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일, 오늘도 달력에서 하루를 지운다. 친한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고 집과 학교만을 오가며 공부한지 약9개월째, 22일(토) 2012학년도 중등임용고시 1차 시험일이 12일 앞으로 다가왔다(10일(월) 기준). 대학 4년간 꿈꿔왔던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공부하고 있는 임용고시 준비생, 그들의 삶을 들어보기 위해 5일(수) 오전8시30분 사범대 ‘벗님네와’에서 임용고시 준비생 2명을 만났다.

사범대 ㄱ씨의 하루는 오전7시에 시작된다. 그는 매일 오전8시30분 교육관A동 임용고시실(고시실)에 도착한다. 학교에 도착한 그는 그날 공부해야 할 범위를 확인한다. 졸음을 쫓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몇 번이고 봤던 개론서들을 또 본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과 동기들과 임용고시 모의고사를 치르기도 한다.

“아침 일찍 학교에 오면 졸리니까 교육학 인터넷 강의를 먼저 들어요. 교육학, 전공 분야 등 봐야할 개론서도 한 두 권이 아니죠. 저는 이번에 시험을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책이 그나마 적은 편이에요. 재수, 삼수 하시는 분들은 개론서는 기본이고 각론서까지 각 과목별로 3~4권씩 봐요”

공부를 하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 ㄱ씨는 밥을 먹기 위해 생활협동조합 매장(생협)에 간다. 허기진 배만 간단히 채우려고 하지만 얼마 전부터 시작된 소화불량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위염 진단을 받은 후엔 한동안 죽만 사 먹었다. 밥과 반찬 1~2가지로 간단하게 도시락을 싸올 때도 있다. ㄱ씨는 소화불량 때문에 고생하고 있지만 저녁때는 가급적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고 노력한다. 오후11시까지 버티기 위해서다.

“점심때는 많이 먹으면 오후에 공부할 때 졸릴까봐 적게 먹기도 하지만, 소화불량 때문에 아무거나 못 먹어요. 생협에서 파는 밥 대용 식품들은 기름져서 소화에 도움이 안 되죠. 얼마 전엔 위염 때문에 병원에도 다녀와서 죽만 먹었어요.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고시생들은 소화불량이나 위염을 달고 살아요.”

18학점을 듣는 ㄴ씨는 온전히 임용고시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는 방학 때와 달리 학기 중에는 수업을 들어야 해서 공부에 집중하기가 힘에 부칠 때도 있다고 했다. 과제를 해야 하는 날이면 잠을 자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다음 날의 공부 리듬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후11시까지 공부하고 하숙집으로 돌아와 과제를 하다보면 오전1시~2시가 금방 돼요. 늦게 잠이 드는 만큼 늦잠을 자고 싶지만, 마음이 불안해져서 오전8시30분에 학교에 또 나와서 고시실 책상에 앉죠.”

ㄴ씨는 임용고시를 치지 않는 동기들이 취업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스레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저학년 때 교환학생을 지원하거나, 취업 준비라도 조금씩 해둘걸’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잠깐 얼굴이나 보자’며 연락 온 친구와의 만남을 거절할 때마다 쓸쓸하고, 친구들에게 자신이 매몰찬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공부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휴대폰에서 카카오톡 등 SNS 애플리케이션을 지운지도 오래됐다. 이렇게 집중이 안 될 때면 고시촌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지난 겨울에 노량진에서 현장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왜 사람들이 노량진에 가는지 알겠더라고요. 노량진엔 다 똑같이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뿐이니까 다른데 마음이 쓰일 일이 없죠.”

ㄱ씨는 1차 시험 날짜가 가까워 오면서 불안함도 예민함도 늘었다. 고시실 내부의 분위기도 더 예민해졌다. 올해부터 지역 간 중복 지원제도와 공립, 국립, 사립학교 중복 지원제도도 폐지돼 1차 시험에서 무조건 2배수 안에 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작은 소리만 나도 누가 소리를 내는 건지 휙 돌아본다. 고시실 밖 복도에서 누군가가 통화를 하다가 울먹이는 소리도 자주 들린다. 고시실이 답답해 좀 나가서 쉬고 싶어도 얼마 남지 않은 시험이 마음에 걸려 ‘책이라도 들고 나가야되나’ 고민하게 된다.

“고등학교 3학년보다도 더 힘든 시기 같아요. 공부하는 양도 더 많은데다 절박함도 더 하죠. 고등학생 때는 부모님의 그늘 아래 있지만 이제는 제 인생에 스스로 책임져야할 시기잖아요. 사람들이 왜 고시병(고시에 낙방해도 포기를 하지 못하는 심리를 일컬음)에 걸리는지 알 것 같아요.”

공부하는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주위의 시선이다.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추락하는 교권을 보도하고, 친척들마저도 ‘뭐 하러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 하느냐’며 무시할 때도 있다. 하지만 ㄴ씨는 함께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와 꿈이 있어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고민과 애환을 얘기하고 소소한 것 하나에 웃고 떠들다보면 기분이 좀 풀려요. 또 올해 4월에 교생실습 나갔을 때 수업한 것, 아이들과 재미있게 지낸 것을 돌이켜 보면 기분이 좋아지죠. 그런 생활을 하기 위해 지금 노력하는 거니까, 시험을 통과해서 당당히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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