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청년사업가를 지원하는 서울시‘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통해 창업한 유소영씨, 김세희씨를 만나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청년창업가를 지원하는‘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1천개의 창업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은 1년간 사무실과 월70~10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받는다. 서울시는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 졸업기업의 상품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4월7일‘꿈꾸는 청년가게’1호점을 세웠다. 이곳에는 약80개 기업이 입점해있다.

신촌 오거리에 위치한 꿈꾸는 청년 가게 1호점

본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한 유소영(조소·07년졸)씨와 김세희(경영학 전공 석사과정)씨를 만났다.



△가방 소재의 유독성 물질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에코백…모브디자인 창업한 유소영씨 
유소영씨는 작년 7월경 모브디자인을 설립했다. 모브디자인은 1인 기업으로, 친환경 소재와 천연물감을 사용해 에코백을 제작, 판매하는 회사다. 유씨는‘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를 계기로 모브디자인을 설립했다.
“머릿속으로만 막연하게 창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프로젝트 모집공고를 보게 됐어요. 그날 밤을 꼴딱 새며 사업계획서를 썼죠.” 

유씨는 대학시절부터‘언젠가는 내 일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대학 3학년 시절‘갤러리 오채’에서 아트상품개발과 제품판매를 돕게 되면서 그 생각은 분명해졌다.

“제가 제작한 액세서리가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상품을 제작하는 일에 재미를 느꼈어요. 손님의 반응을 바로바로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죠.”

대학 졸업 후 유씨는 잡화 제작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가방 원단과 자제를 공부하기 위해 몇 달 동안 신설동에 위치한 시장을 뒤적이기도 했다. 그는 이곳에서 구한 재료로 가방을 만들었다.

“만든 가방을 오픈마켓, 소품사이트 같은 인터넷을 통해 팔았어요. 당시 자금도, 경험도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죠.”

실무를 배우기 위해 가방 디자인회사에 입사한 그는 약3년간 현장에서 발로 뛰어가며 가방디자인, 자재구입, 샘플링(대량생산 전 제품을 미리 제작해보는 것), 거래처 영업 등의 경험을 쌓았다. 그는 기존의 가방소재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됐다.

“가공돼 나온 가죽에서 나오는 냄새 때문에 사무실에 가죽을 쌓아놓으면 코가 아플 정도였죠. 본드와 같은 화학물질 때문에 일을 하다 온몸에 염증이 날 때도 있었어요.”

이런 고민들은 모브디자인의 대표상품인 에코백 탄생의 배경이 됐다. 유씨는 창업이후 자연스레 친환경 소재와 천연염료를 찾게 됐다. 유기농 원단, 석류, 미로보란 등이 가방의 기본 재료가 됐다.

“제품에 사용될 올리브색을 표현하기 위해 천에 색을 내는 실험을 수십 차례 했어요. 그때 버린 원단이 족히 300야드는 될 것 같아요.”

에코백은 4월경부터 생산하기 시작해 현재 월평균 2천개가 만들어지고 있다. 신촌역 인근에 위치한‘꿈꾸는 청년가게’에 4월7일 입점한 모브디자인은 추가로 두 가게에서 입점을 허락받았다.

“제품을 판매할 곳이 있다는 것은 기업 이미지에 큰 도움이 돼요. 꿈꾸는 청년가게에 입점한 덕에 다른 판로도 개척할 수 있었죠.”

그가 창업을 통해 얻은 것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상품과 입점 가게에 국한되지 않는다. 1년 남짓한 시간동안 그는 책임감도 부쩍 늘었다. 소재개발, 판로개척 등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얻은 인맥도 많다. 자신의 회사를 키워나가는 것이니만큼 일반 회사원으로서는 느낄 수 없는 보람도 엄청나다.

“회사에서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정해져있고 이뤄낼 수 있는 성과도 한정돼있어요. 창업은 노력하는 만큼 성과를 이뤄낼 수 있죠. 이십대는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시기니까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도전해보세요.”

유소영씨


△유럽여행 통해 얻은 홍보기획 노하우로 모닝런코리아 창립한 김세희씨
김세희씨는 작년5월경 문화공연기획사인 모닝런코리아를 설립했다. 모닝런코리아는 기업에게 공연홍보기획, 문화기획 등을 제공하는 2인 기업이다.  

본교 성악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그의 꿈은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EBS(현 EUBS) 기자,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EBS 방송제, 대동제 등의 기획을 맡다보니 자연히 공연기획에 흥미가 생겼다.

“학내 여러 공연을 기획하게 되면서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기업에서 행사기획을 담당했던 그는 퇴사 후 국립오페라단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약10편의 오페라를 홍보기획했고 이때의 경험은 창업의 바탕이 됐다.

“작년 1월경 친구와 유럽배낭여행을 계획하게 됐어요. 이 기회에 국립오페라단에서 인연을 맺은 예술가분들을 찾아뵙고자 약속을 잡았죠.”

친분이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던 중 그는 자연스레 극장도 방문하게 됐다. 극장운영, 공연홍보기획 등 유럽극장의 시스템에 관심이 생긴 그는 그때부터 무작정 공연홍보담당자를 찾아다녔다.

빈국립극장, 로마국립극장,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등 10여 군데를 방문해 극장의 시스템을 공부하고 공연홍보담당자를 인터뷰하며 인맥을 쌓았다. 김씨는 만남을 거부하는 홍보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팸플릿을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했다.“마침 그 극장에 한국어로 된 팸플릿이 없었어요. 영어로 된 것을 번역해 드렸더니 감동하셨죠.  덕분에 내부 스탭실까지 둘러볼 수 있었어요.”

한국에 들어온 김씨는 유럽배낭여행을 같이 떠났던 류보람 공동대표와‘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를 통해 모닝런코리아를 창업했다.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배워온 지식과 홍보담당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는 초기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유럽의 극장은 꼭대기 층에 아이들만을 위한 오페라공연장을 마련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오페라를 접할 수 있게 하죠. 작년 말 어린이 오페라‘부니부니’의 홍보기획을 맡았을 때도 유럽에서 배워왔던 것들을 적용할 수 있었어요.”

모닝런코리아는 설립된 이후부터 꾸준하게‘부니부니’,‘친정엄마’,‘청교도’등의 홍보기획을 맡아오고 있다.
“창업 당시에도, 지금도 돈이 아닌 좋은 작품에 대한 욕심이 커요. 돈을 모으는 게 목표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일을 맡아온 덕에 회사도 커져가는 것 같아요.”

그는 창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다.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보다 월수입이 적고 내 일을 하고 있기에 부담감도 크지만 이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 육아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이십대 때부터 개척하게 되면 휴식기가 있어도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죠.”

모닝런코리아,‘아침을 달린다’는 의미의 기업명에는 김씨가 가진 꿈이 담겨있다.

“모닝콘서트를 여는 등 기존의 밤문화를 탈피한 아침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모닝런코리아를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문화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죠.”


                   한주희 기자 hjh230@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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