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금) 오후2시46분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일본 열도를 흔들었다. 역사상 4번째 규모의 강진으로 기록된 이번 지진으로 일본 현지에 있는 이화인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일본에 가족을 둔 이화인은 가족과 연락이 닿기까지 애타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두 발로 서있기 힘들 정도의 강진 속 이화인들

일본 현지에 있는 이화인들은 11일(금) 난생 처음 겪는 강진으로 공포를 실감했다.

일본 도쿄 치바현의 한 기상회사에서 근무했던 본교 재학생 ㄱ씨는 회사에서 지진을 경험했다. 11일(금) 오후2시45분쯤 점심을 먹던 ㄱ씨는 진동을 느꼈다. 평소라면 지진이 잦아들 시간이었지만, 5분이 지나도 지진은 멈추지 않았다. 지진이 계속되자 ㄱ씨와 회사 동료들은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건물 밖은 지반이 갈라지면서 지하수가 솟구쳤고, 두 발로 서있기 힘들 정도로 땅이 흔들렸다. 집에 돌아오니 책장이 넘어져 있었고 냉장고 안은 엎어진 음식물로 엉망이었다. ㄱ씨는“지진이 잦은 일본에 살면서 어느 정도의 지진에는 단련됐지만 이번 지진은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ㄱ씨는 13일(일) 저녁 귀국했다.

박미령(경영·08년 졸)씨는 도쿄 롯본기에 위치한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지진을 겪었다. 그가 근무하던 50층짜리 건물은 빙빙 도는 것처럼 흔들렸다. 박씨는 24층 사무실에서 30~40분가량 걸려 건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교통은 마비됐고 박씨는 회사에서 7.9km 떨어진 집까지 걸어와야 했다. 박씨는“오후4시쯤 회사에서 나갔는데 집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었다”며“도쿄 곳곳에 퇴근하는 난민을 위한 피해처(대피소)가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년 2학기 교환학생으로 아키타 국제교양대학에 파견된 권채린(심리·09)씨는 지진 발생 당시 도서관에 있었다.‘금방 멈추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지진은 계속됐다. 권씨는“이렇게 강한 지진은 처음이었다”며“지진이 평소보다 오래 지속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내 도서관 밖으로 빠져나왔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통은 마비돼 있었다. 도시 전체가 정전됐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한 11일(금) 하루 동안 그는 촛불에 의지해 생활했다. 난방기가 작동하지 않아 실내에서도 외투를 벗을 수 없었다. 도쿄, 칸사이 등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는 불통이었다. 지진으로 개강은 2주가량 연기됐다.

한국에 있는 권씨의 부모는 매일 전화해 귀국을 권유하지만 권씨는 계속 일본에 있을 예정이다. 권씨는“일본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며“일본에 있는 친구들을 두고 혼자 한국에 가기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부모님, 아들, 쌍둥이가 일본에… 가족 걱정에 마음 졸인 이화인

일본에 가족을 둔 이화인은 지진 소식을 듣고 가족 걱정에 속을 끓였다.

작년 8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오노데라 요코(Onodera Yoko, 아키타 국제대학 국제학과·4학년)씨는 쓰나미(지진 해일)로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 출신이다. 11일(금) 오후3시 지진 발생 소식을 들은 직후 일본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를 한 그는 가족 모두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노데라씨는 그 날 이후 3~4일 간 가족들과 전화 연결이 안 돼 마음을 졸였다. 쓰나미가 마을을 덮쳐 전기가 끊겼기 때문이다. 오노데라씨는“지금은 부모님, 언니, 조카 2명 모두 무사히 친척집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한시름 놓았다”며“하지만 쓰나미로 폐쇄된 센다이 공항이 언제 복구될지 몰라 귀국할 일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노데라씨는 예정대로 7월에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오노데라씨는“일본에 돌아간다 해도 마을이 파손돼 집에 갈 수 없어 한국에서 학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화인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데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서비스가 주효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천지영(일반사회전공 석사과정)씨는 일본 도쿄에서 유학 중인 쌍둥이 언니와 카카오톡(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연락할 수 있었다.

 천씨는“뉴스를 통해 여느 때와 달리 지진 피해가 심각한 것을 알고나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씨는 이어“지진 발생 후 통화량이 폭증해 언니와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초조했다”며“언니가 카카오톡으로 연락해 안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천씨의 쌍둥이 언니는 1년 간 휴학을 결정하고 17일(목) 귀국했다. 천씨는“원전 폭발로 도쿄의 방사능 수치가 높아져 부모님께서 귀국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일본에 계신 부모님과 한 동안 통화가 안 돼 애를 태웠던 김윤진(방송영상·10)씨 역시 카카오톡을 이용해 부모님과 연락했다. 김씨는“카카오톡으로 부모님과 연락은 계속 닿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며“토요일 오전 전화로 부모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부모님께서 한국으로 오셨으면 좋겠지만 직장과 집이 모두 일본에 있어 떠나시길 꺼리신다”며“아직도 여진이 계속돼 부모님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jh5619@ewhain.net
변주연 기자 yksbj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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