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당이 인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은 이승만과 자유당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각 당은 대표 인물을 내세워 이명박­­ 혹은 박근혜의 한나라당, 이회창의 자유선진당 등으로 불린다.

심지어 지난 5월 10일경, 이회창 대표의 사퇴가 발표되자, 그에 의한 1인 지배 정당 체제나 다름 없던 자유선진당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질 거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이런 한국 정당의 인물중심주의는 정당의‘확고한 이념적 방향 부재’및‘정책의 결여’에서 비롯됐다. 즉 보수나 진보라는 정당의 이념이 확고하게 설립되지 않아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일관적이지 못하고, 실질적인 정책 개발보다는 이미지 정치에 힘을 쏟는다. 결국 국민도 정당의 정책에 무관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잘못을 정당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확고한 이념과 정책을 갖추지 않은 정당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정당을 지지하는 표심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정통적 정당이 정치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국민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정당이 인물 중심으로 운영되는 원인을 국민의 정치 참여 행위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국민의 쉬운 정치 참여에의 욕구 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정치에 참여하고 싶지만 정치의 깊은 이해를 위한 노력은 꺼리는 국민의 모순된 욕구에서 생기는 문제다. 1945년 해방 이후 갑자기 주어진 정치 참여 권리는 국민에게 달콤하게 다가왔지만, 이에 참여하기까지의 준비 과정, 즉 정책에 대한 검토와 정치인 개개인의 자질 확인 등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주어졌다. 당시 국민이 정책과 정치인을 검토하고 세세히 알기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부족했고, 당장의 의식주 해결이 급급했기에 충분한 정치 참여준비 과정이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이런 정치적 습성은 지금까지 전해져 국민은 정치 참여의 권리만 손쉽게 행사하려 할 뿐, 그 과정의 책임성은 무시하게 됐다. 따라서 정당의 대표 인물, 혹은 그의 이미지로만 정당 전체를 쉽게 판단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둘째, 정당을 권력집단으로만 보는 잘못된 관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적 집단이다. 그러나 한국 에서 정당은 정치적 권력집단으로써 정당 대표인물의 권력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배경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

이는 서양 의회는 시민 운동의 결과로 생겨나 시민 의지가 강력히 반영됐다는 인식이 확고한 반면, 한국에서는 조선 왕조 이후 일본 지배를 거쳐 미군정 지배 하에 이르기까지 위계적인 통치 체제가 이어지면서 정치 권력이 일반 대중에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로 인해 정당은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 세력이라는 인식보다 마치 조선시대처럼 왕을 보필하는 신하와 같이, 일반 국민과는 다른 기득권 계층이라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국민은 정책을 검토하는 대신, 그 정당의‘왕’역할을 담당하는 대표 인물로 정당을 평가하고 수동적으로 정당을 선택하며, 정당의 인물중심주의를 용납해 주는 경향이 생겨나게 됐다.

셋째, 정당에 대한 기대 감소를 들 수 있다. 정당은 창설 초기부터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 정당인 자유당과 이후 장면 정부 시기의 정당들은 친일파 청산, 남북 문제 해결, 경제 발전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당 간의, 정당 내부에서의 세력 다툼에 많이 집중하면서 국민은 점차 정책 현안에 대한 정당의 기능을 의심하게 됐다. 정당의 정책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 감소는 정당의 이념, 정책 등에 대한 관심을 감소시켰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피상적인 정치 참여가 일반화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한국 정당의 인물 중심 정치 경향을 감소시키려면, 국민의 정치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즉, 쉬운 정치 참여 방법을 버리고, 책임감을 가지고 고민해야 하며, 정당을 단순한 권력 집단이 아닌 국민의 대변자라는 점을 인식해 단 한 명의 대표에 집중하지 않고 정당 전체의 구성원의 자질과 이념 방향, 정책 세부 사항을 검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한 정당의 정책에 대한 높은 기대를 드러내, 정당 스스로 내부 개선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국 정당이 단일 인물에서 탈피해, 확고한 이념과 정책 노선을 가진‘정통성 있는 정당’이 되려면 국민의 끊임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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