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있는 것에 대한 사랑

진은영 교수(인문과학원)가「그 머나먼」외 5편의 시로 4월1일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현대문학상은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한국문학을 질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현대문학사에서 1955년 제정한 문학상이다. 4월1일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그를 3월30일 진선미관에서 만났다.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낯선 삶에 대해 들여다보는 적극적인 활동을 할 때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더 멀리 있는 것에 관심을 갖죠.”

진 교수는 상처에 고착되지 않고 다른 세계로 시선을 돌리며 상처를 잊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수상작「그 머나먼」을 썼다. 멀리 있는 것에 대한 진 교수의 애정은 그의 다른 시‘긴 손가락의 시’에 등장하는‘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있다’는 구절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이 주는 충격들을 좋아하고 그리워한다.「그 머나먼」에는‘엘뤼아르보다 박노해가 좋았다//더 멀리 있으니까’라는 글귀가 있다.

“엘뤼아르와 박노해 모두 양심적이었고 자유를 노래한 시인이었지만, 엘뤼아르는 지식인이었고 박노해는 노동자 출신이죠. 저는 노동자의 가난과 고된 삶을 지나쳐 가기는 하지만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멀리 있는 박노해가 더 좋아요.”

현대문학상을 받은 나머지 5편의 시는「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오래된 이야기」,「훔쳐 가는 노래」,「망각은 없다」,「아름답게 시작되는 시」이다. 이 시들은 정감과 소통의 시원함을 고루 갖춘 시로, 작위적인 재담이나 억지스러운 농담 없이 은은한 슬픔을 건넨다는 평을 받았다.

시를 쓸 때 어디론가 도망가 있는 영혼이 제자리를 찾아 내 속에 들어있다는 느낌이 들어 항상 시를 열심히 썼던 시인이 2000년「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한 후로 약 10년이 흘렀다. 부끄럼이 많았던 20대 초반의 시인은 어느덧 활발한 성격을 갖게 됐다.

그의 시 또한 그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했다.
유종호 문학평론가의‘진은영 시편은 정감도 있고 소통의 시원함도 있다’는 심사평은 이러한 진 교수의 시 세계가 변화했다는 것을 잘 나타내 준다.

“전에는 독특하다는 말과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힘들다는 비판을 동시에 들었어요. 최근 사회활동을 하면서 독자들을 가깝게 만났고, 신문에도 시를 기고하다 보니 화법이 달라졌죠. 이전 시의 난해했던 부분이 편안해진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진 교수는 철학책을 통해 세계를 보는 방식을 발견해왔다. 철학은 세계를 바라보고 타인과 관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항상 그의 시에 영향을 준다.

인연은 대학 시절‘훌륭한 시인이 되려면 철학을 공부하라’는 한 선배의 조언에서 시작됐다.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학내 동아리 <풀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한번은 잘린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그를 찾아 온 프레스공 노동자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길고 멀쩡한 자신의 손가락으로 무엇을 가리킬 것인가를 생각했다. 이렇게 시작한 철학이 본교 학부, 석사, 박사과정에 이어 교수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가 진행하는 철학과 수업은 매년 전공과 학년을 불문하고 인기강좌로 꼽힌다. 이번 학기에는 52명이 수강하는‘니이체와 현대철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철학 수업과 연구, 시 쓰기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 때도 수업준비를 제일 열심히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가져다 쓰고 있다는 면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이에요. 지금은 수업 한번 당 3천900분(52명x75분)을 책임지고 있죠. 그 시간이 주는 무게가 너무 커서 수업준비를 제일 열심히 해요.”

그는 대학생들에게 멋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지금 1, 2년 멋대로 산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어떻게 되지 않아요. 요새 친구들은 너무 단정해요. 조금 더 용감해지고 소심함을 없애서, 잠시라도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대로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스스로도 틀에 갇히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 교수의 목표다.

“직업적 지위를 얻고 상도 받으면서, 삶이 어떤 면에서는 편안해졌지만 한편으로는 틀에 갇히기도 했어요. 지금은 홍대 앞 두리반 철거 문제에 관심을 갖거나, 다른 예술가들을 도와 불킨 낭독회 활동을 하는 등 기존의 제 삶을 깨버리는 방식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틀에 갇히지 않고 살아가는 좋은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황미리 기자 previously@ewhain.net

 

진은영 교수(인문과학원)는 본교 철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 후 제56회 현대문학상 시부문, 제14회 김달진문학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우리는 매일매일」,「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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