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수업이 있는 날이면, 집에서 부리나케 나오느라 핸드폰 배터리를 바꾸지 못할 때가 다반사였다. 그때마다 유용하게 사용한 것은 도서관, 학관 등에 비치된 무료 핸드폰 충전기였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경쟁이 세긴 했지만 매우 편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고장 난 핸드폰 충전기가 우후죽순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겉모습은 멀쩡해도 속은 전부 쓸 수 없는, ‘교체해야만 할 충전기’들만이 남게 된 것이었다.

 필자는 인문대 대표가 되고 나서 ‘내가 겪었던 불편함은 이화인들의 불편함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제일 먼저 무료 핸드폰 충전기를 교체하고자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았다. 총학생회에 알아보기도 하고, 행정실에도 알아보고, 학생처와 간담회를 가질 때도 알아보았다.

 그러나 어느 누구 아는 사람이 없었다. 행정실에서는 학생회 담당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학생처와 간담회를 가졌을 때는 행정실에 물어보면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 얘기는 핸드폰 충전기 잘 설치되었을 뿐 여태까지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핸드폰 충전기 업체에 연락이 닿았을 때, 필자는 핸드폰 충전기의 문이 잘 열리지 않는 것과 끊어지거나 타버린 선들이 많은 점을 이야기하며 A/S를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핸드폰 충전기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때리면 된다”는 등의 말 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 충전기 회사가 영세업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요청한 것을 수행할 수 있을만한 여건이 못 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무료 핸드폰 충전기가 생긴 것은 당연히 이화인들의 지속적인 편리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관리가 제대로 되기만 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을지 모른다. 처음부터 ‘보여주기’식의 설치가 아니라 보다 나은 것을 제공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설치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앞으로는 어떤 것이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높이 살 수 있는 이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