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길 순위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자세 가져야

8박9일간 진행된 ‘2011 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가 4일(일) 막을 내렸다. 하계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히는 육상세계선수권대회에는 많은 선수가 참여해 대회의 열기를 더했다.

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에는 허들, 경보, 계주, 높이뛰기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승후보라고 점찍어뒀던 우사인 볼트나 이신바예바의 불발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경기 모습도 관심 받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몇몇 선수들의 숨겨진 사연이었다.

특히 사람들의 눈을 끌었던 선수는 ‘블라인드 러너’인 피스토리우스였다. 피스토리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의 종아리뼈가 없었다. 결국 생후 11개월 때 무릎 아래를 모두 절단해야 했다. 의사들은 “평생 제대로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의족에 의지해 걸음마를 배웠고, 17세 때 육상에 입문했다.

경기 참가권을 두고 소송을 벌인 피스토리우스 는 7년 만에 대구세계선수권 400m 예선에서 비장애인 선수와 함께 트랙에 서며 꿈을 이뤘다. 그는 예선이 끝난 후 “육상세계선수권대회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무대였고, 이곳에서의 경기는 그 자체가 축복”이라고 말했다.

출발과 동시에 중계 카메라 밖으로 사라졌지만 그것마저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5만대1의 경쟁을 뚫고 대표팀에 발탁된 소겔라우투발루다. 다른 선수들이 100m 결승점에 다다르고 3~4초 후에야 그는 골인했다. 그의 기록은 15초66으로 세계선수권 남자 100m 사상 두 번째로 느린 기록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래도 나는 내 자신을 믿었다.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28일 열린 남자 20km 경보에서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쓰러진 김현섭 선수의 사연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기대주였던 그는 경기 이틀 전부터 심한 복통에 시달렸다. 6위로 들어온 뒤 쓰러진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아내 뱃속에 둘째가 자라고 있고, 정식으로 결혼식도 아직 못 올렸어요. 11월 결혼식 때 꼭 메달을 따서 아내에게 바치려고 했죠. 안타깝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전 괜찮습니다. 런던 올림픽에서 더 잘하면 되죠."

좋은 서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피스토리우스, 소겔라우투발루, 김현섭 선수는 모두 순위와 상관없이 본인이 맺은 결과에 만족한 것이다.

선수들이 열심히 경기에 임했듯 요즘 대학생들은 그 어느 시대의 대학생보다 바쁘게,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다. 취업 준비를 위해 스펙을 챙기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그 어느 시대의 대학생보다 높은 스펙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 스펙은 학생들에게 만족이 아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직업 포털사이트 커리어가 작년3월 대학생 2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다른 사람과 스펙을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학생은 약68%였다. 설문 대상자의 약73%는 '여러 면에서 1등인 사람이 더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대학생들이 다른 사람과 본인을 비교하며 스트레스 받고, 1등만 인정받고 있다고 믿는 셈이다.

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람들이 선수들의 사연에 귀가 쫑긋했던 이유는 선수들이 순위와는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과보다 본인의 상황에서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을 더 중요시 여겼다.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본인이 이뤄낸 성과에 만족했던 것이다.

본인이 겪고 있는 상황 때문에 좌절이나 남들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그대들에게 한 육상 선수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나는 발이 평발에 짝발이죠. 육상을 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인 거죠. 육상선수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말렸어요. 하지만 나는 달리는 것이 좋았어요. 빨리 달리다 보니 점점 더 욕심이 생겼고, 어느 순간에 육상 선수가 됐죠. 힘들 때도 많았지만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간다는 기분으로 달렸어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나는 오늘도 달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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