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자막 만드는 최용화씨와 스킨스쿠버 다이버 정승민씨 인터뷰


취미를 뜻하는‘Hobby’와 광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Holic’의 합성어인 하비홀릭(Hobby holic)은 특정 취미나 관심사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에게 취미는 단지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이들은 취미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모으고 때로는 거액을 투자하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본지는 본교 속 하비홀릭인 최용화(행정·09)씨와 정승민(조소·08)씨를 만나 그들의 취미생활을 들어봤다.

△직접 만든 해외 드라마 자막을 온라인 커뮤니티 통해 공유하는 최용화씨 
최용화씨의 취미는 미국 드라마 자막 만들기다. 그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약 60개의 자막을 만들어 온라인 커뮤니티‘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미국드라마 갤러리에 올려왔다.‘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s)’,‘사우스랜드(So uthland)’,‘인 트리트먼트(In treatment)’, ‘사이코빌(Psychoville)’은 최씨가 만들었던 작품들로,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알아주는’공인이다.

최용화씨가 3일(목) 자신이 만든 드라마 인 트리트먼트(In treatment)의 자막을 확인하고 있다

“중학교 때 CSI를 보면서 미국 드라마 보는 재미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이때까지 봤던 미국 드라마 작품만 해도 최소 100개는 넘죠.”

그가 처음으로 자막을 만들었던 작품은 ‘크리미널 마인드’였다. 자막을 올려주던 번역자가 사정이 생겨 활동을 중단한 것이 계기였다.

“한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드라마는 끝까지 보는 편이거든요. 자막이 없어서 시청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제가 직접 자막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전문적으로 번역을 배우지 않았던 그에게 매번 자막을 만드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았다. 40분짜리 드라마 한편에 해당하는 자막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7~8시간. 매주 드라마의 새로운 방영분이 나오면 초벌 번역을 한 후, 모르는 단어 및 어구들을 체크하고 마지막으로 교정 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번역에 있어 어려운 점으로 등장인물 간 대화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은어나 속어를 해석해야하는 것을 꼽았다.

“작년엔 흑인 마약상과 갱단을 두고 이뤄지는 경찰 수사를 묘사한‘더 와이어(The wire)’를 번역했는데 내용 경고에‘※너도 못 알아듣는 슬랭이 나온다’라는 문구가 뜨더라고요. 일반 미국인들도 모르는 문장들을 해석하느라 구글 검색에, 유사 드라마들에서 비슷한 문장 찾아보기, 앞뒤 맥락으로 끼워 맞추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했죠. 걸린 시간은 3~4시간이었는데, 영상으로 보면 채 5분도 안 되는 분량이었어요.” 

최씨가 열심히 만든 자막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통은 댓글로 감사를 표현하지만, 일부는 그에게 편지나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인 트리트먼트’라는 심리 상담 드라마를 애청하시던 한 정신과 의사분은‘드라마 번역하는 것을 잘 보고 있다’며 본인이 쓰신 심리학 서적을 보내주셨어요. 댓글 하나, 편지 하나를 받을 때마다 내가 만든 자막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요.”

최씨는‘자막 만들기’를 계속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자기 만족감’이라고 말한다.

“자막을 만들면서 영어공부 되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무리에요. 한번 만들고 난 다음에는 열심히 찾았던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죠. 제가 자막을 만드는 이유는 그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에요. 좋아하는 드라마의 자막을 만들면서 다시 한 번 정리해보는 것이 재밌거든요.” 

졸업 전 그의 목표는 교내에 드라마와 관련된 동아리나 학회를 만드는 것이다.

“저처럼 드라마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모으고 있어요. 함께 모여서 드라마 분석에 관한 토론을 하거나 관련 학회지를 만들려고 계획 중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연락주세요!”

△ 전문가 못지 않은 스킨스쿠버 다이버, 정승민씨
정승민씨는 현재 학업과 스킨스쿠버 강사직을 병행 중이다. 그는 작년 본교 스킨스쿠버 동아리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스킨스쿠버 다이빙은 스쿠버 장비(대기 중의 공기를 직접 공급받지 않고 물속에서 자력으로 호흡할 수 있는 기구)를 가지고 한계수심 약30m의 깊이까지 잠수해 즐기는 레포츠다.

정씨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스킨스쿠버를 시작했다.
“외삼촌, 사촌오빠 등 집안에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들은 것이 있는지라 유독 관심이 가서 동아리에 가입했죠.”

그는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동해 문암 해수욕장에서 스킨 스쿠버를 처음 해본 후 스킨스쿠버의 매력에 매료됐다.

“바다 속에 들어가서 느꼈던 무중력 상태 체험이 신기했던 것 같아요. 마치 제가 우주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죠.”

이후 그는 스킨스쿠버 연습에 몰두했다. 지난 3년간 그가 국내외에서 시도했던 스쿠버 다이빙은 약200회. 스킨스쿠버 활동을 위해 국내 해수욕장, 태국 등의 동남아시아와 이집트 등 3개국을 순회했다.

또한 그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스킨스쿠버 자격증 중 가장 높은 단계인 강사자격증을 땄다.

“보통은 중급(40m까지 잠수가능)까지만 해도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엔 충분한 수준이에요. 하지만 저는 좀 더 전문적인 다이빙을 시도하고 싶어서 강사자격증도 따고 테크니컬 다이빙도 배우고 있죠.”

그는 스킨스쿠버 활동을 하며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태국에서 만났던 길이가 10m에 달하는 만타가오리와의 만남을 꼽았다.

“수심 20m쯤 갔을 때, 만타가오리 한 마리가 닿을 듯 말듯 주위를 맴돌면서 저를 응시했어요. 딱히 서로 접촉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눈을 마주하며 서로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잊지 못할 추억이었죠.”

스킨 스쿠버 활동을 위해 그가 매해 투자하는 돈은 약200만원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스킨스쿠버 하기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다보니 드는 여행경비가 만만찮다.

하지만 그에게 이는 취미 활동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만만찮은 비용 마련 때문에 학기 중에도 미술 입시학원 아르바이트를 2개씩 뛰었어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바로 학원으로 가서 자정쯤이 돼서야 퇴근하는 것이 다반사였죠.”

주변사람들은 취미 생활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정씨를 보며 의아해하지만 정씨에게 스킨 스쿠버는 포기할 수 없는 취미활동이다.

“스킨스쿠버의 매력은 수중에 들어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한 번 스킨스쿠버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빠져나오기 힘들죠.” 

그의 꿈은 다이버들의 꿈인 갈라파고스 섬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것이다.

“갈라파고스 섬은 모든 다이버들이 꿈꾸는 다이빙 장소예요. 푸른 빛 바다와 오색 빛깔의 열대어들이 매력적이죠. 앞으로 몇 년 간은 갈라파고스 섬에서 다이빙을 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할 겁니다.”             


                        최은진 기자 perfecto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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