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숙 교수 20일 「한국의 난과 식물 도감」출간…한라에서 백두까지 10년간의 여정 담겨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난에 대한 학술적 이야기


식물 전공 학자에 의해 처음 집필된「한국의 난과 식물 도감」이 20일(금) 출간됐다. 도감은 이남숙 교수(생명과학과)가 약10년간 한라산, 백두산 등의 야생란 서식지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책을 펴낸 소감을“노트 정리를 예쁘게 해 놓은 느낌”이라고 밝힌 이 교수를 24일(화) 종합과학관A동 112-2호에서 만났다.

“식물을 사진으로 볼 때는 부분적인 특징을 알기 어려워요. 해부도가 있어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죠. 지인들이 전화해‘세밀화 덕분에 다른 종과의 비교가 더욱 쉽다’고 말씀해 주시니 뿌듯합니다.”

「한국의 난과 식물 도감」은 약100종의 난과 식물이 집대성된 책이다. 학술도서지만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학술적 이야기를 풀어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도감에는 25년 이상 야생란을 전문적으로 그려온 화가 무츠코 나카지마(Mutsuko Nakajima)씨의 세밀화가 수록됐다. 우리나라 야생란의 분류군 수조차 정확하지 않은 현실에서 난을 학술적으로 총정리한 이 책은 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교수는 난을‘첫사랑’에 비유했다. 지난 10년간 난에 애정을 쏟은 이 교수지만 그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분야는 백합과였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한 후 난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지만 희소한 수량 탓에 난의 실험재료를 확보하기 어려워 마음을 접었다.

“난을 연구하려면 전국 방방곡곡을 샅샅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수업 듣고 논문을 쓰기에도 시간이 빠듯했어요. 하지만 늘 난에 대해 미련이 있었죠.”

이 교수의 난에 대한 애정은 그가 난과 다시 만날 수 있게 했다. 그는 2000년 약30명의 박사가 4천여종에 가까운 식물을 정리하는 한국식물지발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서 백합과와 난과 등 단자엽식물을 맡았고 이후에도 환경부의 야생란 자원확보, 교육부의 식물 도감 편찬연구에 참여해왔다.

“난과를 맡았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난에 대한 문헌과 표본을 조사해야 했어요. 오랜 세월 프로젝트에 참여하다보니 도감을 펴낼 수 있을 만큼 많은 자료가 모였죠.”

많은 자료가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이 교수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내려간 당일 수업 때문에 다시 서울로 올라오기도 했다. 1999년에는 백두산 식물을 조사하다가 진드기에 물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고열 때문에 25일간 입원한 적도 있다.

“백두산에만 있는 유령난, 쌍잎난초 등을 보러 갔는데 난들이 주로 진드기가 많은 음습한 지역에 서식했어요. 열이 39도까지 올라서‘이렇게 죽는거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고된 연구 과정 속에서 이 교수는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난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그는 제주도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독특한 난이 있다는 제보를 듣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갔다.

DNA 분석결과 새로운 종이었다. 그는 70년간 산을 오르며 식물학을 연구한 은사 고(故) 이영노 박사의 호인‘계우’를 따서 ‘계우옥잠난초’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교수는 자연과 하나 되는 이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캠퍼스 안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 관심조차 없는 학생이 많은 것 같아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어떤 식물인지, 언제 열매를 맺는지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산에 가서 걷고, 땀 흘리며 연구하는 것이 즐겁다는 이 교수. 책은 출판됐지만 그의 연구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의 난과 식물 도감」으로 100여종의 난이 정리 됐지만 오늘 또 새로운 난이 발견될 수 있어요. 앞으로 난과 뿐 아니라 백합과 식물도 정리하고 싶어요. 더 나아가 이영노 박사님이 저술하신「한국 식물 도감」을 수정, 보완하기 위해 시간을 갖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채강 기자 lck0728@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