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금) 오후8시30분경 ECC 외부계단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람객들이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학생들이 23일(월)~30일(월) 조형예술관과 생활환경관(생활관), ECC 등 교내 곳곳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매년 개최돼 온 재학생 작품전‘메이데이전(메이전)’을 비롯해 5년 만에 전시를 재개한 미디어아트 국제전‘이마프(EMAP, Ewha International Media Art Presentation)’가 열렸다. 의류학과는 올해 처음 메이전에 참여해 이미지맵과 드레이핑 작품을 선보였다.

△조예대, 전공마다 개성 있는 색깔 담아내
조예대 소속 3학년 학생과 서양화과 2, 3학년 학생이 23일(월)~28일(토) 조형예술관에서 메이전을 열었다. 학생들은 메이전에서 개성 넘치는 작품 300여점을 선보였다.

조형예술관A동에서는 조소과, 동양화과, 서양화과, 섬유예술과가 층별로 작품을 전시했다. 조소과는 1층 복도에 금속과 찰흙 등의 재료를 사용해 만든 작품을 전시했다. 신유진(조소·08)씨는 작품‘슬픈 초상’에서 꽃잎을 떨어뜨리는 목련 나무의 모습을 담았다. 목련 나무의 가지는 철을 녹여 만들었고 잎은 흰 한지로 표현했다. 신씨는“과거에 경험한 강렬한 기억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31명의 동양화과 학생들은 염료로 물들인 한지와 먹으로 채색한 그림을 전시했다. 몽환적인 푸른색이 인상적인 이송미(동양화·09)씨의 작품‘몽(夢)’은 한지를 여덟 겹 겹쳐 만든 작품이다.

서양화과는 사진 작품과 유화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이미지를 표현했다. 서양화과 2학년은 3층 복도와 강의실, 판화실, 6층 실기실에서, 3학년은 3층 실기실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3학년 전시에서는 작업실을 공개(open studio)해, 관람객도 학생들이 작품을 제작하는 곳에 출입할 수 있었다.

이소영(서양화·10)씨는 작품‘무제’에서 썩은 식물 더미에 보라색, 초록색, 주황색 등 다양한 색을 입혀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이씨는“원래 모습이 아름다운 것을 표현하는 것보다 썩은 것, 밋밋한 것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섬유예술과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된 4층은 실을 얽어 만든 입체적인 이미지로 가득 찼다. 섬유예술과는 꼰 실을 계단에 늘어놓거나 벽면에 매듭을 지어 작품을 전시했다. 천위에 색깔 자수를 놓은 작품과 반짝이는 실을 이용해 장식한 작품도 있었다.

메이전을 관람한 고려대 김태구(독문·04)씨는“예술은 늘 새로운 영역으로 느껴진다”며“4층 섬유예술과 작품 중 몇몇 작품은 사진으로 담고 싶을 정도로 독특했다”고 말했다.

조형예술관B동은 도자예술과 학생 27명의 무대였다. 조형예술관B동 3층에는 옥색, 황토색, 흰색 빛을 내는 도기와 자기 예술품이 진열됐다.‘불’, ‘물’, ‘아지랑이’, ‘Body of woman’, ‘파도’, ‘미역’의 여섯 가지 주제로 만들어진 7개 도벽 작품에 관람객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형예술관C동에는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작품을 전시했다.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의 작품은 1, 2층에 나뉘어 전시됐다. 1층 전시실 벽에는 레이저로 잘린 빨간색 폼보드(우드락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재료)가 손바닥 모양으로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빨간 손바닥 모양의 작품에는‘Red Hand Day’라는 제목이 붙었다.

박기흔(시디·09)씨는 소년병 징집을 반대하는 캠페인인‘레드 핸드 데이(Red Hand Day)’에 착안해 작품을 제작했다. 박씨는“전시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소년병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상디자인과 43명의 학생은 2층 안쪽 전시 공간에서 영상 작품 22개를, 패션디자인과 학생은 3층에서 작품 26개를 전시했다. 어둡게 꾸민 전시실에서는 여러 색깔의 조명을 활용해 작품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산업디자인과는 4층 전시 공간에서 화장품 용기를 중심으로 실용적이고 깔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5층에서는 공간디자인과 16명의 학생이‘Spatial design for new mobile culture(새로운 모바일 문화를 위한 공간 디자인)’을 주제로 7개 작품을 전시했다.

