 사장, <빅이슈>와 홍씨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준 이화여대 학생들이 그들이다.

수라식당 홍 사장은 2월말부터 홍삼용씨에게 저녁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약3개월 동안 홍삼액을 전달했다. 홍씨가 잡지책으로 가득 찬 가방을 두고 다닐 수 있도록 식당 내에 장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2월 초 KBS의 ‘감성다큐 미지수’를 보고 홍씨에 대해 알게 된 홍 사장은 ‘식사는 어떻게 하고 계실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한다. 홍 사장은 약20일 동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홍씨를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했다.

“제가 저녁 식사 대접을 못 받겠다고 하니까 사장님이 저희 사무실에 전화를 했더라고요. 결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이 저를 찾아와 수라식당까지 데리고 갔죠. 돈은 내야할 것 같아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밥값의 반만 냈던 기억이 나네요.”

홍 사장은 “크게 도와드린 것 없다”며 “아저씨가 특히 겨울에 추워서 힘들어 하시는데 자립하셔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아름 꽃집에서는 홍씨가 햇빛과 비를 피해 잡지를 수월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대와 파라솔을 제공했다.

10월에는 김우선(사회과학부·11)씨 등 4명의 학생들이 본교 커뮤니티 이화이언(www.ewhaian.com)을 통해 약120명의 학생들이 홍씨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를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김씨는 “커뮤니티에서 판매원님께 편지를 전달했다는 학생의 글을 읽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롤링페이퍼를 받은 판매원님께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약2개월 후에는 정문 앞을 떠나는 홍씨. 그는 ‘사업왕이 돼 이화여대를 다시 찾을 것’이라며 1년4개월 동안 정든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다시 찾아 올 것입니다. 수라식당 사장님과 마음이 맞으면 수라식당 1~2천원 할인 카드를 만들어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과 함께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이채강 기자 lck0728@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