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 홍릉 수목원과 ‘서울 봄꽃 길 100선’ 선정된 응봉산

꽃이 피기 시작하는 4월에 곳곳에서 봄꽃 행사가 열린다. 사람이 북적이는 남산이나 여의도를 피해 한적한 곳에서 봄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업을 마치고 난 여유로운 오후, 40분만 투자하면 나만의 봄맞이를 즐길 수 있다.

△서울 속 푸른 숲, 홍릉 수목원

과제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정신을 맑게 하고 싶다면 홍릉 수목원에 가보자. 숲에서는 잎이 팔목 길이만 한 넓은잎나무, 고개를 뒤로 힘껏 젖혀야 꼭대기를 볼 수 있는 키다리 침엽수를 볼 수 있다.

홍릉 숲은 1922년 서울 홍릉에 임업시험장이 설립되면서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다. 수목원의 정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길의 양옆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서 있다. 대로에서 갈라진 오른쪽 길 끝에 자리 잡은 왕벚나무의 지름은 90cm 벤치 두 개를 이어놓은 것만큼이나 넓다.

아름드리나무는 그 꽃과 잎도 풍성하다. 국립산림과학원 정기섭 숲 해설가는“4월 중순부터 홍릉 숲에는 연분홍 꽃 비가 내린다”며“떨어지는 꽃잎을 모아 연인의 머리 위에 꽃 세례를 해줘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벚나무를 돌아 난 길은 제2침엽수원으로 이어진다. 제2침엽수원에는 전나무, 편백나무 등 키가 큰 나무들이 하얀 자갈길 주위를 메우며 깊고 진한 피톤치드(나무가 해충을 물리치기 위해 내뿜는 정항물질)를 내뿜는다.  정씨는“숲 속 공기에 젖어든다는 느낌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내뱉으면 아토피, 스트레스가 싹 가실 것”이라고 말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이 불 때마다 길가의 나무 향이 바람에 슬쩍 묻어난다. 민들레를 닮은 노란 꽃을 가지에 얹은 생강나무 옆에서는 생긋한 생강 냄새를, 고려 시대 전통주 문배술 향이 나‘문배’라 이름 붙여진 문배나무 옆에서는 조·보리가 발효될 때 나는 구수한 향내를 느낄 수 있다. 약초가 가득 핀 풀밭을 지나 여유롭게 길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명성왕후의 시신이 묻혔던 홍릉 터에 도착한다. 잎이 너른 나무들은 풀밭을 둘러싸며 그늘을 만든다. 그늘진 풀밭에는 고목을 잘라 만든 나무의자 40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홍릉 수목원에서 내려오는 길, 보라색 수술 같은 꽃잎을 단 처녀치마꽃, 아기 노루의 귀 모양을 닮은 잎에 흰 털이 난 섬노루귀 꽃들이 눈에 띈다.

주말 오전10시~오전11시30분, 오후2시~오후3시30분에 홍릉 숲을 방문하면 숲 해설가들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해설은 약1시간30분 동안 진행된다.

△구름에 달 가듯 흐르는 불빛을 볼 수 있는 곳, 응봉산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를 맡으며 서울의 야경을 즐기고 싶다면 서울시 성동구 응봉동에 있는 응봉산으로 가보자.

해발 81m인 응봉산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야경이 멋지게 나오는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올해에는 서울시가 뽑은‘서울 봄꽃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바로 이어져 있는 나무 계단과 돌계단을 10분쯤 걸어 오르면 산정상으로 향하는 넓은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30걸음 남짓 걸으면 정상에 닿는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응봉산 정상, 팔각정에 오르면 성수대교, 한남대교, 남산·무역센터 등이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때는 한강 이남의 우면산, 청계산 등이 줄지어 만드는 산등성이도 볼 수 있다.

오후7시쯤이면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산 아래 대로변의 가로등이 켜지고 건물들 창밖으로 불빛이 더욱 밝게 빛난다. 밤의 응봉산 주위는 노란빛으로 가득 찬다.

4월에 접어들어서는 응봉산 아래부터 노란 개나리가 앞다퉈 개화한다. 서울의 밤 경치를 구경하며 봄 향기도 맡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4월 저녁, 봄바람에 취하고 싶다면 응봉산으로 가자. 


* 가는 방법

·홍릉 숲: 이대역(13024)에서 버스 273번 승차 - 국방연구원(06277)에서 하차(약 40분 소요)
(홍릉 숲은 주말에만 모든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하절기인 3월~10월에는 오전10시~오후5시, 동절기인 11월~2월에는 오전10시~오후4시 관람이 가능하다.)

·응봉산: 신촌전철역(14228)에서 버스 110B번 승차 - 응봉동현대아파트(04141)에서 하차(약 40분 소요)



김주량 기자 90konan@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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