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만난 사회를 바꾸는 힘
영화를 통해 만난 사회를 바꾸는 힘
  • 김태희 무용‧10
  • 승인 201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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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영화에 대한 반응 뿐 아니라 재수사와 공소시효 법 개정을 요구하는 등 사회의 변화까지 촉구하고 있다. 2009년 출판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던 소설이 영화화 되면서 이야기의 실체를 몸으로 느끼게 된 사람들이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과 영화의 힘으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재조명되고 있다.

평범한 아이들보다 더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할 아이들이 있는 청각장애학교에서 무려 5년 동안 성폭력과 학대 사건이 지속되고 있었다. 학교의 사람들은 이를 외면하고 묵인했으며, 가해자들은 학연·지연·종교 등으로 뭉친 네트워크의 보호 아래 처벌을 피했다. 심지어 지금도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가해자도 있다. 당시 꾸려진 대책위원회는 지금도 활동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영화는 내용을 과장하지도, 꾸며내지도 않고 묵묵히 사실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성폭력사건을 중심으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돈을 받고 감싸주는 경찰과 사법부는 물론이고 족벌운영체제의 사학재단, 시청과 교육청의 직무유기, 법조계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전관예우(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 등 하나의 사건 속에 숨은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사실 영화는 관객에게 요구하는 것 없이 사실만을 전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 “나는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저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에 놀라고, 아이들에 대해 연민하고 함께 아파한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그런데 이게 ‘새삼스러운’ 사건인가?

미디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같이 아동 성폭력 범죄, 공직자 비리와 같은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뉴스를 보도한다. 처음엔 경악했던 뉴스도 이제는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해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만다.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반값 등록금 사태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반값등록금’이라는 표어가 처음 내걸렸을 때 많은 학생들이 공감을 보내며 지지하고 일어섰다. 시험기간이지만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위에 나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학생회장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거나 친구들끼리 열띤 토론을 벌이곤 했다. 하지만 필자에게 2학기에 들어서 다시 시작된 ‘반값등록금’ 요구는 마치 잊어버린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물론, 바쁘다는 핑계였다. 혹시 여러분도 그렇지 않은가?

요즘 대학생들은 어느 시대의 학생들보다 바쁘다고 한다. 학점 관리에서부터 대외활동, 자기계발, 심지어 인맥 관리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다. 수업이 끝나면 팀플, 주말엔 대외활동, 봉사활동, 그리고 그 와중에 자격증 시험까지 외부와 자신을 단절시키고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다. 함께 하면서도 서로가 안쓰럽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라는 사실이 우습지 않은가?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도리어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공지영 작가는 신문기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는 문장을 보고, 그 이유를 알리기 위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만약 그녀가 집필실 외의 세상에 관심이 없었더라면 이 사건은 영원히 묻혔을 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사건에 대해 연민을 갖고 함께 아파해주는 건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못한 미안함도 있을 것이다. ‘나’라는 개인 외에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인식하지 못한 채 이기주의적으로 달려가기만 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성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모습은 영화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사회에 맞서 싸우는 강인호(공유 역)에게 하는 말과 닮아있다. “세상 더러운 꼴 몰라서 말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사회구조, 다사다난한 정치계, 관심 받지 못하는 사회의 소수자들, 그리고 종종 만날 수 있는 마음 따뜻한 미담 사례까지. 우리가 이끌어가야 할 사회를 바라보자. 비록 지금은 큰 힘을 발휘할 수 없겠지만 작은 관심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각자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다. 몸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관심어린 시선만으로도 사회는 밝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