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 정혜영씨 '철없는 마술사의 꿈을 향한 주문 - 안나라수마나라'

2011학년도 제1학기

<우리말과 글쓰기>

우수 소논문 공모전 출품작

  

 

 

철없는 마술사의 꿈을 향한 주문

- 안나라수마나라

 

 

 

 

 

 

<목차>

 

 I. 이야기를 시작하며

- 웹툰에 대한 개념설명

- 연구대상 선정 이유

 

II. 마술사같은 이야기꾼

1.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 하일권

2. 꿈을 전달하는 작품 - 안나라수마나라

  

III. 곳곳에 숨어있는 마술트릭

1. 절제된 느낌의 흑백 만화

2. 가로가 아닌 세로로 화면을 구성

3. 사진을 만화에 활용한 기법

4. 활자를 이용한 디자인

  

IV. 이야기를 맺으며

- 작품의 의의와 가치

- 결론

 

참고자료

 

  

 

Ⅰ. 이야기를 시작하며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동네 언덕에 있는 망했다는 작은 유원지, 그 유원지를 배회한다는 의문의 마법사에 대한 괴소문. 지긋지긋한 가난의 저주에서 풀려나기 위해 어서 평범한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고등학생 윤아이와 마을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진짜 마술사의 만남을 다룬 웹툰 「안나라수마나라」는 그렇게 시작된다.

웹툰인 「안나라수마나라」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웹툰에 관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웹툰(webtoon)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인터넷이라는 웹 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양식의 만화를 말한다. 또다른 이름으로 스크롤 만화(scroll comics)라고도 하는데 이 용어는 만화가 인터넷브라우저에서 보일 때 세로로 칸이 길게 이어질 경우 브라우저 좌측에 ‘스크롤바(scroll bar)가 생기게 되는데, 이 스크롤바를 이용해서 만화를 본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웹툰은 초기에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되었던 정철연의 「마린블루스」와 권윤주의 「스노우캣」과 같은 것이 있는데 이들은 1~4칸 안팎의 짧은 호흡의 일상적인 이야기이나 개인적인 감상을 일기형식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에세이툰’과 같은 개념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후반 강풀의 「순정만화」를 시작으로 스토리가 있는 웹툰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현재 웹툰은 웹사이트에 게재된 세로로 긴 이미지 파일 형식의 만화를 뜻하는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런데 웹툰의 가장 큰 특징인 스크롤을 활용하여 큰 효과를 보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웹툰은 그 장점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웹툰「안나라수마나라」는 이와 좀 다르다. 「삼봉이발소」로 큰 인기를 끌면서 동시에 주목을 받은 작가 하일권의 최신작 「안나라수마나라」는 「3단합체 김창남」,「두근두근두근거려」에 이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는데 전작에서 사용한 비슷한 기법과 함께 새롭게 선보이는 기법을 이용하여 만들어져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어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필자는 이제부터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누리게 된 웹툰 「안나라수마나라」를 인기 비결 중 하나인 연출기법을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Ⅱ. 마술사같은 이야기꾼

 

1.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 하일권

 

하일권 작가는 2006년 파란웹툰에서 연재한 데뷔작「삼봉이발소」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2008년 그는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만화대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3단합체 김창남」으로 대한민국콘텐츠어워드 만화부문 우수상을 받은 엄청난 경력의 소유자이며 '제2의 강풀'이라고 불리며 주목받는 신인 작가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데뷔작 「삼봉이발소」를 포함해서 「보스의 순정」, 「3단합체 김창남」, 「두근두근두근거려」, 「안나라수마나라」등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미술에 흥미를 가진 그는 2000년 전후 한국 애니메이션이 부흥할 때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 입학하여 애니메이션 작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하 작가가 군생활을 하는 동안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어두워져 있었고, 그는 애니메이션에서 만화로 전공을 바꾸었다. 복학 후 그는 외모에 심각한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외모 바이러스'에 걸려 발작을 일으키면 이발사 삼봉이 대화를 통해 이들을 치료한다는 내용의 「삼봉이발소」를 과제로 제출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장편만화로 재기획해서 파란출했는데를 하기 시작했다. 「삼봉이발소」는 약 10개월 동안 37회 연재하며 총 조회수 1000만 건을 넘기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에 힘입어 그는 차기작으로 조직폭력배 두목 아버지의 부성애를 그린 「보스의 순정」, 로봇과 왕따 학생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3단합체 김창남」을 잇따라 연재했다.

