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인문학 교실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 전공)한국의 대도시는 밤이 되면 카바레 천지로 변한다. 현란한 조명, 끝없이 이어지는 음악, 술 한 잔한 남녀들이 뒤엉켜 추는 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카바레’라는 단어는 썩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원래 카바레는 어떤 곳이었을까?

이 말의 어원은 그리 명확하지 않다. 라루쓰(Larousse)『어원사전』에 따르면,‘작은 방’을 지칭하는 삐까르디(Picardie)어 깡암브레떠(cambrette)에서 중세독어 카브레트(cabret)가 나왔고, 이 카브레트(cabret)가 불어 카바레(cabaret)로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어원은 좀 불분명하지만 이 말은 늘 술과 관련되어 쓰여 왔다. 13세기 말에는 친구지간의 주연(酒宴)을 지칭하다가, 17세기에는 차나 술을 차려 내놓는 작은 상 같은 집기도 지칭하였다.

카바레가 오늘날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880년대 빠리에서다. 처음에는 연극을 많이 공연하였고, 서서히 식사와 함께 음악과 춤을 즐기는 곳으로 변해 갔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에서는 전위적(前衛的) 예술가가 모이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미국에서는 많은 뮤지컬 가수를 탄생시키는 모태 구실을 하였다. 이처럼 카바레는 술과 관련은 있었지만, 대중예술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었다.

카바레가 한국에 전래된 것이 언제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본격적인 카바레는 관광업의 활기와 함께 호텔이 늘어나면서부터인 것 같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쌀롱(salon)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카바레는 본래의 예술적 의미는 무시하고 처음 보는 성인 남녀가 만나 술 마시고 춤추는 퇴폐적인 장소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다른 나라의 언어를 그 문화와 함께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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