메이데이 대학원 학생 작품전은 조형예술관A동 2층 이화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전공별로 2명 이상씩, 대학원생 20여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Fleeting Scent’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조예대에 소속된 10개의 전공별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작년에 이어 2회째 메이전을 관람한 ㄱ(패디·10)씨는“각 학과의 전시 공간마다 눈을 끄는 작품들이 있었다”며“지난 메이전 작품보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보이는 작품이 많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메이전을 본 뒤 감상을 글로 남기기도 했다. 대학원 학생 작품전에 방명록을 남긴 박재민(패디·06)씨는“작품 수준은 높아졌는데 여전히 전시 공간은 열악하다”며“전시 공간이 확충되면 지금보다 작품이 빛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지도한 김미경 교수(도자예술과)는“메이전은 학생이 한 학기 동안 노력한 결과를 거두는 행사”라며“메이전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만족하기보다 발전을 위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류학과, 메이전 첫 참가
의류학과는 올해 처음으로 메이전에 참여했다. 의류학과 학생들의 작품은 23일(월)~28일(토) 생활관 1층 로비와 3층 복도 전시실에서 전시됐다. 23일(월) 열린 개막식에서는 이미지맵과 드레이핑(draping, 입체재단)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과 우수작품상을 각각 선정해 시상하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색상 이미지맵 64점, 드레이핑 작품 38점이 전시됐다.

전시기간 동안에는 수업을 듣기 위해 생활관 3층 복도를 바삐 이동하던 학생들도 잠시 발걸음을 늦췄다. 관람객들은 복도를 따라 일렬로 나열된 바디(body, 드레이핑에 사용되는 마네킹)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이번에 전시된 드레이핑 작품은 모두 드레스 디자인이었다. 개회식에서 드레이핑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백소연(의류·09)씨의 작품은 긴 드레스였다. 몸 곡선을 따라 딱 맞게 떨어지는 드레스에 주름이 뒤허리에서 물결처럼 휘감아 내려와 인어를 연상케 했다. 백씨는“주름과 물결을 통해 직선과 곡선의 어울림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활관 3층 복도 벽을 따라 전시된 색상 이미지맵들은 노랑과 주황, 빨강과 초록 등 다채로운 원색으로 이뤄졌다. 정재윤(의류·09)씨의 최우수작품은 유사색인 파란색과 보라색을 테마로 표현했다. 정씨는“일단 사진을 많이 오려 놓고 여기저기 배치해 보면서 작품을 구상했다”며“중고잡지를 많이 사서 다양한 자료를 준비했던 게 좋은 작품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를 관람한 최정이(서울시 강남구·55)씨는“학생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며“토요일까지 전시가 예정돼 있었는데 금요일 오후5시부터 이미 작품 철거가 진행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인성 의류학과장은“올해부터 의류학과가‘패션과 색채’, ‘패션 드레이핑’등의 전공수업에서 제작한 작품을 중심으로 메이전에 참여하게 됐다”며“학생들이 노력해서 제작한 작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5년 만에 돌아온 미디어아트 국제전 EMAP
ECC에서 진선미관에 이르는 교정 곳곳에서는 27일(금)부터 이마프 전시가 진행됐다. 이마프 전시는 2001년 시작돼 2006년까지 매년 개최되다가 4년의 공백기 끝에 올해 다시 시작됐다.

“이 작품은 트린 티 민하(Trinh T Minh-ha)의 대표작으로, 다섯 명의 베트남 여성의 인터뷰로 구성됩니다. 전쟁 이후에도 남아 있는 전근대성을 춤, 그림, 시 등의 메시지를 통해 비판하는 실험적인 다큐멘터리입니다.”
어둑어둑해진 교정을 조용히 밝히는 영상작품 위로 스탭 양현모(동양화·09)씨의 설명이 얹혔다.

교정 곳곳에 설치된 가로 4m, 세로 3m의 12개 대형 스크린에서 작품이 상영되는 동안 각 스크린 옆에 자리한 스탭은 관객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각각의 스크린 앞에는 10~15명의 관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품을 감상했다.

27일(금) 개막식에 참여해 영상작품을 관람한 홍민영(산디·07)씨는“이런 형식의 전시는 처음 경험해 본다”며“캠퍼스 사이사이에 스크린을 설치한 시도가 색다르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마프 전시는 본교 교정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뉴미디어 영상작품들을 상영하는 미디어아트 전시다. 전시는 정원과 건물 등 특정 장소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각각의 스크린에 큐레이터가 엄선해 초청한 싱글채널 영상작업,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을 상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전시는 크게‘풍경술(風景術, The Techne-scape)’을 주제로 한 테마섹션과 영상디자인섹션, 초대섹션으로 나뉘었다. 트린 티 민하, 문경원, 임민욱 등의 여성 작가들과 베니스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피차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작가 등의 작품이 상영된다.

이마프 노진우 홍보팀장은“ECC 건물공사로 인해 잠시 중단됐던 이마프 전시가 올해 본교 창립 125주년을 맞아 재개됐다”며 “이마프가 국제적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전시인 만큼 앞으로 더 유명한 행사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프 전시는 30일(월)까지 날이 어두워진 오후8시~10시30분 진행된다.       

                                           
문호은 기자 he@ewhain.net
                                                     박준하 기자 parkjunha@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