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실, 배려하는 공간이 되길 기도


본교 학생문화관 2층에는 기도실이 있다. 이화인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필자 또한 마음이 울적할 때 기도실에서 기도하며 마음을 가라앉힌 경험이 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이화인들의 기도실 이용 행태가 지나쳐 불편함을 겪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기도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먼저 기도하고 있던 한 이화인이 다짜고짜 ‘주님을 만난 적이 있냐’고 물어왔다. 원치 않는 전도를 강압적으로 하려 드는 사례가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기도실에서조차 믿음을 강요받았다는 사실은 또 다른 종류의 불편함으로 느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도실은 방음시설이 잘 갖춰진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이용에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몇몇 이화인들은 지나치게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불필요한 소음을 만들곤 한다. 늦은 오후에 기도실에서 들리는 방언과 통곡소리에 깜짝 놀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통성기도’와 ‘방언’에 대해 모르는 이화인들에겐 매우 불편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기도실 밖 복도에서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기도 한다.


외부인이 출입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기도실 문엔 분명히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있는데, 기도실 안에선 노래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적이 있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자유로운 이용이 허락된 기도실이라 해도, 학생문화관에 혹은 기도실에 출입하는 다른 모든 이화인들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자유라고 했던가. 기도실이 앞으로도 계속 ‘자유롭게 이화인들이 이용해도 좋은 곳’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일단 이화인들의 세심한 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바른 믿음을 지닌 이화인들이 기도실을 좀 더 바르게 이용할 수 있길 소망한다.

 

최시내 (국문·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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