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연구원 4일 여성학 특강 ‘아버지의 탄생 : 한국 중산층의 가족주의의 형성과 현재’ 열려

 한국여성연구원이 개최한 여성학 특강 ‘아버지의 탄생 : 한국 중산층의 가족주의의 형성과 현재’가 4일(화) 오후2시~5시 한국여성연구원 1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특강은 학생들이 질문하고 강유가람(여성학 석사·06년졸)감독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이재경 교수(여성학과)가 사회를 맡았다.

 특강은 강유 감독이 연출한 자전적 다큐멘터리 ‘모래’를 상영하면서 시작됐다. ‘모래’는 재건축으로 집값이 폭등한 강남의 낡은 아파트 단지를 무대로 한다. 다큐멘터리에는 1970년대 중동 산업의 노동자면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아버지, 사교육에 열심인 어머니,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딸이 나온다. 다큐멘터리는 집값이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진 중산층의 환상을 보여준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70년대 한국 사회의 초고속 성장기를 겪은 아버지와 딸의 단절을 고백한다.

 강유 감독은 다큐멘터리 상영이 끝난 후 ‘모래’의 초기 기획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경험했던 세대의 가족이 형성되는 과정과 구성이 궁금했다”며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중동 지역에서 이주노동을 했던 한국 남성과 가족의 일면을 관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변경된 ‘모래’의 최종 기획 의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모든 분들을 담기에는 화면 구성상의 어려움이 있었다”며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한국 중산층 가정에 대해 다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한국 중산층 가정에서 나타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보통 어머니의 돈은 교육비로, 아버지의 돈은 가족의 부양비나 부동산 투자비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에 차이가 생긴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아버지들이 중심이 된 가정에서는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교육적 책임이 있다.

 또 강유 감독은 가족 중심적인 한국 사회의 복지체계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을 이루지 못한 삼촌의 장례식장이 조촐했음을 회상하며 가족만을 사회 구성의 기초 단위로 파악하는 한국 사회의 복지체계를 언급했다. 그는 “가족이 없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거나 최저 생계만 보장받을 수 있는 한국의 복지 체계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은 자식세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 부모세대와 생기는 문제에 대해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기대고 있다”며 “현실에 치여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캥거루족처럼 부모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집에서 발언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성공 신화를 믿는 기성세대와 그렇지 않은 자식세대간의 가치관 충돌에 대한 학생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한 학생은 “토건 국가적 패러다임을 신봉하는 기성세대와의 가치관충돌을 이해한다”며 “박정희 정권, 유신 등을 겪었던 부모님 세대의 가치관을 21세기에 활동하고 있는 내 가치관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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