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후원하고 소외 계층 학생의 예술적 재능을 개발하기 위해‘캔 파운데이션’설립한 세 동문


“미술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에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리 세 명의 인연을 이어준 것도 미술이었죠. 지금 우리는 미술을 통해 어린 아이들, 젊은 작가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본교 77학번 동문인 김성희(동양·81년졸)이사, 장문경(동양·81년졸)이사장, 김영주(교육심리·81년졸)이사는 미술계를 지원하자는 데 뜻을 모아 2008년 12월경 캔 파운데이션(Contemporary Art Network Foundation, 국제시각예술교류협회)을 설립했다. 캔 파운데이션은 작가 발굴 및 지원,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미술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목표로 세워졌다. 18일(수) 성북동에 위치한‘스페이스 캔(Space Can)’에서 세 동문을 만났다.

캔 파운데이션의 설립은 이들이 대학시절부터 미술을 통해 친분을 이어왔기에 가능했다. 김영주 이사는 교육심리를 전공했지만 동양화과 학생인 김성희 이사, 장 이사장과 함께 전시회를 즐겨갔다. 취향이 같아 셋이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많았다. 김영주 이사는 자연스럽게 미술과 가까워졌고 미국 대학원에서 패션을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컬렉션 회사에서 일했다.

 김영주 이사는“보너스를 받을 때마다 성희가 큐레이터로 일했던 미술관에서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샀었다”며“셋이 미술 얘기를 하며 계속 인연을 이어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가난한 젊은 작가와 저소득층 아이들이 철저히 외면 받는 미술계의 현실을 느낀 장 이사장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영주이사와 김성희이사가 장이사장과 뜻을 같이 하면서 캔 파운데이션 창립 준비가 시작됐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다 잘 사는 것은 아니에요. 재능은 있지만 전시회를 열지 못해 작품을 못 파는 가난한 작가들을 돕고 싶었어요. 충분한 문화적 혜택을 못 받아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힘이 돼 주고 싶었죠.”

이들은 캔 파운데이션 설립에 필요한 운영 자금을 자비로 마련했다. 설립 당시 후원금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셋이 직장에서 벌어뒀던 돈을 매달 몇 백만원씩 모아 회사 운영비를 조달했다.

캔 파운데이션에 필요한 강사, 자원봉사자 등의 인력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캔 파운데이션의 설립 목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이사장은“많은 미술계 종사자들이 이미 미술계의 현실을 체감하고 있었다”며 “캔 파운데이션에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 인력이 부족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력 끝에 2008년 2월 창립된 캔 파운데이션은 2009년 6월‘오! 재미 아트버스(아트버스)’사업을 시작했다. 아트버스는 문화적 소외계층이 거주하는 임대주택단지 등을 찾아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창작 체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아트버스는 2009년경 한 중국 작가가 이들에게 아이들을 버스로 직접 찾아가는 미술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으로 시작됐어요. 그해 열린 캔 파운데이션 후원파티에서 한 후원자가 버스를 기부했던 것도 사업 진행을 도왔죠.” 

김영주 이사와 김성희 이사, 장 이사장은 일반버스를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간으로 개조하기 위해 노력했다. 후원파티에서 모은 돈으로 버스 의자를 다 떼내고 아이들이 앉기 좋은 공간을 만들었다. 미술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버스 외관을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 좋은 노란색으로 색칠하고 알록달록한 무늬를 그려 넣었다. TV와 각종 미술 재료들을 수납할 수 있는 서랍도 설치했다.

장 이사장은“아트버스는 예술적 재능이 있는데도 미술교육 환경이 조성되어있지 않아 문화적 소외계층으로 분류된 아이들에게 직접 찾아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트버스는 2009년 6월부터 현재까지 서울·경기 21개 지역을 운행하면서 약 1,000여명의 어린이들과 미술창작활동을 했다.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17명과 자원봉사자들은 각 지역의 학생들이 8주간에 걸쳐 창의적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보문동, 봉천동 등에서 실행된 1차 교육을 시작으로 현재 4월19일부터 6월30일까지 월계동, 갈현동 등에서 10차 교육이 진행 중이다.

김영주 이사는 아트버스의 장점으로 아이들이 쉽게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꼽았다. 아이들은 그들을 가르치는 젊은 작가들의 영상 제작, 월페인팅 등의 전문적인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을 찾아오는 노란 버스를 보면 신기해해요. 이는 창의성 발달에 도움을 주죠. 아이들은 작가가 되어 버스 안에서 비슷한 미술작업을 하면서 마음껏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요.”

이들은 앞으로도 아트버스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뽑아 화가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전람회를 열고 아트버스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전시해 우수 작품을 선정할 예정이다. 또 우수 인재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아트 캠프’도 올해 여름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의 가까운 목표는 아트버스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이다. 아트버스가 멈추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자는 캔 파운데이션의 설립 이념을 저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훗날 한 화가가 얘기해요.‘캔 파운데이션의 아트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을 처음 접했고 이 경험이 제가 화가가 될 수 있던 밑거름이었어요’라고. 이게 저희가 꿈꾸는 캔 파운데이션의 미래입니다. 저희가 아트버스라는 작은 씨앗을 뿌리면 그게 활짝 피어나 가치 있는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어요.”     

                 이채린 기자 chearinlee@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