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 만드는 동물 큐레이터 송혜경씨


“동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안정감과 행복이 느껴져요. 내가 동물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죠.”

나이 다섯 살,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던 소녀는 만으로 스무 해가 되던 어느 날 그 꿈을 이뤘다.

애버랜드 리조트사업부 선임 동물원 송혜경(에코과학부 석사과정·09년졸)씨의 이야기다. 송씨는 행복하게 지내는 동물의 모습을 전시하기 위한 동물원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동물원 큐레이터다. 그는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이 야생과 비슷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자연과 가까운 생태환경을 조성하고 동물원 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전시들을 기획한다.

과천에서 자란 송씨는 서울대공원‘어린이 동물교실’에서 활동하며 동물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서울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할 무렵 그는 동기들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유학을 선택하는 가운데 혼자 애버랜드 동물원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처음에는 어떤 일이든 상관없이 동물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영양사로 지원서를 냈어요. 나중에 면접장에 가서 동물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자 면접관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라고요. 그렇게 첫 면접에서 낙방했죠.”

첫 번째 시험에서 낙방한 뒤 송씨는 두 번째로 시도한 입사시험에서 동물 연구원으로 애버랜드에 입사했다. 그가 20년간 간직해온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입사한 이후 그는 허무감을 느껴야했다.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목표가 너무 단순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곳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목표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거죠.”

송씨는 목표를 재설정하기 위해 애버랜드에서 나와 본교 에코과학부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보전 생물학, 분자 생태학 등을 배우면서 자신의 목표를 정립시키고자 노력했다. 2년간의 고민 끝에 그는 자신의 목표를 새로 잡을 수 있었다.

“동물과 사람 사이를 잇는‘다리’가 떠올랐어요. 동물들의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유도하고, 관객들이 이런 모습을 보며 친근감을 느끼고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죠.”

그가 동물 큐레이터로서 다시 일을 시작한 것은 2008년이었다. 그는 서울대공원에서 본교 에코과학연구소와 함께‘동물 상호작용 풍부화’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물 상호작용 풍부화란 동물과 상호작용하고 싶은 사람의 욕구와 제한된 환경 안에서 동물들에게 다양한 행동을 유도하는‘동물 행동 풍부화’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관람객의 동물에 대한 호기심과 동물들의 자연행동을 연결시키고자 노력했어요. 이를테면 사자가 움직이는 사물에 민감하다는 점을 이용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우리 안 원형 레일 위로 뼈다귀가 돌아가는 장치를 만들었어요. 관람객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생산되는 전력으로 뼈다귀가 돌아가면 사자는 호기심을 갖고 이를 가지고 놀죠.”

송씨는 이밖에 지난 5년 간‘동물 행동 풍부화’와 관련한 다양한 일을 해왔다. 그는 동물들이 어떻게 의식주를 해결하는가를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동물의 자연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기린은 가시가 많은 아카시아 나무에서 가시를 피해 이파리를 떼먹고 살아왔기 때문에 혀의 기능이 매우 발달돼 있어요. 이런 기린에게 건초를 그냥 준다면 혀의 기능을 둔화시킬 수밖에 없죠. 그래서 그물 안에 건초를 넣어 기린들이 그물 사이로 혀를 내밀어 이파리를 빼먹으면서 그들의 본래 습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왔어요.”

그는 5월부터 동물원 내 아마존 열대림에 관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그는 어떤 동물을 전시하고, 이 전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한창 고민 중이다.

“현재 동물원의 역할은 도시와 야생을 연결해주는 다리의 개념이에요. 동물원 속 동물들은 도시인들이 야생 상태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파견된‘대사관’이라고 할 수 있죠. 아마존 전시회의 동물들은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사라져가는 열대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역할도 담당해요. 관람객들이 이런 메시지에 관심 갖게 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선택에서부터 전시장의 분위기, 설명판의 내용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죠.”

그는 관객들이 즐기기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닌 마음 속에‘메시지’를 담고 갈 수 있는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단지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메시지를 담아갈 수 있는 동물원을 만들고 싶어요. 기왕이면 그 메시지가‘생명의 소중함’이나‘따뜻함’,‘행복’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면 좋겠죠. 저는 앞으로도 동물원을 다녀가는 이들이‘기분좋은’메시지를 마음속에 담아갈 수 있는 행복한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글·사진: 최은진 기자 perfecto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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