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하지 마세요
나를 기억하지 마세요
  • 김이지(중문·07)씨
  • 승인 2011.0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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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학생이 한 예쁜 여학생을 보고 반한다.

“방금 아이돌 콘서트 다녀왔어요~~남자는 역시 팔뚝~!!”

여학생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던 남학생들은 소셜검색을 통해 그녀가 트위터에 남긴 말을 찾아보게 됐다. 그리고는 다음날 그들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그녀에게 팔뚝을 내보이는 열정을 보인다.

이는 텔레비전을 통해 종종 접해봤을 다음 소셜검색‘남자라면 팔뚝’편의 광고 내용이다.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자신에게 반갑게 손을 흔드는 남학생을 본 여학생의 기분은 어땠을까? 광고 속에서 그녀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는 비단 한 포털의 소셜검색 서비스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구글에도 이름만 치면 개인정보가 줄줄 나오고, 페이스북의 개인 사진들은 그 개인이 죽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게 된다.

인터넷에 한번 오른 글이나 사진 등은 사실상 완전한 삭제가 불가능하다.‘스크랩’, ‘리트윗’등을 통해 무한 복제가 가능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생각지 못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남들이 인터넷에 올린 정보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것이 허위라 해도 이미 정보가 널리 알려진 후라면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진실 여부는 인터넷 정보의 무한복제와 큰 상관이 없는 듯 보인다.

SNS 열풍 덕으로 타인의 사생활 엿보기가 참으로 쉬워졌다. 이전에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가 사생활 노출로 곤욕을 치렀겠지만 이제는 일반인도‘신상털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얼마 전 애플에서 아이폰의 위치추적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는 것이 크게 논란이 됐었다. 이로 인해 연예인과 공인, 일반인까지도 개인의 사생활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개인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자신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하는 있는 권리인‘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2일(월) 국가 정보화전략위원회에서‘소셜플랫폼 기반의 소통, 창의, 신뢰 네트워크 사회 구현 전략’의 일환으로 이런 방안을 보고한 바 있다.‘잊혀질 권리’, 이 말은 생소하면서도 흥미롭다.

이것은 말 그대로 남들의 과도한 관심에서 벗어나 잊혀질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는 과거의 자유에 비해 보다 더 적극적인 자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잊혀질 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면 인터넷 이용자인 개인은 자신에 대한 정보에 대한 자기통제권을 갖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말에 관한 속담이 많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고, 말 한마디에도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 잠깐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것이 꽤 여러 개다. 우리 사회는 사람의‘말’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를 가졌다. 온라인에 남긴‘말’한마디는 오프라인에서 내뱉은 말 한마디와도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그 파급효과가 크다. 한번 내뱉으면 어딘가로 흩어지는 오프라인 상의 말과는 달리 온라인 상의 말은 어딘가에 저장돼 있는데다가 끊임없이 재생산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4월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서태지-이지아 파문이 떠올랐다. 무엇이 진실이고 루머인지 알 수 없는 정보들이 뒤죽박죽 얽히고설킨 와중에도 어디에선가 새로운 정보들이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그들은 사회적 공인이라 여겨지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질 권리조차 없는 것일까. 입장을 바꿔서 그 지나친 관심이‘나’에게로 향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이제 우리는‘잊혀질 권리’의 도입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IT분야의 1등 국가치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 논의다. 특히나 우리나라 SNS 이용자 증가율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증가도 한몫했다.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남의‘프라이버시’를 엿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나의‘프라이버시’도 타인에 의해 침해되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진짜‘프라이버시’는 없어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이제 잊혀질 자유를 필요로 해야 한다. 인터넷 상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정보가 오늘도 누군가에 말을 건다.“제발 나를 기억하지 마세요”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