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생 칼럼

캠퍼스 에스코트 서비스를 요청했다. 늦은 밤 집에 가려니 텅빈 캠퍼스 주변을 홀로 걷기가 위험하게 느껴졌고, 학교 연구실에서 밤을 새려니 배도 고프고 추웠다. 그래서 말로만 듣던 에스코트 서비스에 전화를 걸었다. 친구들 말로는 해진 뒤 (캠퍼스 주변) 집까지 바래다 주는 학교 프로그램이란다. 당연히 차가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유니폼을 곱게 차려입은 20대 초반의 청년이  나타났다. 집까지는 걸어서 30분. 그 먼 길을 이 시간에 어떻게 걸을거냐고 따져물었다. 순찰차라도 빌려오라고 간청했다. 전화를 몇 통 해보더니 에스코트의 기본 컨셉이 함께 걷는거란다. 버스는 한 시간이 지나야 온다. 어차피 짐은 챙겨나왔고 그냥 걸어보기로 했다.
아직은 겨울이라 추웠다. 자정이 넘은 거리는 한적하다 못해 죽어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에스코터가 멈춰섰다.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불이었기 때문이다. 약간 삐죽이며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그냥 건너자고 했다. “유니폼 입고 규칙을 어기는건 정말 보기 좋지 않아”그가 해맑게 대답했다. 십분쯤 지났을까. 계속 침묵하기도 그래서 얼마나 오래 걸어봤냐고 물었다. 왕복 세 시간 반이란다. 어린 나이에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가라고 했다. 버스비 정도는 내가 줄 수 있다고. 그랬더니“유니폼 입고 버스타는 것 자체가 금지”란다.

처음 젊은 청년이 에스코터라고 나타났을 때, 이 늦은 밤에 에스코터와 함께 걷는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에서 이런 걱정이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예전 구식 핸드폰 크기의 무전기를 갖고 있었는데, 5분정도 마다 자신의 위치를 캠퍼스 안전 서비스센터에 보고했다.

무전기 자체의 GPS 기능 때문에 위치파악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해야한다고 한다. 그의 근무시간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다. 10시 부터 1시까지가 비교적 바쁜 시간이라고 한다. 자꾸 여기저기 걸어다니는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이게 일인데 뭐..”라고 말했다.

캠퍼스 에스코트 서비스는 미네소타 학생이라면 남녀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한번은 학부 1학년생들이 학교 근처에서 갑자기 차가 고장났는데 어떻게 돌아오는 줄을 몰라 에스코트 서비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는 전화로 통화하면서 그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다시 학생들 집까지 바래다 줬다고 한다. 물론 걸어서 가서 걸어서 왔다.

매학기 40만원 정도의 학생 서비스 비가 등록금에 추가돼 나온다. 혼자 돌아가는 에스코터를 보면서 그 돈이 별로 아깝지 않았다.

 


한지영씨(일반대학원 언홍영 석사, 10년 졸)는 현재 미국 미네소타 대학(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ication) 석사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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