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이번 호에서 공학교육인증제의 교육 프로그램 때문에 일부 공과대학(공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도했다.

올해 건축학과를 제외한 공대 3, 4학년 재학생(약550명) 중 공학교육인증을 포기한 학생은 125명이었다.
학생들은 공학교육인증을 포기한 이유로 ▲이수해야 하는 전공과목과 핵심교양과목이 지정돼 있어 다양한 학문을 접하기 어렵다 ▲과목이 대개 1년 단위로 개설돼 홀수 학기를 휴학할 경우 공학교육인증이 요구하는 선·후수과목을 지키기 힘들다 등을 꼽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서울대와 고려대는 2008년 공학교육인증 철회를 결정했다. 서울대는 현재 공대 11개 학부 중 4개 학부만이 공학교육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 하순회 학사부학장은 공학교육인증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공학교육인증은 필수 이수 과목 등 많은 분야에서 제약이 있어 전공에 대한 다양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학교육인증제가 도입되면서 전공과정이 심화된 측면과 이공계 교육이 국내 산업 현장과 어느 정도 연결된 것은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공계 학생들이 공학교육인증 이수 프로그램의 경직성 때문에 다양한 학문을 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MIT공대와 홍콩과학기술대(HKUST) 등은 이미 10~20년 전부터 공대생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MIT공대는 1982년‘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를 세운 후 글쓰기 강좌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했다. 학생들은 보고서 쓰기가 필수인 인문학 과목을 8개 이상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MIT공대 스티븐 교수는“사회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공대생은 인문학에 대한 지식과 글 쓰는 능력을 꼭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HKUST도 2002년부터 공학과 경영학이 결합된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수학, 환경학, 사회학, 생물학 전공의 교수들의 공동 연구 공간도 마련됐다. 학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학제를 넘나드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학교육인증제 이수 때문에 복수전공하기 힘들어하는 우리나라 공대 학생들의 모습과 상반된다.    

외국의 경우 대학이 공대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주는 반면, 공학교육인증제는 공대 학생들이 복수전공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대사회는 최소한 두 개 이상의 영역에서 서로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파이(∏)형 인간을 필요로 한다. 공학교육인증제가‘통합적 능력을 갖춘 인재’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이는 현실에서 괴리될 수밖에 없다. 공학교육인증제가 사회의 요구에 들어맞는 제도인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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