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9일(일)은 565회 한글날이었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연구·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이에 본지는 한글날을 맞아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우러 한국에 온 외국인들을 만났다.

 

‘한국 문화전도사’를 꿈꾸는 나가세 게이코씨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어로 다른 외국인에게 도움을 주는 게 행복해요. 앞으로 한국과 다른 나라를 연결하는 문화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나가세 게이코(일본·26)씨는 학창시절부터 각국의 언어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일본 교토에 있는 리츠메이칸(立命館)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2005년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 2년 동안 호주 문화와 영어를 배웠다.

“평소 한국에 대해도 관심이 많았어요. 한국을 알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부모님이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셔서 이화여대 어학당에 오게 됐어요.”

그는 작년 6월에 한국으로 와 1년3개월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다. 한국으로 와서 여러 친구를 사귀고 그들과 어울리자 한국어 실력은 저절로 늘었다.

그는 한국어를 배우며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일본에서 놀러온 친구와 고깃집에 갔는데, 테이블 위에 어떤 소스가 잔뜩 있었어요. 그게 궁금해서 주인에게 ‘이게 어떤 맛이에요?’라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게 무슨 맛이에요?’라고 잘못 말했어요. 소스가 맛이 없다고 오해한 주인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라며 제게 화냈죠.”

그가 제일 좋아하고 자주 쓰는 단어는 ‘괜찮아’다. “일본어로 ‘다이죠부’(괜찮아)는 주로 상대방을 걱정할 때 쓰는 말인데, 한국말 ‘괜찮아’는 상대를 걱정할 때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힘을 주는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요.”

게이코씨는 내년 본교 국제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대학원에 진학해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쌓을 거예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죠.”

 

본교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는 장소만씨

장소만(국문학 전공 박사과정)씨는 중국 강소성 양주 출신으로, 2005년 정부초청장학생으로 한국에 유학 와 6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다. 그는 올 8월 본교 국문과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9월부터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10월 현재 본교 국문과 대학원 재학생(석사 41명, 박사 16명) 중 외국인으로서 국문과 박사과정을 밟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학부 때 전공은 경영학이었어요. 한국어에도 관심이 많아 한국어 교육을 공부하고 싶어졌죠. 중국 강소성의 양주대 한국어학당에서 한 달 동안 겨우 ‘가나다라’만 마치고 온 상태여서 한국에 왔을 땐 한국말을 거의 몰랐어요.”

그는 한국에서 한국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과 함께 학부 수업을 들으면서 한국어 실력을 키웠다. ‘내 이름은 김삼순’ 등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도 삶의 낙이었다.

“한국어를 ‘놀이’처럼 배우다 보니 지루하지 않았어요. 어린 아이가 자라면서 말을 자연스럽게 배우듯이,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한국어가 저절로 느는 느낌이었죠.”

그는 한글이 ‘표음문자’라서 배우기 쉬웠다 말하지만 ‘의성어’를 제일 어려워한다. “중국어는 한국어에 비해 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가 별로 없어요. ‘뚜벅뚜벅’, ‘또각또각’, ‘삐걱삐걱’ 등 한국어 의성어는 아무리 외워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는 본교에서 남은 학기동안 학업에 정진할 계획이다. “중국으로 돌아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대학원에서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후 중국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 문화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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