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지난 23일 모 스포츠 방송 S 아나운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녀의 자살은 새로운 사회적 소통 기제로 각광받고 있던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죽음을 불러온 계기가 바로 SNS의 파괴력에서 연유한다는 데 대중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S 아나운서는 평소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트위터를 통하여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해왔다. 그녀는 여타 공인들과 달리 자신의 감정이나 사생활을 SNS를 통해 스스럼없이 밝혀 여러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달 초 그녀는 한 운동선수와의 열애설로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진위 여부가 불명확한 트윗과 싸이월드 게시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루머에 시달리던 그녀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통설이다.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서비스, 바로 SNS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누군가 SNS에 어떤 기록 혹은 흔적을 남기는 순간, 그 기록은 즉시 불특정 타인에게 공개된다. 그러고 나면 불특정 다수는 순식간에 각자가 이해한 방식으로 그 기록을 재생산하여 일파만파로 퍼뜨린다.

이 모든 일은 우리의 이성이 작동할 수 없는‘찰나’에 연쇄적으로, 그리고 순환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루머들이 횡행하게 된다. 이러한 찰나의 연속 속에서 대중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할 여지를 잃는다. 게다가 이 찰나의 결과물들은 가상공간에서 영속한다는 점에서 SNS가 비극을 야기한다.

물론 SNS는 누구나 정보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뉴미디어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앞서 말한 찰나적 특성, 즉 달리 표현하자면 실시간 소통은 SNS를 기존 매체와 구별시켜주는 특징이기도하다.  

그러나 광적인 속도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충동을 불러온다. S 아나운서의 경우 생전에 그녀가 해커의 소행이라 주장했던 싸이월드 게시글은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찰나에 게시글을 캡쳐한 누리꾼들에 의해 이미 재생산되고 있었다. 결국 본래 매체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도와주는 매개물인데, 오늘날 SNS는 그 통제 불가능하게 빠른 속도에 오히려 인간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주객전도의 양상이다.

한편 이렇게 마치 거울에 반사되듯 즉각적으로 이루어진 SNS 커뮤니케이션 결과는 열린 가상공간에 남아있다. 원한다면 누구나 언제든, 어디서든지 검색 한 번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몇 해 전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한 아이돌이 데뷔 전 마이스페이스에서 댓글로 한국비하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연예계를 떠나야했다. 그가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던 중 짧은 생각으로 남긴 기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흔히 망각 덕택에 인간이 행복할 수 있다고 하듯, 때때로 인간이 남긴 기록 또한 망각될 필요가 있다. 소싯적에 남긴 기록을 볼 때면 누구나 부끄러워지지 않는가. 따라서 즉흥적으로 소통하지만 그 결과물은 영속한다는 점에서 SNS 사용자들의 어깨는 무겁다.

그렇다면 마치 양날의 검과 같은 SNS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사실 SNS는 말 그대로‘뉴’미디어다. 그러므로 완벽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언제나 상대를 염두에 두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자명한 진리다.

SNS가 빠른 속도를 재촉한다고 해서 이용자가 자신의 속도를 버리고 이에 끼어 맞출 필요는 없다. 만약 빠른 속도에 맞추지 않으면 SNS의 특성이 무의미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면, 일상에서 행하는 면대면 소통 또한 실시간으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가하고 반박하겠다.

SNS가 제아무리 뉴미디어라 할지라도 이 역시 사람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근본 원리를 잊지 말자. 이성적이고 신중한 SNS 사용은 주객전도 현상을 극복하고 어깨의 짐을 덜어내는 일이다. 이로써 SNS의 비극이 낳는 희생양의 행렬이 멈추길 바란다. 사람다운 SNS를 꿈꾼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