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가에서는 ‘9.29 거리수업’, ‘반값포차’ 등 축제와 같은 이색 시위가 열려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1980년대~1990년대에 점거농성 단식투쟁으로 대표되던 대학생 시위가 2000년대 들어 시위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1980년~1990년대 대학생 시위의 주제는 민주주의라는 이념적 가치와 노동권 확립 등에 집중됐다. 대학생 시위는 점거농성, 단식투쟁 및 화염병, 돌을 사용한 방식으로 일어났다. 80년대 고려대에 재학 중이던 이재기(52․서울시 서초구)씨는 대학시절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시위 도중 전경들의 최루탄과 곤봉으로 인해 피해 입은 학생들이 생기면 너도나도 땅에 떨어진 돌과 준비한 화염병을 던지곤 했다”고 말했다.

탈춤과 풍물, 마당놀이 등 1980년대 대학가를 풍미했던 ‘전통놀이’는 시위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됐다. 이화민주동우회 사무국장인 배외숙(정외․88년졸)씨는 “시위가 시작되기 전 풍물패가 교문에서 징, 꽹과리를 울리며 경찰들과 학생들에게 시위의 시작을 알렸다”며 “풍물패는 시위 내내 분위기를 돋우기도 하는 등 시위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였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대학생들은 등록금, 대학 법인화 반대 등 대학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쟁점에 대해 비폭력적 방법으로 시위를 벌이는 추세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인 시위다. 국내에서의 1인 시위는 2000년에 참여연대가 삼성에 대한 과세를 촉구한 시위로부터 시작됐다.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집회 또는 시위는 2인 이상의 결합을 전제로 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1인 시위는 무력 충돌 없이 시위를 진행할 수 있는 대안일 뿐 아니라 집단이 아닌 개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일인시위」에 따르면, 그동안 시위는 집단적 의사표출의 한 방법으로 인식돼 왔지만 1인 시위가 등장하면서 시위 내용의 바뀌었다. 시위가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1인 시위는 인형 탈을 쓰거나 러브레터를 전달하는 등 창의적인 발상이 동원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노량진녀로 유명한 차영란(사생·09년졸)씨는 작년 9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를 상대로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사전예고제 도입 및 임용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차씨의 피켓에는 “이주호 장관님 데이트 신청♥ 러브레터를 받아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본지 1386호(2010년 11월1일) 기사 ‘사전예고제 약속 받아낸 ‘노량진녀’ 차영란씨’ 에서 차씨는 “1인 시위를 하면 제가 노량진녀로 이슈화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제가 시위하는 이유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시위에 문화와 예술이 결합한 시위문화가 창출되기도 했다. 공통된 목표를 위해 투쟁하던 ‘시위’가 함께 참여해 즐기는 ‘놀이’의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다. 올해 6월5일 서울 광화문 KT 본사 앞에는 약800권의 책들이 쌓였다. ‘책 읽는 시위’다. 약200명의 학생들이 책을 읽으면서 책 표면에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으로 목소리를 냈다. 올해 6월13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에서도 ‘공부시위’가 진행됐다. 학생들은 돗자리를 깔고 앉아 기말시험 공부를 하면서 등록금을 깎아 달라는 시위를 펼쳤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것을 주장하는 메시지를 담은 립덥(Lip-dup·‘립싱크’와 ‘더빙’의 합성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연기를 하는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물) 비디오 시위와 서울대 학생들의 ‘록페스티벌 시위’가 있었다.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생들은 6월17일~18일 인디밴드와 학내밴드를 초대해 콘서트를 열며 ‘서울대 법인화 반대’를 요구했다. 서울대 심미섭(철학․10)씨는 “음악과 함께 시위를 하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서울대 법인화 설립위원회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더 알리기 위해 시위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본교 총학생회에서는 반값장터, 반값주먹밥 행사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지영 부총학생회장 “1980년대~1990년대 딱딱한 분위기의 시위 문화를 기억하는 학생들은 시위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라며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위 문화의 변화 양상에 대해 「세너지(분리를 통한 미래경쟁력)」에서 정순원씨는 “2000년대 들어 시위문화는 인간의 ‘흥미’에 초점을 두고 있는 현대의 산업과 문화 때문에 변화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현대에는 시위가 무겁고 엄숙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자유로운 대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한다”며 “자유로운 분위기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해 의견을 주장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인 시위, 퍼포먼스 등으로 흘러가고 있는 시위 문화에 대해 ‘대학생들이 사회 참여의식이 부재한 현상’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재성 서울과학기술대 외래교수(기초교육학과)는 “과거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대학생들이 오늘날 사회의 안정된 틀 안에 포섭됐다”며 “대학생들이 사회에 대한 목소리는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맡기고 자신의 이익에 주목하는 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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