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생칼럼

볼펜을 가지러 메일룸에 들렸다. 비품함에 가득한 색색깔 볼펜과 화이트, 폴더, 포스트잇들을 보면서, 미국은 참 풍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에 와서는 이 비품함 덕분에 따로 학용품을 구입한 일이 없다. 학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학원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화장실에는 여성용품마저도 항상 무료로 비치돼있다.

뿐만 아니다. 우리 학과의 경우에는 대학원생의 연구실이 따로 주어지고 이 곳에는 개인책상과 개인컴퓨터 그리고 공용 프린터기가 설치돼 있다. 종이도 무료로 사용한다. 개인용 컴퓨터 하나하나 마다  SPSS라는 통계프로그램이 깔려있다는 점도 놀랍다.

비싼 소프트웨어여서 이화여대에서는 교수님들 마저도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연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학교에 이야기하면 따로 설치해준다. 그야말로 공부하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연필 하나부터 모두 학교가 제공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교내에는 각종 서비스 시설이 넘친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학생기술지원센터, 법적상담을 원하면 학생 법률사무소, 행정에서 학사까지 간략한 정보와 함께 담당부서를 알려주는 원스탑서비스센터, 그리고 지난번에 소개한 캠퍼스 애스코트 서비스까지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항상 관련 서비스센터가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은 무료가 아니다. 등록금 고지서를 보면 수업료 외에도 인터네셔널 학생행정비 102달러, 교내셔틀비 18달러, 풋볼경기장관리비 12.5달러, 학생회비 5.7달러, 학생서비스비 349달러, 교내기술지원비 115달러, 유니버시티비 650달러 등 돈을 내야할 항목이 10개가 넘는다.

위의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모든 학생들이 학기당 1천250달러(약140만원)를 지불하는 것이다. 금액이 적지않다. 그래서 차라리 이런 서비스 없이 등록금을 낮춰야한다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세부항목들은 우리가 지불하는 금액의 용처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얼마전 학교에서 풋볼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기업후원이 있었지만 상당비용은 학교에서 지불했었고 이에 대해 학생들은‘풋볼경기장관리비’항목으로 건설비용일부와 관리비를 보조한다. 왜 이 비용을 학생들에게 청구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 명시적 항목은 저 풋볼경기장을 짓는데 우리가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학부를 졸업할 무렵 ECC 공사가 한창이었다. 학교에서 ECC 건설비용을 등록금 고지서에 청구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ECC를 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주요 사안들을 밝혀준다면 불필요한 학교와 학생회의 싸움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지영씨(일반대학원 언홍영 석사, 10년 졸)는 현재 미국 미네소타 대학(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ication) 석사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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