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스쿨, 카레이서 팀 입단 시험 등에 지원하며 꿈을 위해 노력하는 양서연씨


“5”10대의 차가 줄지어 서있다.“4”젠트라X 안. 유일한 여성 참가자인 양서연(의류·05)씨가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꼭 잡고 있다.“3!”그의 두 눈은 출발선을 매섭게 응시했다.“2!”가속페달 위에 발이 놓였다.“1!”깃발이 흔들렸다.

양씨는 페달을 꾹 눌렀고 그의 차는 시속 200km에 가까운 속도로 서킷(자동차나 오토바이 따위의 경주용 환상 도로)을 쏜살같이 가로질러 나갔다.

3월24일 오후2시경 태백시 태백레이싱파크에서는 합격자를 카레이서로 양성시켜주는‘EXR team 106’입단 5차 관문인 실전서킷레이스가 한창이었다.

양씨는 25대1의 경쟁률을 뚫고 4차 시험까지 통과했지만 단 2명만이 뽑힌 5차 마지막 시험에서 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경기 마지막에 그의 실수로 차가 스핀(차가 속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도는 것)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경기 다음날 결과를 보고 아쉬워 눈물이 났어요. 하지만 마지막 관문까지 갔다는 것이 뿌듯했죠. 이번 시험을 통해 제 꿈을 더욱 확신하게 됐어요.”

그는 1월경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번 선발 시험에 지원했다. 정식 카레이서가 되기 위해 필요한 선수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팀에 입단, 팀장의 추천을 받아야만 했다.

“‘EXR team 106’에 입단하면 팀원이 레이서가 될 때까지 EXR측에서 이론교육과 실전 훈련을 제공해줘요. 카레이서가 꿈인 저에게 이번 시험은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죠.”

양씨는‘스피드페스티벌 포르테쿱전(포르테쿱전)’에 메인드라이버로 출전했던 것을 계기로 카레이서를 꿈꾸기 시작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자동차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차에 대한 애정을 키워갔던 그는 2009년 7월‘기아 드라이빙스쿨’에 발탁돼 레이싱 교육을 받은 후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포르테쿱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라이센스를 취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포르테쿱전에 출전해 그는 투어링카(경주용차 중 하나)를 접하게 됐다.

“빠른 속도로부터 얻는 쾌감, 시작점에서의 두근거림, 운전자의 의도대로 조정되는 차의 움직임 등에서 레이싱의 매력을 느꼈어요. 자연스럽게 카레이서라는 꿈을 꾸게 됐죠.”

그 후 카레이서가 되기 위해 양씨는 2009년부터 차와 관련된 행사라면 주저하지 않고 참여했다. 레이싱과 관련된 인맥을 만들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레이싱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정보를 많이 알수록 카레이서가 되기 수월해요. 저는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했죠.”

그는‘태백 레이싱파크’등에서 사무보조 및 경기진행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고‘SK엔카 네트워크’, ‘기아자동차 소셜시승단’등에서 활동했다.

양씨는 차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서류, 면접, 시뮬레이션, 카트 시험으로 이루어진 이번 1~4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면접 당시 면접관들이 제 경력을 보고 왜 좋은 대학을 나와서 육체적으로 힘든 카레이서를 하려고 하는지 묻기도 했어요. 그 때 저는‘지금 되고 싶은 것이 카레이서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카레이서에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고 싶다’고 답했죠.”

양씨는 마지막 시험인 실전주행을 위해 태백레이싱파크에 5일 전에 도착해 스틱차를 빌려 시험 전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온종일 연습하기도 했다.

여성이라는 점은 양씨가 꿈을 추구하는 데 불리한 조건이 되기도 했다. 카레이싱은 남성들도  하기 힘든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저 스스로 힘이 세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카트를 운전했을 때 카트 핸들 한 바퀴 돌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어요. 연습만 하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죠. 그에 비해 남자 연습생들은 연습을 아무리 해도 지친 기색이 없어서 부럽기도 했어요.”

양씨의 부모님 또한 그가 처음 차에 관심을 가지고 레이싱 대회에 출전할 때 딸이 안전이 우려돼 그의 활동을 만류하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본인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 카레이서의 길을 닦아놓은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제가 실력 있는 카레이서가 돼 카레이서라는 꿈을 키우는 데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고 싶어요.”

20대에 카레이서라는 새로운 꿈을 찾아 땀흘리는 양씨. 목표 지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양씨의 모습이 꿈을 향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카레이서는 사실 연봉도 턱없이 적고 명예를 얻을 수 있지도 않아요. 그래서 레이싱을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꿈꾸기 어렵죠. 하지만 저는 레이싱을 할 때 가장 빛나고 행복해요. 산만한 성격인 제가 레이싱을 할 때만큼은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정도니까요.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갈 거예요.”


이채린 기자 chearinle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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