그의 작품 특징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삼봉이발소」의 장미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3단합체 김창남」의 호구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두근두근두근거려」의 수구는 수영복에 엄청난 집착을 가지고 있다. 또 「안나라수마나라」에서 아이는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을 캐릭터화하면서 극단적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말하며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것은 평균 이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웹툰이 없어서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해 독특한 설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특징은 전통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주제라는 것이다. 「삼봉이발소」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3단합체 김창남」에서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할 도덕, 「보스의 순정」과 「두근두근두근거려」에서는 부모의 사랑을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발전해나가는 와중에 우리가 놓치는, 하지만 매우 소중한 것들을 작가는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주제를 단순하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스토리와 인물들을 내세워 자칫하면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주제와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들은 우리가 그의 웹툰을 접했을 때 ‘하일권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을 만큼 그의 작품세계를 더욱 뚜렷하게 한다.

 

2. 꿈을 전달하는 작품 - 안나라수마나라

 

마술사가 되겠다는 어릴 적 꿈을 접고 가난한 현실 속에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소녀와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마술사의 만남. 마술을 소재로 한 작품 「안나라수마나라」는 만화라는 소재에 어울리는 환상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잠깐 마법에 걸린 듯한 느낌을 주며 ‘현실’과 ‘판타지’의 결합이라는 하일권 작가의 작품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0년 6월을 시작으로 12월까지 총 27화로 이루어져 있다.

어릴 적 꾸던 순수한 꿈을 잃어버리고 사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작품인 「안나라수마나라」에는 빚에 쫒겨 도피생활을 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없어서 집을 나온 어머니 때문에 동생과 단 둘이 생활하는 모범생 ‘윤아이’, 집안도 성적도 상위 0.01%인 아이의 짝 ‘나일등’, 동네 망한 유원지에서 배회하면서 자신은 진짜 마술사라고 하는 서른 살의 마법사가 등장한다.

‘윤아이’는 어렸을 때 마술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마술로는 먹고 살 수 없으니까 마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좋은 어른이 되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항상 열심히 공부해서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교 1등인 ‘나일등’과 수석을 다툰다. 그런 아이가 우연히 마을언덕의 유원지에 들어와서 마을 사람들로부터 미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난 마술사를 만나게 된다. 마술사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동네 언덕의 유원지에서 이따금씩 꼬마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며 사는데 그는 자신이 진짜 마술사라고 생각한다. 이 마술사의 본명은 류민혁이며 학창시절에 항상 전교 1등을 하는 수재에다가 똑똑하고 잘생기고 부모님들은 대학교수에 형제들은 모두 엘리트였다. 그런 민혁은 백지처럼 순수해서 자신이 하고싶은게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좋은 어른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낙오되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 주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자신의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한 민혁이는 자신의 주변에 항상 선생님, 부모님 등 어른들이 따라다니면서 자신에게 잔소리를 한다고 착각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등 정신적 방황을 하다가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후에 마술사가 된 것이다. 그런 민혁은 우연히 마주친 아이에게 접근하면서 하기 싫은 것만 하지 말고 좋아하는 것도 하고 살라고 말하면서 함께 마술공연을 하자고 제안한다. 처음에 아이는 민혁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직도 환상속에 살고 있는 그냥 한심한 백수라고 생각하고 계속 피하지만 민혁이 보여주는 마술에 이끌리면서 민혁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민혁에게 마술을 배우게 된다. 아이와 짝이 된 전교 1등 ‘나일등’은 좋은 집,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부모님이 깔아주신 ‘아스팔트길’을 빠르게 달리면서 이렇게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모두가 부러워하고 존경하고 인정하는 전형적인 ‘좋은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고 법대를 가기위해 공부를 했다. 그런데 마술을 배우는 아이를 몰래 따라갔다가 만난 민혁을 보고 일등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마술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만 부모의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일등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사는 민혁을 보면서 정해진 나이에 취직하고 정해진 나이에 결혼하는, 삶의 계획표가 짜여진 어른으로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아이와 같은 반 학생의 모함으로 민혁은 소매치기범으로 몰리게 되는데 사람들은 당연히 수상한 행동을 하는 민혁이 범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등은 그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에 자신이 민혁과 함께 있었다고 알리바이를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일등이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일등이는 어른들이 만든 틀에 맞춰지지 않은 민혁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친 사람으로 만들어져가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일등이는 이제껏 자신의 의지대로가 아니라 주변 어른들에 의해서 끌려다니기만 했던 자신의 삶을 민혁의 과거와 동일시여기고 이런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며 ‘아스팔트의 저주’에서 풀려나가고 싶어한다. 한편 민혁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무단으로 도망을 가서 아이와 일등이는 함께 민혁을 찾는데, 일등이는 같은 반 학생의 소행으로 민혁이 범인으로 몰렸다는 것을 알아내고, 민혁은 마술로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시간은 3년이 흘러 어느덧 아이는 대학생이 되고 아직 민혁의 행방은 묘연하다. 하지만 아이는 민혁이 삭막한 이 사회 속 어디에선가 세상과 맞서 싸우며 아저씨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 또한 꿈을 잃지 않고 살고있다고 말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그림 자체의 변화로 환상을 연출한다. 마치 시와 같다. 자질구레한 내레이션이 아닌 그림으로 모든 내용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방 안을 꽉 채울 정도로 커진 채 자식을 내려다보며 압박하는 부모님, 겉은 호화롭지만 아래가 좁아 위태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일등의 집처럼 상황과 분위기를 배경만으로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독자가 몰입할 수 있는 효과는 영화나 책에서 할 수 없는, 만화에서만 가능한 자유로운 연출이며 작가는 이 방법을 「안나라수마나라」에서 십분 활용했다.

