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예체능계 학생들“서울대 김인혜 교수만의 문제 아니다”

 

제자 상습폭행 및 수업일수 조작, 공연권 강매 등의 의혹을 받은 서울대 김인혜(전 성악과 교수)씨가 2월28일 학교 징계위원회에서 파면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본교 예체능계열 일부 학생들은 교수의 연주회, 공연 표를 수 십장씩 구입하는 일, 고가의 명품을 선물하는 일 등이 본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 예체능계열 A과 졸업생 ㄱ씨는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거의 신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ㄱ씨에 따르면 학생들은 교수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교수가 지시하는 것을 무조건 따른다. ㄱ씨는“일부 학생들은 교수님 운전사 노릇을 하기도 한다”며“물도 에비앙 같은 고급 생수만 마시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A과에 재학 중인 ㄴ씨는 A과 학생들은‘스승의 날이 되면 한 사람당 6~7만원씩 걷어 선물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ㄴ씨에 따르면 학생들은 교수에게 프라다, 구찌 등 명품 신발, 40~50만원이 넘는 차(茶)를 선물하고 강사에게도 고가의 가방을 선물한다. A과의 어느 강사는 임신 축하 선물로 30~40만원을 호가하는 영국제 특정 브랜드의 유아용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ㄴ씨에 따르면 한 학기에 3~4번 정도 열리는 교수의 연주회, 공연의 표를 사는 것은 굳어진 관행이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표 구매를 요구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1~2장씩 구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부 학생들은 10~20장의 표를 구입한다. 10~20장의 표를 구입할 경우 학생들이 지출해야 하는 금액은 50~100만원에 이른다. ㄴ씨는“학생들은 교수님께 잘 보이기 위해 수 십장의 표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생 ㄷ씨에 따르면 A과의 1, 2학년 학생은 특정 교수의 수업만을 듣는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수강 과목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일명‘줄타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줄타기는 특정 교수의 제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 수업을 들었던 교수의 수업이 아닌 다른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은 불이익을 당한다. ㄷ씨는“만약 다른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되면 학점이 낮게 나오거나 교수님께 불려가‘왜 그 수업을 듣느냐’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A과의 졸업생인 ㄱ씨는 다른 교수의 수업을 듣다가 교수의 눈 밖에 났다. 해당 교수의 아래에 있던 강사는 ㄱ씨에게‘만약 계속 다른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 졸업을 못할 수도 있다, 불이익을 당할 텐데 계속 수업을 듣겠느냐’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ㄱ씨는 선배로부터‘이미 눈 밖에 난 교수님의 수업을 들어 C+을 받은 적이 있다’는 얘길 듣고 이후로 해당 교수의 수업 듣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또한 A과의 학생들은 아무 과목이나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졸업할 때가 되면 전공 이수학점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ㄱ씨는“졸업을 앞두고 기존 전공을 계속 하려는 사람은 한 학년당 2~3명 정도”라며“많은 인재가 입학하지만 결국 지쳐서 전공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ㄹ씨가 소속된 예체능계열 B과에도‘줄타기’는 예외가 아니다. ㄹ씨는“말이 제자지, 교수에게 직접 교육받는 경우는 드물다”며“교수님의 수발을 드는 등 개인 일과를 따라다니며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교수 아래 20~30명 이상의 학생들이 있어 학생들은 교수 눈에 띄기 위해 경쟁적으로 잘 보이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ㄹ씨는“‘특정 선생님의 제자’라고 말하면 주변의 대우가 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소위 잘 나가는 교수님의 제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과에 재학 중인 ㅁ씨는 강제적으로 연주회나 공연에 참석해야 하는 점을 지적했다. ㅁ씨에 따르면 한 학기에 40여개의 학부생, 석사, 박사 공연이 교내에서 열리는데 학생들은 적어도 15회 이상 참석해야 한다. 출석을 확인해서 정해진 횟수를 채우지 못한 학생에게는 실기과목의 학점을 낮게 주기 때문이다.

해당 공연을 봐야만 하는 B과의 학생들은 공연일정표가 나오면 최대한 다른 계획에 지장이 없도록 공연관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개강 후 하나의‘일’이다. ㅁ씨는“공연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열리기 때문에 시험기간에 한 두 번은 공연에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간고사 기간에 공연을 봐야 했던 ㅁ씨는 객석에 앉아 무대 조명에 의지해 공부해야 했다. 그는 “시험기간이면 다들 열람실에서 공부하다가 높은 음대까지 올라와 어두운 객석에서 침침한 눈으로 공부하는 풍경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러한 예체능계의 관행이 도제식 교육 시스템으로부터 빚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ㅁ씨는“교수님의 지도는 수업이라는 개념보다 인간적인 교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교수님과 학생 사이가 친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ㄴ씨는“학생들이 교수님께 하는 행동들은 강제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자발적인 것도 아니다”라며“하나의 습관처럼 굳어진 관례”라고 말했다.

일부 교수는 예체능계 교수와 제자 간의 특별한 관계는 양자 모두에게 잘못이 있지만 이는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C대학 예체능계 ㅂ교수는“친구들끼리 교수에게 잘 보이려는 경쟁심 때문에 고가의 선물을 하는 학생도 문제고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교수도 문제”라며“요즘은 교수 평가도 있고 교수도 자기 관리를 잘해야 살아남는 시대이기 때문에 학생과 과거처럼 일방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jh5619@ewhain.net
이채강 기자 lck0728@ewhain.net

* 본 기사에서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취재원을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