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술 문화는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무슨 큰 자랑거리나 되는 듯 여기고 만취해서 비틀 거려도 대충 봐 주는 분위기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보면 흔히 ‘갈 지(之) 자로 걷는다’고 한다.

이‘갈 지’에 해당하는 서양식 표현이 지그재그다.『Petit Robert』(1982:2128)라는 불불사전을 보면“그 사람은 마치 술에 취한 듯 지그재그로 걸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런데 지그재그(zigzag)는 17세기 말 독일어 지크자크(Zickzack)에서 생긴 말이다.

그렇다면 독일어 지크자크(Zickzack)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일까? 라루쓰『어원사전』(1964:804)에 의하면 의성어(擬聲語)라고 설명하고 있고, 인터넷 한 영영사전에 의하면 ‘이빨·톱니’를 뜻하는 독일어 자케(Zacke)를 변형·반복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 두 설명은 얼른 보면 별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서로 부합할 수도 있어 보인다.

눈을 감고 제재소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나 톱으로 나무를 자를 때 나는 소리를 연상해 보라. 그 소리는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흔히‘쓱싹쓱싹’으로 표현하지만, 서양에서는‘지그재그’또는‘지그자그’로 표현할 수 있다.

한편, 인터넷 한 사이트는 이 단어를“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비틀비틀 움직이는 모양이 Z와 비슷하여 이를 언어적으로 표현한 일종의 의태어(擬態語)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글쎄... 지그자그(zigzag)에 철자 z가 두 번 들어가긴 하지만 이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왜냐하면 이것은 지그자그(zigzag)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그자그(zigzag)가 생기고 난 후 그 철자를 보면서 생각해 낸 기발한 착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ㄱ’이 낫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ㄱ’을 낫을 보고 만들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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