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수많은 필명 중 하나는 ‘방삭(方朔)’이다. 이 이름은 중국 전한(前漢)대의 문인 ‘동방삭(東方朔, BC154~BC93)’에게서 따온 것이다. 동방삭은 막힘이 없는 유창한 변설과 해학, 재치로 한무제(漢武帝)의 사랑을 받아 측근이 되었다 한다. 요샛말로 그는 한무제의 전속 ‘개그맨’이었던 셈이다.

필자는 ‘방삭’이라는 이름을 통해 동방삭같은 재간둥이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필명을 정하고 지인들에게 공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필자는 한 친구에게 ‘방삭’이라는 필명이 깔고 앉는 ‘방석’의 오타가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다. 필자는 그에게 필명의 깊은 뜻과, 필명이 ‘동방’이 될 수 없었던 이유를 상표권과 관련해 설명해야 했다.

며칠 전, 전공수업시간에 지은 필자의 호(號)는 ‘위락(爲樂)’이다. 이는 나와 주변인, 더 나아가 세상을 즐겁게 만들자는 의미다. 이름이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전공수업시간에 종종 ‘위락 선생’으로 불리는 것이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필자의 호를 불러주면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진다.
이처럼 필자는 즐겁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매주 개그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챙겨보며 대세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각종 온라인 신조어와 사건·사고도 섭렵해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필자의 한 마디에 웃음을 터트리는 사람을 보면 기쁘고 뿌듯하다. 그래서 더 웃으려고, 웃기려고 노력한다.

웃음은 ‘인간이 기쁘거나 즐거울 때, 혹은 특별한 감정이 들 때에 얼굴 근육을 움직여 일정한 표정을 짓는 반응’을 일컫는 단어다. 뚜렷한 생물학적 목적이 없는 웃음의 유일한 기능은 ‘긴장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웃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웃는 동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 참 웃을 일이 없다. 취업정보 커뮤니티 취업뽀개기(cafe.daum.net/breakjob)가 올4월 대학생 7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생 10명 중 8명(79.6%)이 ‘스펙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년별로는 4학년(88.6%)이 가장 많은 가운데, 3학년(71.1%)과 1~2학년(62.3%)의 응답도 절반 이상이 넘었다. 스펙 강박증으로 나타난 증상으로는 ‘우울증’이 55.8%로 가장 많았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학(원)생 자살자 수는 연평균 200~300명 정도다. 자살 원인은 정신적 문제와 이성·취업·경제 문제 등 다양했지만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09년의 경우 정신적·정신과적 문제(78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이성문제(53건), 가정문제(30건), 취업문제(28건), 경제 문제(16건) 등이었다.

웃음은 정신건강의 특효약이다. 웃음은 스트레스와 분노, 긴장을 완화해 심장마비 같은 돌연사도 예방해 준다. 웃음은 암도 물리친다. 사람이 웃을 때 통증을 진정시키는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 밖에 웃음은 스트레스를 진정시키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혈액 순환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사람이 한 번 웃을 때의 운동 효과는 에어로빅 5분의 운동량과 같다. 크게 웃으면 상체는 물론 위장, 가슴, 근육, 심장까지 움직이게 만들어 상당한 운동효과가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 윌리엄 프라이(William Fry) 박사는 사람이 한바탕 크게 웃을 때 몸속의 650개 근육 중 231개 근육이 움직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설명한다.

웃음은 전염된다. 표정이 굳은 사람을 보면 자연스레 보는 사람 표정까지 굳어진다. 웃는 사람을 보거나 웃음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자꾸만 만나고 싶은 사람,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의 표정은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띠는 사람이다. 아무리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라도 우는 모습이나 화내는 모습을 보고 좋아할 사람은 없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움츠린 어깨를 펴고 고개를 앞뒤로 끄덕이며 크게 웃어보자. 내 주변을 여유롭게 보다보면 웃을 일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특히,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웃도록 노력하자. 가혹하고 무서운 현실 앞에서 초조해하고 슬퍼하기보다 좀 더 세상과 주변에 적극적으로 부딪혀 보자. 한바탕 웃다 보면 행복해진다. 필자의 경험상, 꼭 웃을 일이 있어야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보니까 즐겁고 웃을 일도 생겼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행복해지는데 웃음은 가장 강력한 도구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 글을 읽고 잠시나마 크게 웃으셨으면 한다. 배가 아플 때까지, 눈물이 나올 때까지, 숨을 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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