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교육인증, 이수체계 고정돼 다양한 경험·공부 어려워
공학교육인증, 이수체계 고정돼 다양한 경험·공부 어려워
  • 황미리 기자
  • 승인 201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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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 교환학생·인턴 활동, 복수전공 이수 등 어려워…타대는 교육의 차별성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철회하기도


공학교육인증(ABEEK, 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 of Korea)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일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전공 이외의 학문을 접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본교에서는 ABEEK이 2007년 6월 예비 도입된 후 작년 3월부터 정식으로 인증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ABEEK은 입학 시 모든 공과대학 학생들이 이수자로 자동 등록되고 2학년 말에 포기할 수 있다.

올해 공과대학 3,4학년 학생 중 식품공학과 재적생 91명 중 약30%, 환경공학과 재적생 128명 중 약20%, 컴퓨터공학과 재학생 167명 중 약26%, 전자공학과 재학생 96명 중 약16%, 건축공학과 재학생 59명 중 약24%의 학생이 ABEEK을 포기했다.

학생들이 ABEEK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수 프로그램이 경직돼 있어서 휴학을 하거나 교환학생을 가는 등의 활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효란(식품공학·07)씨는“교환학생으로 간 대학교에서는 ABEEK을 하지 않아서 ABEEK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교환학생으로 간 대학교의 이수체계와 ABEEK의 이수체계가 달라서 본교에 돌아와 수업을 들을 때 과목을 선택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협약을 맺은 국외 대학에 교환학생을 가더라도 국내 이수 체계에 맞춰 과목을 수강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한국의 ABEEK은 미국의 ABET(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and Technology), 일본의 JABEE(Japan 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 등 12개국의 프로그램과 협약을 맺고 있다. 따라서 협약을 맺은 국외 대학에 교환학생을 가면 ABEEK 이수가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브라운 대, 하버드 대 등 아이비리그 8개 학교 및 대다수의 공과대학이 미국 ABET 인증에 참여하고 있다.

임수진(건축공학·09)씨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ABEEK을 포기했다. 그는“교환학생으로 가는 학교의 강의가 본교에서 이수했던 체계대로 열리지 않으면 ABEEK을 이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공대 과목의 경우 수업이 대개 1년 단위로 개설되기 때문에 홀수 학기를 휴학하면 ABEEK이 요구하는 선·후수과목을 지키기가 어렵다. 휴학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학생들이 ABEEK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09학번을 기준으로 건축학을 제외한 공대 전공과목은 모두 205개다. 이중 94개(46%)는 반드시 하나 이상의 선이수 과목을 들어야만 ABEEK에서 수강이 인정된다.

지난 학기에 휴학한 ㄱ(전자공학·09)씨는“한 학기를 휴학해서 정해져 있는 ABEEK 이수체계대로 강의를 수강할 수 없었기 때문에 ABEEK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배민경(식품공학·09)씨는 과학기술경영연계전공을 복수전공하기 위해 ABEEK을 포기했다. 그는“ABEEK을 하면 과목을 순서대로 들어야만 하기 때문에 복수전공과목과 시간표가 겹칠 경우 이수체계를 따르지 못해 복수전공을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BEEK 이수체계를 따르면 반드시‘식품학이론 및 실험’을 수강한 후에‘식품화학’을 들어야만 한다. 만약 이번 학기에‘식품학이론 및 실험’을 듣지 못하면 다음 학기에‘식품화학’을 듣고 그 다음에‘식품학이론 및 실험’을 수강해도 인증체계상으로는 이수가 인정 되지 않는다.

ABEEK을 이수할 경우 본인이 원하는 다양한 학문을 접하는 것도 어렵다.

공학교육인중에는 이수해야 하는 핵심교양과목도 지정돼 있다.

ABEEK을 포기한 김혜진(식품공학·09)씨는“ABEEK에서는 핵심교양까지 지정돼있어 복수전공과목과 함께 시간표를 짜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ABEEK 이수 후 대학원에 진학한 ㄴ씨는“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전공과목에는 자연과학 소양이 많이 요구된다”며“학부시절 ABEEK 때문에 듣고 싶었던 기초 자연과학과목을 수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ABEEK을 따라 수업을 듣다보니 시간이 부족해 인턴 등의 활동을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와 고려대의 경우, ABEEK 프로그램의 경직성 등을 이유로 2년여 만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서울대의 경우 기계항공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 전기공학과가 ABEEK을 철회했고 고려대는 전기전자전파공학부가 ABEEK을 철회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는 2008년 12월‘공학인증기준 수강교과목과 프로그램 운영기준의 경직성’,‘독창적 교육프로그램 운영의 자율성 침해와 공과대학간 획일화된 교육기준에 따른 교육의 차별성 침해 우려’등을  이유로 ABEEK 철회를 결정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도‘ABEEK 이수자에 대한 전공표기방식’,‘과도한 학점 요구’등을 이유로 ABEEK을 철회했다. 현재 서울대는 공과대학의 11개 학부 중 4개 학부가 ABEEK을 진행한다.

서울대 공대 하순회 학사부학장은“ABEEK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는 점에서는 서울대와 뜻이 같았지만 필수 이수 과목 등 많은 부분에서 제약이 있어 전공에 대한 다양성 보장이 어려웠다”며 AB
EEK 철회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프로그램이 점차 유연해지고 있지만 ABEEK을 하면 학생들이 부·복수전공 등을 하며 다양한 학문을 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ABEEK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고민된다”고 말했다.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는 2008년 10월 ABEEK 철회를 결정했다. 고려대가 밝힌 철회 이유는‘다양한 학문분야에의 접근 거의 불가능’,‘ABEEK 이수자에 대한 전공표기방식’,‘설계학점에 대한 과도한 요구’등이다.

현재 고려대의 7개 학부 중 4개 학부가 ABEEK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 유민열(전기전자전파공학·06)씨는“ABEEK이 폐지되고 나서 들어야 하는 전공과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다른 학년 과목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공학교육인증(ABEEK):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주관하는 공학교육 품질 보증제도다. 학생들은 ABEEK을 받기 위해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학습성과 성취도를 평가하고, 지도교수와 상담하며 포트폴리오를 제작해야 한다.



황미리 기자 previously@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