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만큼 여성이 차별 받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다소 급진적인 것 같다’여성학의 메카라는 본교의 학생들 중에도 이러한 생각을 하는 학우들을 접할 수 있다. 이렇게 여성 문제를 타자화 하는 모습들을 쉬이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문제가 정말‘너의’문제일 뿐 일까? 

여성 문제는 사물 위에 착 내려앉은 먼지처럼 사회 문제 곳곳에 앉아 있지만, 그것을 늘 인지하지는 못한다. 사회에는 여성문제를 사회 전반적으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사회적 위험’이 아닌 여성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들이 존재한다.

때문에 여성이 대면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위의 학우와 같이 생각 하는 여성이 존재하거나, 혹은 남성 중심적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편승해가는 여성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보다 문제적 현실을 외면해버리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페미니스트 정희진씨는“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여성주의에 결정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에 가부장제 속에서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사회에 대한 분노, 그러한 사회에 편승해 온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그럼에도 여전히 소통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절망으로 인해“상처받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머리에 담겨지는 생각의 무거움을 견뎌내며 나아가는 것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기존의 지배 규범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지지해준다”는 정희진씨의 말처럼, 나 역시도 이 무게로 인해 혹여 내 고개가 꺾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지만, 그래도 간다. 짐을 이고 가는 아낙처럼 머리를 이고 조심스레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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