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서열 중심의 교육 반대하는 학생들 모이다

“우리는 오늘 대학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배움을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이 아닌 다른 삶의 길을 찾아보려는 것입니다.”

1일(화)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젊은이 약10명이 모였다. ‘대학입시 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투명가방끈 모임)’에 참여한 청년들이다. 투명가방끈 모임은 9월3일 다섯 명의 고3 학생들이 제안해 발족됐다. 1일(화) 현재까지 30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 입시를 앞둔 93년생뿐만 아니라 이미 대학 입시를 거부했거나 중도에 자퇴한 20대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투명가방끈 모임은 ‘가방끈이 길고 짧음’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학벌주의의 폭력을 거부하겠다는 의미에서 탄생됐다. 이들은 경쟁·서열 중심의 교육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 대입 거부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나는 OO 대학을 거부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대학을 거부한다. 우리는 낙오자가 아닌 거부자’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학중심주의 사회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으면 인생이 무너질 거라고들 하고,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고 재촉을 받습니다. 그래도 대학에 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고, 있는지 없는지 헷갈려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번 선언에는 10월13일 서울대에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한 유윤종씨 등 대학을 그만두거나 대학에 가지 않은 30명이 참여했다.

9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대학을 그만 둔 김서린씨는 대학교육의 취업학원화를 지적했다. 그는 “입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성적에 따라 대학에 왔고, 수강신청을 하지만 나의 진정한 자유는 점점 줄어들었다”며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졸업장을 얻기 위해 학점을 관리하는 곳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에 가는 것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투명가방끈 모임은 ▲대학을 강요받지 않는 사회 ▲학벌·학력에 차별받지 않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사회 ▲다양한 가능성이 꽃 피울 수 있는 교육 ▲대학이 아닌 곳에서도 교양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교육 등의 내용이 담긴 8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앞서 이들은 10월3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 ‘걷고 싶은 거리’에서 학력과 교육의 악령을 막겠다는 의미로 ‘입시좀비 스팩좀비 할로윈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줄세우기 무한경쟁교육반대 ▲권위적인 주입식 교육 반대 ▲학생 인권 보장 ▲교육 목표 입시 반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예산 확보 ▲대학에 대한 편견 제거 ▲학벌 차별 반대 ▲안정적인 사회보장 등 8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투명가방끈 모임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cafe.daum.net/wrongedu1)를 개설해 대학거부 선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이들은 1일(화)~10일(목)까지 청계광장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투명가방끈 모임에서 활동하는 따이루(가명)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0일(목)에는 ‘19살(고3) 대학입시 거부선언’이, 12일(토)에는 ‘경쟁과 학벌만을 강요하는 교육과 사회를 바꾸는 거리행동’도 진행된다”고 말했다.

 


한보민 기자 star_yuka@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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