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선율로 분쟁지역에 희망 심고 돌아오다
첼로 선율로 분쟁지역에 희망 심고 돌아오다
  • 이채린 기자
  • 승인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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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일환 교수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위치한 장애인 복지 기관의 한 강당, 히잡을 두른 여인들이 객석에  군데군데 앉아있다. 정적을 깨고 국악과 클래식을 접목한 퓨전곡인‘아리랑 판타지(Arirang Fantasy)’가 울려 퍼진다. 관객들은 배일환(관현악과) 교수의 아름다운 첼로 소리에 몰입한다. 약10분간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끝나자,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낯선 곡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이스라엘인들은 눈물을 훔치며“앙코르! 앙코르!”를 연발한다. 

1일(화)~5일(토) 이스라엘 예루살렘 장애인 복지 기관인‘벳 할로쳄(Beit Halochem)’과 팔레스타인 라말라에 위치한‘프렌즈 보이즈 스쿨(Friends’Boys’ School)’등에서‘뷰티풀 하모니 콘서트 포 러브 엔 피스(Beautiful Harmony Concert for Love and Peace)’가 열렸다. 이번 공연은 배 교수가 총괄이사로 있는‘뷰티풀 마인드’가 국제 사회의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기 위해 꾸민 73번째 해외 자선공연이었다.

‘뷰티풀 마인드’를 설립한 지 6년 째 해외 자선공연에 동참하고 있는 배 교수를 16일(수)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배 교수와‘뷰티풀 마인드’의 인연은 그가 미국 스탠포드대 방문교수로 재직하던 2006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그 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선음악회인‘뷰티풀 갈라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에서 배 교수는 국내 정신지체 장애우들로 구성된‘온누리 사랑 챔버’, 시각장애우 피아니스트 김예지씨와 함께 연주했다.

“음악을 듣고 감동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며 음악은 세계 공통어라는 생각을 했죠. 자선공연이 활발하게 열리면 돈이 아닌 음악으로 봉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열린 이번 공연 역시 소외계층을 위한 자선공연이었다. 공연은 우리나라 음악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두 국가의 노래로 꾸며져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배 교수와 곽은아(한국음악과)교수 등은 클래식과 국악적인 요소를 가미해 편곡한 이스라엘 곡‘툼바라라이카(Tumbalalaika)’와 팔레스타인 곡‘야그하이엘(Yaghaiel)’,‘야마 므왈엘 하와(Yamma Mwalel hawa)’를 연주했다. 혁명적인 느낌이 강한 팔레스타인 두 곡은 이스라엘에 자극이 될 것을 걱정해 평화와 화합을 강조하는 곡으로 편곡했다.

배 교수는 올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다른 때보다 더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정부 측이‘뷰티풀 콘서트’가 양 국가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들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정부에 우리 공연이 오직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콘서트임을 알리는 자료들을 보냈어요. 오랜 설득 끝에 해당 정부는 입국을 허락해줬죠.”

배 교수는 2월 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대사관에서 지체장애가 있지만 성악을 할 수 있는 이스라엘 학생 1명, 아랍 전통악기 연주가 가능한 팔레스타인 시각장애 학생 2명 등을 추천받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번 자선콘서트에는 시각장애 클라리넷티스트 이상재씨, 뇌성마비 피아니스트 김경민씨도 참여했다.

인종을 넘어 장애·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하는 공연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아름다워요. 실수투성이 공연일지라도 듣는 이들에게 진심과 사랑을 전해줄 수 있었기에 매우 뜻깊었죠.” 

배 교수는 이번 콘서트가‘평화와 화합’이라는 공연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말했다.“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이스라엘 국영 방송국과 팔레스타인 정부 방송국에서‘뷰티풀 콘서트’를 취재했어요. 긴장 관계에 있는 두 나라 방송국이 한 곳을 동시에 취재하는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죠.” 

그는 6년간 한결같이 자선공연을 할 수 있었던 힘으로‘사랑을 주러 가면 몇 배로 받고 돌아 온다’는 그의 신념을 꼽았다.

“제 음악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봉사를 향한 제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힘차집니다. 봉사를 통해 제가 기운을 잃을 틈이 없죠.”

중후한 소리와 인간의 몸과 같은 형상을 지닌 첼로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공연을 하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했다는 배일환 교수. 첼로 선율 하나에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의 인생에 따뜻한 첼로소리가 계속해서 울리길 기대해본다.    

이채린 기자 chearin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