  

   

Ⅲ. 곳곳에 숨어있는 마술트릭

1. 절제된 느낌의 흑백 만화

 

「안나라수마나라」는 전체적으로 흑백 만화이다. 웹툰과 출판만화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색깔의 사용인데 이 작품에서는 고집스럽게도 흑백을 사용했다. 여기서 전체적인 흑백 작화는 깔끔한 느낌이 들고 중요한 부분에 들어간 색깔은 그 부분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내용전달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독자로부터 마술이라는 환상적인 요소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그림 1)

또 이 작품에서 전반적인 배경색은 검은색인데 검은색 배경은 인물들이 살고 있는 세상, 즉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의 삭막한 느낌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가끔씩 흰색 배경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과거회상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2화에서 아이가 어릴 때 놀러왔던 유원지를 회상할 때 흰색 배경이 잠시 등장하며(그림 2) 24화 끝부분에서 민혁의 과거이야기를 시작할 때 검은색 배경에서 흰색 배경으로 넘어가는데 이는 민혁이 어릴 때 백지처럼 순수했다는 것을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그림 3)

그 외에도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문이나 중요한 어구를 칼라로 표현하여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웹툰의 주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가로가 아닌 세로로 화면을 구성

 출판만화와 웹툰의 차이 중 가장 두드러지는 면은 스크롤의 대입인데, 전통적인 만화가 칸에 의해 분할된 면이 좌에서 우로 또는 우에서 좌로 칸을 배열하여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페이지 역시 우에서 좌로 또는 좌에서 우로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성을 가진 반면 웹툰에서는 칸과 칸이 세로로 연결되어지면서 스크롤이라는 시간의 개념이 개입되었다는 점이다.

스크롤은 휠 마우스의 보급이 원활히 이루어지면서 생겨난 현상인데 이러한 현상에 힘입어 웹상의 만화 역시 페이지를 넘기는 번거로움으로부터 벗어나 세로로 길게 늘어진 이미지 또는 텍스트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보통 다른 웹툰 작품에서는 이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가로로 그리던 만화를 세로로 그리는 변화밖에 가지지 못했다면 「안나라수마나라」는 이 점을 활용해서 여러 기법을 사용하였다.

