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에서 중국의 산해진미를 맛보다



 <편집자주> 본교 외국인 학생 수는 2008년~2010년 매해 약10%씩 증가했다. 대학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작년 본교의 외국인 학생 수(학부 및 대학원 재학생, 어학연수생, 교환학생, 방문학생, 기타연수생)는 2천776명이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외국인 학생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찾는 장소, ‘서울 속 내 고향’을 소개하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한국 생활 5년 차 베테랑 중국 유학생 유운추씨

유운추(심리·09)씨
중국 칭따오 출신인 유운추(심리·09)씨는 2007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의 한국행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중국 대입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재수를 고민하던 그에게 부모님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으로 유학 갈 것을 권했다. 산둥반도에 위치한 칭따오는 한국과 비행기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그는 2개월 간 한국어를 공부한 뒤 2007년 한국에 들어와 경북대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 대입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2009년 재·외국인 전형을 통해 본교 심리학과에 입학했다.

그가 본교를 지원하게 된 것은 대학 탐방을 하며 보게 된 아기자기한 캠퍼스 때문이다.

"서울대, 중앙대, 연세대 등 유명 대학을 다 둘러봤는데 이화여대 캠퍼스가 가장 예뻤어요.”

유학 생활 5년의 베테랑 유학생인 그는 한국에서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분식집에서 떡볶이 만들기, 중국어 과외하기, 한식집에서 서빙하기 등 그는 학기 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쪼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국 사람들의 삶 속에 뛰어들어보고 싶었어요. 아르바이트를 통해 한국문화를 직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심리학 학사 과정을 졸업한 후 한국에서 심리학 석사과정도 수료할 계획이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남은 기간 동안 여행도 다니고, 친구도 많이 사귀면서 한국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싶어요.”

최은진 기자 perfectoe1@ewhain.net

 

유운추(심리·09)씨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그가 즐겨먹는 한국 음식 역시 김치, 떡볶이, 비빔밥과 같은 음식이다. 하지만 고춧가루로 맛을 낸 한국 음식의 매운 맛은 먹고 난 뒷입맛이 허전하다. 입 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중화요리의‘마라(麻辣)’맛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의 허전한 뒷입맛을 채워줄 수 있는 음식은 영등포구 대림2동에 위치한 중앙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림 중앙시장 상권의 70% 이상은 음식점으로, 화교 및 중국동포들이 음식점 및 식료품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동포들이 모였기에 이곳에 오면 북경, 쓰촨성, 상해 등 중국 현지의 다양한 맛들을 맛볼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대림역 12번 출구와 이어지는 이곳은 방문객에게 중국의 시골마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좌판을 벌이고 있는 상인들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길가에는 한자로 씌어진 간판들이 즐비하다.

매대에 만토우와 전병이 진열돼 있다.

대림 2동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작년 기준 8천167명으로, 주민의 80%가 중국동포 및 화교다. 이곳에 중국인이 많이 모이게 된 것은 2000년대부터다. 한·중 관계가 완화되면서 한국으로 귀국을 택한 동포들이 이곳으로 몰린 것이다.

대림2동 구자설 동장은“시내 순환선인 2호선과 가깝고 집값이 싼 것이 중국동포들이 이곳에 자리잡은 이유”라며“조선족이 주로 거주하던 가리봉동이 3년 전부터 재개발되기 시작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유운추씨가 찾는‘마라’맛은 쓰촨성 지방 '사천요리' 의 특색이다. 내륙 분지인 쓰촨성은 여름에 기후가 더워 음식이 쉽게 부패한다. 때문에 이 지역에선 음식의 부패를 막기 위해 유채기름 외 팔각, 향채, 산초(화자오) 등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한다.

“치과에서 마취 한 것처럼 입안 전체를 마비시키는 사천 음식을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

유운추씨가 이곳에서 즐겨 먹는 사천요리는‘충칭 훠궈’다. 훠궈는 신선로나 샤브샤브처럼 뜨거운 육수에 고기를 익혀 건져 먹는 것으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세숫대야만한 냄비에 칸막이가 쳐져 매운 육수인 홍탕과 맵지 않은 육수인 백탕이 함께 제공된다. 양고기와 각종 야채, 버섯, 두부, 감자, 국수 등을 취향에 따라 홍탕 혹은 백탕에 넣어 익힌 뒤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홍탕 속에 쏘는 향신료 '화자오'가 입안을 얼얼하게 만든다.

“충칭 훠궈는‘원앙 훠궈’라고도 불려요. 백탕과 홍탕이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죠. 중국인들은 훠궈를 먹으면서 행운이나 길상 등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해요.”

중앙시장에는 다양한 지방에서 온 중국인들이 많아 사천요리 외에도 얇게 썬 돼지고기와 샹차이 등의 야채를 넣고 볶은 동북의 향라육슬, 북경식 탕수육인 꿔바로우 등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식료품점에 가면 오향분, 진피, 향채와 같은 중국 향신료들이 가득하다. 모두 한국 식료품점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향신료들이다.

“중국의 경우 바다와 격리돼 기온 차가 큰 내륙 지방의 면적이 넓어요. 때문에 예로부터  음식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향신료들을 많이 쓰는 식문화가 발달했죠.”

이곳 식료품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중국 파슬리라고 불리는‘향채(香菜)’다. 향채는 냄새가 매우 강해 그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역하게 느낄 수 있다.

유씨는“향채는 중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향신료로, 둥근 씨를 향신료로 사용하거나 어린잎을 먹는다”며“특히 육류를 먹을 때 곁들이면 고기의 누린내를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고유의 먹거리들은 길거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빵가게 앞에는 얼굴크기 만한 원형과 삼각형 모양의 만두들이 진열돼있다. 중국에는 만두의 종류만 해도 크기와 재료 등에 따라 십여 가지가 넘는다. 그 중 만토우(饅頭)는 한국 만두와 달리 소가 들어있지 않다.

“만토우는 중국 만두 중 하나예요. 한국에 널리 알려진 교자만두와는 달리 만두 속에 소가 들어있지 않아요. 중국인들은 매일 만들어내는 밑반찬과 함께 밥 대신 이 만두를 뜯어먹죠.” 

이밖에 커다란 빈대떡과 간장과 식초에 껍질째 조린 계란, 땅콩이 가득 들어간 전병 역시 길거리 장터의 인기 메뉴다.

중앙시장에는 음식점이나 식료품점 외에도 중국동포 직업소개소, 한·중 번역업소, 부동산, 여행사 등 다양한 상점들이 분포돼있다. 이곳에서 중국동포들은 친교 및 정보교류 활동을 한다. 주로 중국동포들이 찾는 편이지만 본토 중국인들 역시 고향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곳을 자주 찾는다.

유운추씨는“이곳에 오면 중국 각 지방의 음식을 다 맛볼 수 있다”며“중국의 음식을 통해 중국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대림 중앙시장 한복판에는 한자가 씌어진 간판들이 즐비하다.

최은진 기자 perfectoe1@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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