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라. 자신의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아직 못 찾았다면 그런 일을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아라. 돈이 아니라 열정을 위해 일하라.

10월5일 타계한 애플의 창시자이자 IT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SNS에는 그를 추모하는 네티즌의 글들이 쇄도했고 그의 일생을 재조명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그가 내놓는 애플의 신제품들을, 사람들은 ‘혁신’을 넘어 ‘예술’이라 표현했다. 그 당시 그가 만들었던 컴퓨터는 너무 완벽을 추구한 나머지 사람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가격이 책정되었다고 한다. 그의 열정은 삶을 이끄는 엔진이었다. 그가 가진 열정은 그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열정이라는 키워드가 20대에게도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대기업의 면접관 앞에서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 춤을 추고 노래하며 ‘자신있습니다!’라고 크게 외칠 수 있어야 함은 기본이다. 인턴이 되면 나의 열정을 어필하기 위해 내가 가진 ‘열정’의 정도를 ‘성과’로 보여줘야 할 때도 있다. 사원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한 참여자는 안 되는 일은 되게 하라!는 신조 아래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 다니고 전화통을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박카스 광고에서는 발이 부르트도록 행진하는 모습이 20대 청년이 가진 열정의 상징이고, 해외 오지로 떠나 허허벌판에 집을 지을 때 이마를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열정의 상징이다.

혹자는 말한다. 열정은 착취의 언어라고. 기업은 청년의 열정을 마케팅의 요소로 가지고 들어왔다. 열정이라는 이름 하에 열악한 환경 속의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자신의 환경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열정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행동이므로. 하지만 기업의 열정 마케팅은 본질적인 열정의 모습은 아니다. 삶에 대한 열정이나 타인에 대한 열정과 거리가 멀다. 성취에 대한 끊임없는 채찍질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열정은 개인의 삶을 움직이는 동기 부여의 기능을 한다. 하지만 동기부여가 외적인 보상이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서 올 때, 우리의 열정은 변질된다. 외부에서 주입된 열정은 데이도록 뜨거운 청춘의 표현이 아니라 통제의 결과일 뿐이다. 그것은 남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것, 진정한 자아에서 멀어져 남들의 생각이라는 외부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것이 자아가 가진 삶의 방향성과 일치할 때 비로소 그 행동은 진실하게 열정적인 것이 된다. 자율적인 사람의 행동은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고, 흥미를 느낀 것에 열정을 바친다. 자율적인 사람은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행동한다. 행동 그 자체가 즐거워서 보상이 되는 것이 열정이다.
 금전적 보상이나 사회적 지위 때문에 아등바등 하는 것이 열정은 아니다. 오늘날 세상에는 스트레스가 넘쳐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갖가지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열정이 나에게 성취에 대한 압박을 주는 착취의 언어인지 내 삶을 이끄는 엔진인지를 구분하는 데는 내가 하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 보상이 되고 있는지를 살피면 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거창한 열정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기쁠 수 있는 열정이면 충분하다. 20세기 미국의 화가 로버트 헨리는 말했다. “그림 그리기의 목적은 그림을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혹시 그림이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부산물일 뿐이며, 그리기 과정이 유용하고 흥미롭고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진정한 예술 작업의 목적은 언제나 평범한 존재의 순간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존재하는 것, 그 순간에 이르는 데 있다.”

당신들에게 묻는다. 당신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열정’이라고 단숨에 답한 당신에게 또 묻는다. 당신이 가진 열정은 무엇에 대한 열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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