첫 번째로 칸과 칸의 연결을 통한 애니메이션적인 연출효과이다. 계속 스크롤바를 내리면서 감상하게 되는 웹툰의 성격상 자연적으로 모든 장면이 영화의 틸트(tilt) 기법을 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틸트란 카메라 헤드를 상하로 부채꼴로 그리며 촬영하는 기법을 말한다. 그런데 웹툰은 성격상 연속적으로 스크롤바의 이동에 맞춰 그림이 컴퓨터 아래에서 위로 흘러가는 형식이라 우리의 눈은 특정 화면의 꼭대기에서 시작하여 점점 더 화면의 아래쪽으로 내려가며 감상하게 되는 형국이 된다. 즉 어떤 화면도 화면 전체가 한 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으며 언제나 화면 위쪽부분부터 조금씩 베일을 벗기듯이 아래쪽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볼 수 있는, 그러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그 장면의 전체가 보이는 형식이 된다. 예를 들어 7화에서 아이가 마술사보다 일등이가 더 현실적으로 중요한 인물임을 깨닫는 부분에서 일등이가 서서히 나타나는데 이는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한 느낌을 준다.(그림 4)

 두 번째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생기는 시간을 이용해서 반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판만화를 볼 때에는 한번에 한 칸이 눈에 들어오지만 웹툰은 한 칸이 길어질 경우 한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을 이용한 기법이다. 이 기법은 하일권의 다른 작품 「두근두근두근거려」에도 자주 등장한 기법인데 독자는 스크롤을 내리면서 위에서 아래로 만화를 보기 때문에 윗부분을 볼 때는 몰랐지만 스크롤을 약간 내렸을 때 앗 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안나라수마나라」 20화에서 마술사가 아이에게 마술을 보여주겠다며 “혹시나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많이 서운할 것 같아?”하고 묻고 망토로 자신을 덮어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준다. 아이는 신기해하며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묻는데 이내 ‘설마 정말 사라졌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 뒤에 마술사가 나타난다. 독자들은 아이가 “뭐야, 설마…….”라고 하는 대목에서 아이와 함께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가 갑자기 마술사가 나타나자 안도하게 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반전을 노리고 이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그림 5)

 

3. 사진을 만화에 활용한 기법

 

콜라주(collage)라는 단어의 유래는 ‘풀로 붙이다, 부착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 불어동사 콜레(coller)이다. 콜라주가 단순히 무엇인가를 붙인다는 뜻을 넘어 조형표현의 수단으로써 주목을 받으며 미술사적가치를 가지는 용어로 쓰이게 된 것은 20세기 피카소의 작품에 이르러서이다. 오늘날 콜라주는 일반적으로 2차원 평면에 기성재료와 사물을 붙여 화면에 조화롭게 구성하는 시각예술의 총체 또는 그 행위를 의미한다.

콜라주 기법은 웹툰은 물론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주 활용되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자주 실사를 만화의 일부분에 사용한 것은 학위논문 및 국내학술지논문에 관련자료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웹툰 중 최초의 시도일 것이다.「안나라수마나라」에서 콜라주 기법은 매우 자주 활용되는데 작품 속에 나오는 지폐는 모두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다.(그림 6) 

  

 그리고 21화에서 일등이가 되려고 했던 전형적인 ‘좋은 어른’의 모습을 콜라주 기법으로 잡지에서 오려붙여서 표현하였다. 잡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이를 콜라주 기법에 이용해 만든 그림 7은 일등이가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을 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낸다.(그림 7)

그리고 부연설명 없더라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실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6화에서 마술사는 현실감각이 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아이와 처음부터 말이 통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와 마술사를 종이로 표현한 사진을 웹툰에 활용함으로써 둘 사이의 이질감을 나타내었다.(그림 8)

 

4. 활자를 이용한 디자인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이란 글자라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의 ‘Typos’에서 파생된 말로써 사전적으로는 각기 독립적이고, 가독성이 있고, 재사용이 가능한 금속조각 위에 새겨진 양각의 문자를 통하여 인쇄되는 활판 인쇄, 또는 인쇄물, 인쇄체제, 인쇄 상태나 서체의 선택, 배열 등과 인쇄술 전체를 가리킨다. 그러나 현대적 개념의 타이포그래픽은 이보다 훨씬 폭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디자인에 관련되는 모든 요소 즉 이미지, 타입, 그래픽요소, 색채, 레이아웃, 디자인 포맷 그리고 디자인에 관련되는 모든 행위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명실공히 ‘시각 디자인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의 기능은 읽기 위한 글자나 단순한 장식적인 것이었으나, 현대적 개념에 의한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은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이 강조된 기능과 함께 다양한 활자체의 개발과 표현방법 등으로 그 의미와 표현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으며 여러 방면에 활용되는 그래픽 디자인의 기능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어 가고 있다.

