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생칼럽>

“코카콜라가 세컨드 라이프라는 가상현실 사이트에 수천달러의 마케팅비를 썼지만 실패했죠? 그렇죠?”라마 교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 붙였다. 싸늘했다. 발표자는“세컨드 라이프 사례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가상현실 경험이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가상경험이 긍정적인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피험자들의 평균점수가 3점(5점 만점) 정도인데 워낙 샘플사이즈 (2000명 정도)가 커서 통계적으로야 유의미했지만,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자신감아닌가요?”또 다른 교수가 차갑게 물었다.   

발표자는 이곳 저널리즘 스쿨의 신임교수 후보자로 스탠퍼드 대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한국인이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고 자신감있는 태도도 좋아보였다.

하지만 2박 3일 면접 일정 중 한 부분을 차지하는 박사논문 발표장의 분위기는 살얼음 위를 걷듯이 아슬아슬했다. 이곳 교수들의 질문이 지나치게 날카롭고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앞에서 예로 든 두 질문은 발표자의 박사논문 자체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는 암시가 강했다.

지금 논문을 다시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후보자에 대한 평가야 어차피 커미티 모임에서 신랄하게 진행될 터인데, 대학원생들이 있는 앞에서 아직 박사논문을 채 마치지도 않은 학생의 교수임용면접을 마치 논문심사 보듯 저렇게까지 가탈을 부릴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초대해 놓고 괜히 괴롭히는 것 같아 후보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후 왜 그 한국인 후보자에게 그토록 적대적이었냐고 한 교수에게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교수는 그런 질문들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립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 이유는 한국인 후보자의 오만함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아직은 학생인 후보자가 교수들의 비판에 귀기울이고 이를 존중하기 보다는 무조건 자기가 다 잘 알아서 했으니 문제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면서 교수진과의 갈등이 깊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으스대는 사람을 좋아하는 곳은 어디도 없다고 교수는 잘라말했다. 그리고는 어디에 가서 발표를 하거나 면접을 보기 전에, 상대의 비판을 잘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둬야한다고 덧붙였다.

유학을 오기 전 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미국은 많이 다를 거야.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라 또 똑같지.”처음으로 미국에 와서 이 말의 의미를 실감했다.

한지영씨(일반대학원 언홍영 석사, 10년 졸)는 현재 미국 미네소타 대학(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ication) 석사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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