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시’를 준비하는 여성 비율이 남성을 앞질렀다. 통계청이 5월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의 취업시험 준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시와 전문직 분야를 준비한 고시생은 여자(3만6천명)가 남자(3만1천명)보다 많았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2006년에는 남자 고시생이 3만9천명으로 여자 고시생(2만3천명)보다 1만6천명 많았다. 취업준비 분야에서 ‘고시·전문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자가 작년 10%로 2006년(14%)보다 4%포인트 낮아진 반면, 여자는 2006년 8.9%에서 작년 12.9%로 높아졌다. 이에 본지는 각종 고시에 여풍(女風)이 부는 이유와 여자대학들의 고시생 지원 현황을 알아봤다.

 

 

△공적 지위, 고용 안정성 찾아 고시 준비하는 여성들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은 고시가 가진 매력이다. 2009년 행정고등고시(행시)에 합격한 이예나(경제·10년졸)씨는 “공무원이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며 “내가 공무원이 돼 이 나라가 조금이나마 더 잘 살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작년 외무고등고시(외시)에 최종 합격한 김보람(정외·09년졸)씨는 “애국심과 더불어 외교관이 국가 간 교섭 작업을 돕는 일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외무고시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학생들이 고시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 안정성’이다. 작년8월 통계청 조사에서 전체 임금근로자 중 여성 비율은 42.6%지만 전체 비정규직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54.4%로 10%포인트나 높았다. 또 여성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1.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여성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임금구조는 더욱 차별적이다. 고용노동부의 ‘2010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6월 기준으로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8천236원으로, 정규직의 57.2%에 그쳤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6천857원으로 비정규직 남성(9천658원)의 약71%, 정규직 남성(1만6418원)의 약41.8%다.

 

올해 7급 세무직 공무원 필기시험에 응시한 ㄱ(경영․10년졸)씨는 작년 은행에 취직했다 3개월 만에 그만 두었다. 그는 “사기업의 임금구조가 불안하고, 비정규직에 여성이 많아 안정적 직업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며 “남들보다 2~3년 늦더라도 공무원에 임용되면 주변에 일찍 취업을 한 친구들이 매우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고시 여풍의 결과로 여성 합격자 수는 늘고 있다. 각종 고시에서 여성의 합격률도 높아졌다. 행시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2000년 25.1%였으나 2005년 44.0%로 높아졌고 2008년에는 51.2%로 남자보다 높아졌다. 또 2009년과 작년에도 각각 46.7%, 47.7%로 남성과 대등한 수준을 기록했다. 외시는 2000년 합격자의 20%만 여자였으나 2005년 52.6%, 2008년 65.7%로 높아졌고 올해도 55.2%에 달했다. 사법시험 여성합격자 비율도 2000년 18.9%에서 2005년 32.3%, 2009년 35.6%, 작년 41.5% 등으로 꾸준히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고시 여풍현상이 외환위기 이후 민간노동시장의 악화에 따라 직업으로서 공무원의 상대적 지위가 상승한데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오호영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의 확대, 청년실업의 악화, 경력직 위주의 채용관행, 조기퇴직의 관행화 등은 청년층의 직업선택행태를 보수화하여 직업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을 선호하게끔 만들었다”며 “민간노동시장의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를 비롯한 각 여자대학, 기숙사 배정, 장학금 지급 등 고시생 지원에 나서

고시 여풍은 본교를 빗겨나가지 않고 있다. 본교 행시·외시 고시반은 매 학기 초 78명의 입실자를 모집하며 입실시험 경쟁률은 매년 평균 3대1 정도다. 개별 고시반은 물론 고시 통합형 학습실인 ‘고시연구실’에서는 경력개발센터와 연계한 면접 대비 특강, 현업 선배와의 간담회 등을 진행한다. 솟을관은 국가고시 준비생 전용 기숙사로 2인1실에 약180명을 수용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본교 출신 국가고시 최종합격자 중 평균 60%이상이 이곳을 거쳤다.

 

현재 행정고시반에서 공부하고 있는 양윤아(경영·10)씨는 “동영상 강의 수강료가 한 강좌당 40~50만원이라 부담스럽지만 고시반에서는 강의 수강료를 최대 50%까지 지원해준다”며 모의고사 시험비도 일정부분 지원해 줘서 경제적으로 도움된다”고 말했다.

 

본교 고시 준비생에겐 장학혜택도 있다. 행정외무고시반·법과대학고시반에 입실한 재학생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지원장학금’은 학기 등록금 중 일부를 지원한다. 국가고시 관련 ‘면학장려금’은 사법·입법·행정·외시 1차 합격한 학생들에게 장려금 100만원을 지급하며 최종합격자에게는 잔여 수업 연한 동안 등록금 전액을 주는 제도다.

 

본교 이외의 여자대학들도 고시생 지원에 나서고 있다. 숙명여대는 학내 6개 고시반 학생들에게 고시반 열람실 제공, 각종 시험 대비 동영상 강의 및 특강 실시, 시험 대비서 및 일간지 공동 구독, 고시반 실원 기숙사 전용층 우선 입사 혜택을 제공한다. 숙명여대 학생문화복지팀 최성희 팀장은 “고시반 입실 경쟁률은 평균2~3대1의 경쟁률로 고시별로 시험시기가 달라서 때에 따라 달라진다”며 “학생들이 고시반 입실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또 지난7월에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반(공무원 시험반)을 신설하기도 했다. 약30명 정원으로 열린 7·9급 공시반에서는 행정학과 교수들이 직접 모의고사를 출제하고 채점해준다. 숙명여대 임재현 교수(정치행정학과)는 “7급 공무원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늘고 있어 학생들을 지원하고자 제도를 만들었다”며 “학생들이 ‘추가 모집을 할 계획이 없느냐’고 먼저 물어볼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여대의 고시반인 ‘바롬고시실’도 매년 초 1회 입실자를 모집한다. 입실경쟁률은 약3대1 정도다. 입실자에게는 고시실 개인 자리를 배정하고 1인당 학원비 또는 교재비 20만원을 지원해 주며 기숙사비도 일정부분 감면해 준다. 전공 동영상 강의 수강비를 지원해주는 혜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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