한마디로 타이포그래픽이란 활자 서체의 배열을 통한 2차원적 표현을 의미한다. 이 작품 속 1화에서 아이가 마술사를 처음 만났을 때 갑자기 생각나는 마술사에 대한 괴소문을 바닥의 무늬에 따라 글자를 넣어서 타이포그래픽 아트로 표현하였다.(그림 9) 이 기법을 통해 글자를 눈에 띄게 표현하면서 이후에 아이가 마술사에 대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란 걸 암시한다.

 

 그리고 8화에서 일등이가 아이에게 고백을 했으나 아이가 정중하게 사과를 해서 아이와 사귀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같은 반 친구로부터 아이가 마술사와 원조교제를 하는 것 같다는 소문를 듣고 일등이가 ‘뭐야?’하는 심정을 타이포그래픽 아트로 표현하여 일등이의 혼란스럽고 복잡한 심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그림 10)

  이 외에도 여러 기법이 작품에 사용되었는데 중간 중간에 나오는 손글씨가 그 중 하나이다. 윤아이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엄마에게 매일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는데 이 편지는 아이의 내면심리의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등이의 왜곡된 모습도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사람들은 나일등이 잘생겼다고 말하지만 처음에 등장하는 일등이의 모습은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긴 ‘소시지’형으로 그려져있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서면서부터는 정상적이면서 ‘꽃미남’이기까지 한 얼굴로 변신한다. 하일권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독자에게 마법에 걸린 듯한 기분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원래 나일등은 준수하게 생긴 아이였지만 욕심쟁이였을 땐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했죠. 그러다 자신의 참모습을 찾은 뒤에는 원래 모습을 볼 수 있게끔 한 겁니다.”라고 일등이의 외모 변화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Ⅳ. 이야기를 맺으며

 

하일권 작가의 작품 「안나라수마나라」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새롭고 다양한 연출시도로 눈길을 끌었으며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이 작품에서 쓰인 새로운 기법들은 앞으로 나오는 다른 웹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은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었다. 또한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꿈을 잃지 말고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세요.’라는 뻔한 주제를 뻔하지 않게 전달했다는 점이 하일권 작가의 웹툰 특유의 특징이다.

이 작품이 결국 마술사가 경찰로부터 피해서 사라지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어 이 세상에 민혁과 같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하지만 어른이 되지 않을 수는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에 맞서 싸워야 하는지 대안점이 나와 있지 않아 아쉬운 점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진짜 마술사들이 하나 둘 씩 이 땅에서 사라지는 이 순간에 「안나라수마나라」라는 작품은 사람들이 그동안 잊고 살았던 꿈을 다시 찾게 해주었고 이 작품의 마법같은 매력은 경제적인, 사회적인 제약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일만 하고 살아가는 현 시대의 독자들에게 하나의 오아시스와 같은 기쁨을 선사하였다.

 

 

  

 

<참고자료>

1차 자료

네이버 웹툰 하일권 작가의 「안나라수마나라」

2차 자료

학위논문 및 학술저널

 

백은지(2009), <웹툰 만화연출 연구 : 웹코믹스 대표작품을 중심으로>, 상명대학교 문화 예술대학원 석사학위논문

김이선(2009), <콜라주를 응용한 시각 디자인 수업 연구 : 전문계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한은영(2003), <라벨 브랜드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의 관계에 관한 연구 : 국내 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 레드와인을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 사학위논문

강현구(2007), <강풀 장편만화 스토리텔링의 경쟁력>, 학술저널, 인문콘텐츠 제10호, 235-261(27쪽)

정규하, 윤기헌(2009), <웹툰에 나타난 새로운 표현형식에 관한 연구>, 학술저널, 만화 애니메이션연구(Cartoon & Animation Studies) Vol.- No.17, 5-19(15쪽)

 

 

인터뷰 자료

 

김아연, [웹툰작가 릴레이 인터뷰]<23> ‘삼봉이발소’ 하일권, 2010-03-30, 방문일 2011-06-05, http://news.donga.com/3/all/20100330/27225094/1

위근우, 만화가 하일권│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2010-03-03, 방문일 2011-06-05, http://10.asiae.co.kr/Articles/new_view.htm?a_id=2010030301223694736

강은지, [천변만화]<2>웹툰 ‘안나라수마나라’ 연재 끝낸 하일권 씨, 2011-01-27, 방문 일 2011-06-05, http://news.donga.com/3/all/20110127/344156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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