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셋째 주 금요일에 찾아오는 예술시장 창창…첫 개장에 작가 48명, 인디밴드 5개 참여해


6월을 반기는 늦봄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내리쬔다.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 신호등을 지나 뒤편으로 가면 가로수로 둘러싸인 한적한 창천 문화 공원이 나온다.

‘창창’을 적은 삼각형 모양 깃발 띠가  손님을 반긴다. 제1회 신촌 예술시장‘프리마켓 창창’이 5월27일 오후3시 창천 문화 공원에서 열리고 있었다.

‘창창’은‘창천 문화 공원에서 창작하는 사람들’의 앞글자를 따온 말이다.
이날 열린 첫 프리마켓 창창에는 48명의 작가가 참가했고, 장터 한쪽에서는 개장시간 동안 5팀의 인디밴드가 공연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오후2시~7시 진행됐다. 

△공예, 그림, 바느질…다채로운 개성 돋보이는 작품, 48개 부스에서 선보여
작가의 손을 거쳐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 의류, 장신구, 문구, 공예품 등이 48개의 탁자에서 각자 다른 색을 내고 있었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양산을 펼치거나 선글라스를 낀 작가도 눈에 띄었다.

넓은 챙 모자를 쓰고 손님을 맞는 작가 톰(서울시 성동구·37)씨는‘Tom의 담백한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창천 문화 공원 입구 근처에 부스를 열었다.

‘Tom의 담백한 마음’에 진열된 작품은 부드러운 천을 실로 엮어 만들었다. 톰씨는 작품에 각각 이름을 붙여줬다. 네모난 얼굴을 가진 천 로봇은‘담백한씨’, 비행기 모양 작품은 여행을 좋아하는‘뱅기군(비행기군)’이다. 커다란 꽃을 단 머리띠와 브로치에는‘꽃이 어때서’라는 이름이 붙었다. 꽃잎을 펠트나 천으로, 꽃술을 비즈, 단추 등으로 만든 이 작품은 꽃을 달기 부담스러워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반문하는 재미있는 이름의 작품이다.

톰씨는“바느질은 내게 명상이자 과거의 좋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안정된 삶과 행복한 삶, 그 두 가지를 얻기란 어렵다”며“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옥색, 주황색 빛을 띠는 잘 다듬어진 돌조각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돌을 고르면‘소소돌방’의 작가 강신성(서울시 종로구·41)씨가 도장을 새겨준다. 다듬어진 돌조각에 강씨는 손 글씨로 이름을 썼다.

그는 밑그림을 따라 도장을 조각하고 다듬는 세심한 작업을 반복했다. 새기는 작업을 끝내면 도장의 모서리를 길가에 떨어진 돌로 갈아 둥그렇게 만든다. 도장의 옆면에는 담고 싶은 말을 새겨 준 뒤, 새긴 말에 어울리는 그림을 즉흥적으로 덧붙여 색을 칠했다. 강씨는“몽골석은 예쁜 무늬를 갖고 있지만 다루기 까다롭다”며“결이 고와 원하는 대로 새길 수 있는 청전석에 비해 몽골석은 결이 거칠어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고 말했다.

작년 봄부터 프리마켓에 참여한 그는 프리마켓은 실험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프리마켓은 작가가 직접 나가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붓끝에 먹물을 묻혀 즉석에서 예쁜 한글 명함을 만들어주는 부스도 있었다. 한글 서예로 작품 활동을 하는‘붓터치’의 최루시아(서울시 서대문구·44)씨는 밋밋한 글씨를 예술적으로 살아나게 했다.

그의 부스에는 먹물을 담은 작은 그릇과 한글 서예로 멋을 낸 엽서, 스티커 등이 놓여 있었다.
최씨는“한글 서예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며“아름다운 한글 서예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은 솟대와 풍경이 진열된 부스도 있었다.‘화공방’의 작가 이승화(남양주시 별내면·65)씨가 개발한 높이 솟은 솟대의 축소판은 책상에 놓을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받침 솟대였다. 받침 솟대는 나무 받침이 있어 탁상, 차량 등 다양한 곳에 솟대를 장식할 수 있다. 솟대 옆에는 빨간색, 금색을 입힌 물고기, 새 모형을 활용한 작품도 진열됐다. 새와 물고기를 이어 맨 아래에는 종을 매단 색다른 풍경이 매달렸다.

이씨는 일부러 꺾은 나무가 아닌 주운 나뭇가지로 자연적인 무늬를 살려 작품을 제작했다. 그가 개발한 새는‘연지새’라는 이름으로, 이씨의 부인 이연지씨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작품 활동을 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 프리마켓은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좋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작가들은 아이스크림 막대로 만든 책갈피, 점토로 만든 액자에 사진을 끼워 만든 브로치 등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날 프리마켓 창창에서 친구와 함께 은을 세공한 반지를 구매한 김수인(서울시 서대문구·20)씨는“작가들이 프리마켓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카드 지갑 만들기, 인디밴드 공연 등의 예술활동 어우러져
작품 주변에서는 생활창작워크샵, 인디밴드 공연 등의 행사가 진행돼 프리마켓 창창을 더욱 알차게 했다.
부스 옆쪽에 마련된 생활창작워크샵에서는 펠트 천, 비즈를 이용해 버스 카드 지갑을 만드는 행사가 열렸다. 진행 작가 은가비씨는 오후3시부터 프리마켓 창창이 문 연 첫날을 기념하며 글자‘ㅊ’과‘ㅇ’을 갖고 카드 지갑을 만드는 체험을 진행했다.

프리마켓 창창을 구경하던 시민과 참여하는 작가들이 탁자에 모여 앉아 펠트 천에 구슬을 달고 실을 꿰 자기만의 카드 지갑을 만들었다. 입구 왼편에 마련된 작은 마당 무대에서는 인디밴드와 관객이 맞닿아 소통하는 음악 공연이 열렸다. ▲뷰티풀 데이즈 ▲해브 어 티(Have a tea) ▲마이크로키드 ▲임우진 ▲하이투힘 5개 인디밴드는 봄날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창천 문화 공원을 가득 채웠다. 첫 공연을 맡은 뷰티풀 데이즈는 세 대의 기타, 멜로디언, 탬버린 등으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음악 공연을 감상한 박승현(안양시 동안구·23)씨는“인디밴드 공연정보를 담은 SNS를 통해 프리마켓 창창 행사를 알게 됐다”며“특히 뷰티풀 데이즈의‘아무도 모르게’의 가사가 와 닿았다”고 말했다. 양초롱별(법학·08)씨는“창천 문화 공원은 평소 관리가 잘 안 되는 편인데 이번 행사에 공원 역할을 톡톡히 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프리마켓 창창은 10주년을 맞이한 홍대 앞 예술시장의‘앞으로의 10년’계획 중 하나로 진행됐다. 프리마켓 창창은 벼룩시장인 플리마켓(flea market)이 아닌 예술을 파는 시장 프리마켓(free market)으로 올해 5월~10월 매달 셋째 주 금요일 오후2시~7시에 열린다.

행사를 주관한 일상창작문화센터는“사회적으로 프리마켓 같은 문화시장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건강한 프리마켓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하 기자 parkjunha@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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