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에서는 설명보다 외국인 친구들도 분위기를 함께 느끼는 쪽으로 진행하면 좋겠어요. 막대풍선도 사고, 응원에도 참여하구요. 표 예매가 문제인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까지 오기로 한 외국인이 4명이니까 일단 그만큼 예매하고, 나중에 추가인원 있으면 당일 새벽에 예매하죠.”

1일(수) 오후7시, 한양대 사회과학관 311호.‘서울메이트(SeoulMate)’투어팀 팀장직을 맡고 있는 박세희(식영·09)씨가 토요일 진행될 투어에 관한 회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여기저기서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서울메이트 회원 15명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서는 투어에 관한 세부계획, 새 투어 계획 답사일, 팜플렛·홍보 UCC 제작 등에 대한 내용이 약1시간30분 동안 논의됐다.

서울메이트는 서울을 찾는 외국인에게 무료로 투어를 제공할 목적으로 2008년 창설된 대학생 단체다. 매달 초 홈페이지(seoul-mate.com)와 페이스북(/seoulmate.korea) 등을 통해 투어 계획을 공지하고, 투어를 신청한 외국인들에게 매주 토요일마다 다양한 코스의 서울 투어를 제공한다.

현재 18명의 4기 회원들이 강남 투어, 서대문 투어, 남산 투어, 북촌한옥마을 투어, 전쟁기념관 투어의 5개 정기 투어를 운영 중이다. 서울메이트 유다영 회장은“매주 외국인들에게 무료 서울 투어를 제공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씨는 작년 10월 한 대외활동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를 통해 서울메이트를 알게 됐다. 당시 서울메이트는 3기 투어팀 회원을 추가모집하고 있었다. 학과공부 외의 활동을 찾던 그에게 서울메이트는 매력적인 기회였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데다, 외국인과 얘기할 기회가 많다는 점이 좋았어요. 학과 공부에 적응을 잘 못하고 있을 때라 더욱 끌렸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덜컥 지원서를 제출한 상태였어요.”

지금까지 6번의 투어에 참여하면서 박씨는 힘든 일도 많이 겪었다. 투어팀으로 활동하면서 기존의 투어 코스를 보완하거나 새로운 투어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발품도 많이 팔아야 했다. 유창하지 않은 영어 실력 때문에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기껏 준비해 간 설명을 건성으로 흘려듣는 외국인들을 인솔할 때면 힘이 쭉 빠졌다.

그래도 눈을 빛내며 투어 코스를 둘러보는 외국인들을 마주하며 박씨는 다시 힘을 얻었다.

“매주 나가는 정기투어 말고도 따로 요청받아 구성하는 맞춤투어가 있어요. 기존 코스에 신청자가 원하는 요소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코스를 만들죠. 준비할 때는 힘들지만, 투어를 마치고 나면 신청자가 정말로 고마워하는 게 눈에 보여서 즐거워요.”

영어로 투어를 진행하고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는 영어 회화에도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서울메이트에 들어가기 전까지 박씨는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외국인을 보면‘나한테 말 안 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먼저 투어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멤버 중에도 회화가 잘 안 되는 친구가 있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단어들을 던져서라도 의사소통은 다 해내요. 영어로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웃으면서 최대한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면 다 통하는 것 같아요.”

함께 투어에 참여한 외국인들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투어 진행의 또 다른 묘미다.

“3월7일 맞춤투어를 신청했던 애리스 모드(Aris Mohd)씨와는 여전히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하고 있어요. 투어가 끝난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같아 이동하면서 이것저것 함께 얘기했었거든요.”

작년부터 서울메이트의 거의 모든 투어에 참가하고 있는 페르난도 아수마위자야(Fernando Asmawidjaja)씨는 회원들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한다.

“저희는 줄여서 난도 씨라고 불러요. 난도 씨는 작년 고려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와 처음 투어에 참여했는데, 교환기간이 끝나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한국으로 다시 인턴십을 나와서 계속 투어에 참여할 정도로 열심이에요. 가끔 난도 오빠라고 부르면 좋아해서 재밌어요.”

서울메이트는 투어 외에도 외국인과 함께하는 활동을 늘려가는 중이다. 5월28일에는 서울메이트의 인지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인사동에서 프리허그 행사를 진행했다. 투어에 참여했던 외국인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회원들이 한글을 가르쳐 주는 ‘어학당’프로그램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박씨는 꼭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찾아가볼 만한 서울의 숨은 명소로 해질녘의 남산골 한옥마을을 꼽았다.

“해가 떨어질 시간에 맞춰 한옥마을을 찾으면 청사초롱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는 장면을 볼 수 있어요. 어둠이 깔리는 고즈넉한 한옥 사이로 보이는 청사초롱 불빛이 은은한 느낌을 주죠. 도심 한복판에서 보기 쉽지 않은, 한 번쯤 꼭 볼 만한 광경이에요.”

이번 학기로 의무 활동기간이 끝나지만, 적어도 올해까지는 서울메이트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투어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서울에도, 서울메이트에도 애착이 생겼단다.

“처음에는 서울에 뭐 별거 있겠나 싶었는데, 알아갈수록 매력적인 도시가 서울이더라구요. 친구 같은 가이드로서 외국인들에게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알리고 싶어요.”

신나게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서울을 처음 찾는 외국인처럼 낯선 서울을 돌아보고 싶어졌다.


문호은 기자 h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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