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자격증 소지자 50명 중 28명 ‘이화여자대학교’ 한자로 쓰지 못해…‘李花’, ‘利花’, ‘梨化’, ‘李利’ 등으로 표기

한자 급수,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 등의 자격증 취득 열풍이 계속되고 있지만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의 실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5일(수)~6일(목) 한자 급수 자격증을 갖고 있는 재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이름, 전공, 부모님 성함, ‘이화여자대학교’를 한자로 쓰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부모님 성함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학생이 40명(80%)으로 가장 많았으며 본인의 전공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학생이 38명(76%), ‘이화여자대학교’를 한자로 쓰지 못하는 학생이 28명(56%)에 달했다. 본인의 이름을 쓰지 못하는 학생은 없었다.

부모님의 성함을 한자로 쓰지 못한 학생 40명 중 10명(25%)은 한 글자도 적지 못했고, 나머지 30명(75%)는 1~2글자를 적었다. 전공을 한자로 쓰지 못한 학생 38명 중 25명(약65.79%)은 역시 한 글자도 적지 못했고, 전공 이름 중 일부만 작성한 학생은 9명(약23.68%)이었다. ‘이화여자대학교’를 한자로 쓰지 못한 학생 28명 중 20명(약71.43%)은 ‘이화(梨花)’를 적지 못했다. ‘李花’, ‘利花’, 혹은 ‘梨化’라고 적는가 하면 ‘李利’라는 전혀 다른 한자를 적기도 했다. ‘학교(學校)’를 ‘學敎’, ‘學效’라고 적은 학생이 10명(약35.71%)이었으며 ‘여자(女子)’를 ‘女者’라고 적은 학생, ‘여대(女大)’만 적은 학생이 각각 1명씩 있었다. 한자진흥회 3급 자격증을 소유한 ㄱ씨는 전공과 부모님 성함을 한자로 쓰지 못했다. ㄱ씨는 “오래 전에 공부했더니 다 잊어버렸다”며 “그래도 부모님 이름까지 못 쓸 줄은 몰랐기 때문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전공, 부모님 성함, ‘이화여자대학교’를 적지 못했거나 틀리게 적은 ㄴ씨는 “주변에서 한자보다는 영어를 많이 접하고, 한자를 안 쓰다 보니 많이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MOS 자격증을 딴 학생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ㄷ씨는 파워포인트, 워드 등이 대학 수업에서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에 2009년 MOS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배운 내용을 모두 잊었다. 그는 “고급 기능까지 배워서 자격증을 땄는데 막상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일이 없어 모두 잊어버렸다”며 “가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나는 자격증도 땄는데 왜 이걸 못하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09년 MOS 자격증을 취득한 ㄹ씨는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딴 자격증이지만 지금은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 방법을 다 잊어버렸고, 그냥 3학점 채우기 위해 취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격증을 취득한 후 배운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을 보였지만 자격증은 학생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다.

본교 학생들도 한자 급수 취득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2008년~작년에는 매년 약400명~500명 이상의 본교생이 학기·방학 중 교내에서 진행하는 한자 특강을 수강했다.

2008년5월6일자 뉴시스 보도 <취업시장에 한자시험 인기..응시자 4배 급증>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08년 2회 한자시험’의 20대 응시자가 지난 회보다 15.6%포인트 늘어 73.6%로 집계됐다.

MOS 자격증 역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더조은컴퓨터아트학원(신촌캠퍼스)에 따르면 MOS 자격증 대비반 수강생 비율은 2009년~작년 15%포인트 증가했고, 작년~올해 18%포인트 증가했다. 본교 정보통신교육원에서는 2008년~작년에 매년 약1천200명~1천600명 이상의 학생들이 MOS 자격증 대비반을 수강했다.

다수의 기업과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자격증 취득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 자격증 열풍의 이유 중 하나다.
경력개발센터에 따르면 삼성, LG, 현대 등 약50개의 대기업 및 공기업이 한자 자격증 소지자에게 급수 별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으며 약40개의 기업은 한자 시험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경북대, 성균관대 등 14개교는 MOS를 졸업인증제로 채택했으며, 본교, 한양대 등 20개교에서 MOS를 취득하면 학점으로 인증이 가능하다.

더조은컴퓨터아트학원의 박민춘 교육컨설턴트는 “MOS를 졸업인증 및 학점으로 인정하는 대학이 늘고 있는 추세다”라며 “Microsoft가 직접 인증하는 자격증으로써 공신력과 정확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평소에 지속적으로 습득한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교에서 한자 특강을 진행 중인 성균관서당의 차기석 전임강사는 “다른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한자 역시 자격증 취득 후 공부하지 않으면 잊혀 진다”며 “무조건 외우기보다는 부수, 음, 뜻 등을 체계적으로 학습해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교육원 이윤희 담당자는 “레포트 작성 등에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배웠던 기술을 수시로 활용하면 배운 내용을 잊지 않고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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