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1일 자본주의연구회 전 간부 11명 자택 압수수색, 항의 시위 벌인 류이슬 총학생회장 등 51명 연행돼

경찰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대학 연합 학술동아리‘자본주의연구회’의 본교 지부장을 지낸 제42대 전총학생회장 정윤지(법학·07)씨 등 11명의 자택을 21일(월)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대공분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이던 류이슬 총학생회장, 김지영 부총학생회장 등 학생 51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 자본주의연구회 전 간부 긴급체포하고 압수수색 벌여

경찰은 21일(월) 오전8시쯤부터 정씨 등 본교생 3명을 포함한 11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자본주의연구회 최호현 초대회장 등 3명은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이 날 오전9시20분쯤 정씨의 집을 수색했다. 경찰은 수색 과정에서 연구회 회원들이 작성한 롤링페이퍼와 연구회에서 진행한 세미나 연구자료 및 출석부 등 약20장의 문서와 일기장을 압수했다.

정씨는“약500쪽 분량의 수색영장에 2009년까지의 연구회 활동이 적혀있었고 연구회가 국가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고 쓰여있었다”고 말했다.

류 총학생회장과 김지영 부총학생회장 등 51명의 학생들은 21일(월) 오후4시 경찰청 대공분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고 체포된 3명에 대해 면담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들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모두 연행했다.

김 부총학생회장은“학생들이 모여 정부와 경찰의 행동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학생대표 1~2명은 담당 형사에게 면회 요청을 했다”며“담당 형사와 학생 대표가 얘기를 풀어나가던 중 다른 경찰 무리가 순식간에 학생들을 연행했다”고 말했다.

연행된 학생들은 조사과정에서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일부는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51명 중 추가 조사 사항이 있는 1명을 제외한 50명은 22일(화) 오후10시쯤 석방됐다. 체포된 3명 중 최 초대회장을 제외한 2명은 23일(수) 오전5시30분쯤 풀려났다.

경찰은 23일(수) 2008년 1월 열린 대안경제캠프에서 이적성(적을 이롭게 하는 성질)이 뚜렷한 행동강령을 채택하는 등 국가보안법 제7조를 위반한 혐의로 최 초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한국일보>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연구회 홈페이지의 글 등을 통해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한 혐의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연구회 김보아 회장은“경찰이 문제 삼은 부분은 2008년 열린 민주노동연구소 박승호 소장의 강연”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경찰은 자본주의연구회가 당시 강연 주제였던‘연대사회 건설 12강령’을 연구회의 강령으로 채택했고 이것이 이적성을 띄고 있다고 주장했다”며“강령 내용은 공개돼 있고 민주노동연구소는 합법적인 연구단체인데 왜 이를 문제 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본주의연구회는 자본주의 분석·비판을 통해 한국사회의 대안 경제를 연구하고자 2007년 창립됐으며 현재 1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정기 세미나, 대안경제캠프, 대안포럼 등을 개최해왔다. 지금까지 약500명의 명사가 대안경제캠프와 대안포럼에서 강연을 했으며 수료생은 약6천명 정도다.

△총학, 동연 선본 등 10개 단체“정치적 탄압”… 학생들 “좀 더 기다려 봐야”

총학생회(총학)와 동아리연합회(동연) 대표 등 9개 단체는 이번 경찰 수사에 대해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은 23일(수) 총학 홈페이지(club.cyworld.com/differewha)에‘3/21 홍제동 대공분실 앞 학생대표자 연행과 관련하여 이화인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자본주의연구회를 거짓 근거로 탄압하는 것은 현 체제를 비판하거나 대안을 공부하는 어떤 활동이든 탄압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동연 등 9개 단체는 22일(화) 정문 게시판 등 학내 5곳에 게시한 대자보에서“학생들이 자치 활동을 하고 정치 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압수수색, 연행을 한 정권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이명박 정권은 대학생들의 정치사상, 활동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경찰의 자본주의연구회 수사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소연(언론·09)씨는“사건의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언론에서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경찰이 권력을 남용한 것 같아 우려된다”며“경찰이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연구회가 어떤 이적 행위를 했다는 것인지, 그 행위가 다른 사람들도 인정할 만한 것인지 빨리 확인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ㄱ(사회·10)씨는“이번 수사를 단순한 진보활동 탄압으로 모는 것은 섣부른 것 같다”며“구속된 최 초대대표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주연 기자 yksbj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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