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실패 vs. 정부 실패
시장 실패 vs. 정부 실패
  • 차은영 교수(경제학과)
  • 승인 201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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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 우는 아담 스미스는 시장경제가‘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하므로 정부의 개입 없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달성하는 메카니즘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실적으로 시장경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론적 의미의 시장경제는 완전한 경쟁을 가정하지만 우리가 직면하는 시장은 오히려 불완전한 경쟁이 일반적이다. 뿐만 아니라 가격 측정이 어려운 공공재나 외부효과 등이 존재하므로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자산과 소득이 불공평하게 분배되기 쉽다. 이것을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라 부른다.

그러나 시장실패를 조정한다는 목적으로 정부가 무분별하게 개입하고 규제를 가할 경우 또 다른 실패를 불러오는데 이것을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라고 한다. 경제를 안정시키고 보다 나은 상황으로 개선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섣부른 개입은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켜 시장실패보다 더 큰 폐해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정책당국자들이 정치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때로는 불완전한 지식과 개인적 편견에 갇혀 포퓰리즘에 휩쓸리는 정책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제거해 경제활동이 안정적으로 활성화되게 해야 할 주체에서 불확실성 그 자체가 돼버리는 것이다.

최근에 나타나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개입으로 시장의 왜곡을 초래하고 불확실성이 양산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재정지출이 불가피했다. 국가에 따라 양상은 다르지만 과잉유동성은 결국 물가불안의 단초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후의 급격한 변동성은 공급의 변동성을 높여 물가상승을 초래했다.

구조적 요인의 물가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인위적으로 가격통제에 가까운 개입을 해 시장을 왜곡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물가를 통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도 물가가 오르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통제한 지방정부에게 성과가 높을수록 보상을 하고 있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가통제가 실행되겠지만 풍선의 바람을 빼지 않고 누르기만 한다고 풍선이 작아지지는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이슈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하기에는 경제논리가 무시됐다. 무엇보다 그 결과로 인해 과연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회복되느냐가 관건인데 정부의 일방적인 대기업 혼내기로 실질적 개선은 어렵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라고 결정된 산업에서 대기업을 내쫓고 이들에게 자리를 준다고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인위적인 과보호는 경쟁력강화보다 경쟁력약화와 연결되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정부가 정해주는 발상 자체가 이미 정부실패를 예고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쏟아져 나오는 선심성 정책이다. 공짜라는 말처럼 매력적인 단어는 없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이득이 발생하면 비용 역시 발생한다. 내가 지불하지 않아도 누군가 지불하고 누군가의 비용을 결국 내가 지불하는 것이다.

공정과 복지라는 이름으로 남발되고 있는 친서민정책의 핵심은 소모성 지출인데 경제적 의사결정과는 거리가 멀다. 빚덩이를 계속 굴리면 그 크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우리는 후손들의 후생을 담보삼아 이익을 챙기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최근 정책 불확실성의 대표적인 것은 금융위원회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보류결정이다. 금융당국이 사후적으로 자신들에게 돌아올지 모르는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나머지 국가 전체적으로 큰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론스타는 손해볼 것이 없다. 외환은행을 계속 경영하며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를 팔면 된다. 또 고액 배당으로 4조 원을 더 가져갈 수 있다고 하니 이미 2003년 인수대금의 본전을 뽑은 먹튀논란의 론스타가 계속 먹을 수 있도록 방치한 셈이다.

시장메카니즘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완벽한 제도와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무분별하고 직접적인 간섭과 규제가 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경제적 선택이란 피해가 덜 큰 실패를 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