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혜(기독․11년졸)  트럼프 코리아

이화의 가을동산을 뒤로하고 필자는 트럼프 코리아(TRUMPF Korea)에서 2011년 5월부터 정식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트럼프는 레이저 생산 기술 부문의 세계적인 선도기업으로 평가 받는 그룹이다. 판금 가공용 머신 툴과 파워 툴, 소재 가공용 레이저 시스템, 반도체 및 FPD가곡용 일렉트로닉스, 의료시스템 분야에 걸쳐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그룹으로 성장하는 트럼프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다. 약 85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트럼프는 전세계 26국에 분포된 지사와 10개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997년 한국지사를 설립하였다. 한국트럼프는 독일 본사에서 개발한 제품을 한국시장에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으며, 필자는 한국트럼프의 전시기획과 PR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트럼프에서는 레이저 기계의 홍보를 위해, 판금 시장을 대상으로 매년 전시를 연다. 매년 두 번의 큰 전시와, 사내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필자는 이러한 전시의 기획과 홍보를 담당한다. 트럼프의 신제품 출시와 맞추어 독일 본사와 한국지사의 홍보전략 회의를 열고 언론 및 매체를 초청하여 신제품을 홍보하기도 한다.

필자가 한국트럼프에서 일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로 인해서였다. 지난 9월 학교 포털 사이트에서 트럼프 인턴 공고문이 올라왔다. 본교 출신 선배가 올린 글이었다. 트럼프에 인턴으로 지원해서 합격한 뒤 일하기로 약속한 기간은 6개월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의 제안으로 5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영업부에서 신입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트럼프는 큰 기업이지만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필자도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회사였다. 정식 채용 기회가 있었다 하더라도 인지도가 거의 없는 회사에 덜컥 지원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턴 경험을 통해 이곳의 기업 문화와 업무 성격이 내가 원하던 조건과 잘 맞고 연봉 등 근무 조건이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턴 경험을 통해 트럼프 문화에 적응하고, 정직원으로 채용된 것이 무턱대고 대기업만 지원하는 것보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세계 곳곳에 지사를 두고 있으므로 글로벌 마인드를 지향한다. 필자는 중국에서의 이민생활로 인해 영어보다 중국어에 능통하지만, 유럽권 외국계 회사인 트럼프 채용에 있어서도 영어 실력이 아니라 얼마나 긍적적으로 외국인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가를 크게 평가 받아 취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한국 기업에 입사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트럼프는 국내 기업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인 것 같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편하게 출퇴근 할 만큼 복장도 자유롭다. 한국기업과 가장 다른 점은 회식문화다.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사풍이 있어 저녁 회식을 강요받은 적이 없다. 회식은 보통 점심시간동안 한시간 반 정도를 할애해 이뤄진다. 술자리를 강요하는 문화도 없다.

출산 시 재택근무 제도도 활성화 되어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노트북을 이용해 본사 컴퓨터와 호환하도록 설치하여 지급한다. 작업한 결과물을 바로 본사로 출력, 전송 할 수 있는 원격시스템을 구축하여 최적의 근무상태를 제공해준다. 재택 근무시 연봉 등 대우 역시 동일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은 자격증을 보유했다는 알량한 자신감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얻은 경험 속 지혜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행사를 기획, 진행하는 경험을 많이 하였다. 업계에 와서 일해보니 이런 경험들을 거울삼아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되겠지’하며 해결 방안을 찾게 된다. 취업을 준비할 때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스펙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포장하기 위해 쪼잔한 머리를 굴릴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뻔한 이야기 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업에 들어와 보니 그 말이 옳았음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또한 대학생활의 인맥이 역시나 자산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대외활동을 통해 알고 지내던 선배들, 친구들이 이젠 직장생활의 파트너가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도우며 일하고 있다. 전시기획을 할 때, 여러 변수가 있어서 힘들 때 마다 전시기획 사무실에서 일하는 선배언니에게 조언을 구하고, 언론 홍보를 위해 기사를 작성할 때면 언론 매체에서 일하는 친구를 통해 다양한 도움을 얻는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듯이 사회생활이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음을 느낀다. 취업준비를 할 때는 입사만 하면 뭐든 잘 풀리고, 회사에서 뛰어난 인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어 오너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기회도 자주 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깨지면서 배운다. 오늘의 경험을 내일의 발판 삼으며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직장생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은 뒤 독일 본사 마케팅팀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일해보고 싶다. 직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영어와 독일어를 공부해 독일 지사의 마케팅팀을 이끄는 것이 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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