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저주받았다”“잘 죽었다”“신은 동성애자를 혐오한다”이라크에서 전사한 미해군의 장례식장에서 이런 내용의 피켓시위가 있었다. 가족들은 시위를 주도한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한 가족측에 배심원은 상당한 액수의 피해보상금을 안겨줬다. 하지만 미 대법원은 지난 3월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아홉명의 대법원 중 8명이 시위는 수정헌법 제 1조의 보호를 받는다고 판시했다.

시위자들은 죽은 군인의 가족들 앞에서 군대 내 동성애를 인정한 미국이 이라크에서 벌받고 있으며, 그에 따른 미군의 죽음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수석 재판관 존 로버츠 Jr.는 판결문에서 비록 피켓문구가 정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은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했고, 지방경찰의 인도아래“평화적”으로 의견을 표명했으므로 교회측의 표현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어떤 의견은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를 따지지 않고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은 확실히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는 나라다. 사건보도에 대한 뉴욕타임스 기사에 달린 댓글에도 다수는“비터 스위트 (bitter sweet)”라며 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한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21개의 언론 단체 역시 교회측의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 바 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 와서 잘 죽었다고 말하는 무례조차 표현의 자유하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토론수업이 있었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질문 하나를 던졌다.“미국이 대통령선거를 간접선거로 치르는 이유가 뭔가. 한국은 간접선거를 직접선거로 바꾸기 위해 엄청난 피를 흘렸다.”답은 엘리트에 대한 신뢰였다.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모든 대중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만큼 현명하지 않다는 사실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함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의 정치제도는 최후의 결정을 엘리트에게 위임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었다.

이번 판결에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표명했던 알리토 판사는“교회는 똑같은 주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슬픔을 기회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공공의 문제기만 하다면 어떤 발언도 보장하겠다는 미 대법원.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겠다는 그들의 신념은 훌륭하다. 그렇지만 대법원 판사들은 충분히 발언의 한계를 이야기할 수 있는 엘리트들이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한 그들은 직무유기의 혐의를 면하기 어렵다.


한지영씨(일반대학원 언홍영 석사, 10년 졸)는 현재 미국 미네소타 대학(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ication) 석사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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