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휘 무용단 창단 15주년 기념 공연‘하늘의 미소’19~20일‘LG아트센터’무대에 올라

  
“다시! 호흡은 끝까지 쭉 올려야지. 내가 정말 밤하늘의 별을 본다 생각하고!”

김명숙(무용과) 교수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검은 장막이 드리워진 체육대학(체대) 홀Ⅰ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2시간30분 동안 이어온 연습. 입가에 옅은 미소. 눈은  별을 보듯 홀 위쪽을 바라보고 있다.  12명의 무용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다시 가다듬는 호흡.

본교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늘휘 무용단 창단 15주년 기념 공연‘하늘의 미소’가 19일(토)~20일(일) 공연된다. 이 공연은 무대 배경에 3D 입체 영상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영상 제작에는 최유미(영상디자인학부) 교수와 3명의 본교 영상디자인 전공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8일(화)~9일(수) 공연 준비에 한창인 늘휘 무용단원과 영상디자인 전공 대학원생들을 만나봤다.

주말 없이 하루 5~6시간 이어지는 공연 연습…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9일(수) 오후8시 공연을 열흘 앞두고 채수정(무용·07)씨 등 늘휘 무용단원 12명은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 날 연습은 오후6시~11시 5시간 동안 진행됐다.

늘휘 무용단 창단 15주년 기념 공연 하늘의 미소는‘별은 곧 사람이고 사람은 곧 별이다’라는 메시지가 주제며‘별들의 강’,‘하늘의 나침반’,‘마음연못’,‘달은 별을 낳고’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별들의 강’은 무용수가 별을 바라보는 모습을 꿈꾸듯 표현했다. 파도소리와 함께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흘렀다. 하늘에는 3D 영상으로 제작된 눈썹 같은 초사흘 달과 별이 가득하다. 12명의 무용수는 저마다 턱을 괴거나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또는 눕거나 무릎을 꿇고 한 손을 뻗어 별을 갈망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몽환적인 피아노 소리에 점점 리듬감이 생기더니 한명, 한명 일어서기 시작한다. 무용수들은 서로 다른 춤을 추는 듯하더니, 이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동시에 양 손을 하늘을 향해 뻗어 올렸다 내리는 군무를 췄다. 별이 은하수를 이루듯이 무용수들이 따로, 또 같이 움직인다. 사람과 별의 경계가 흐려진다.

피아노 멜로디에 하프의 선율이 더해지며‘하늘의 나침반’시작을 알렸다. 박경은(무용실기 전공 박사과정)씨 등 7명의 무용수가 홀 오른편에 모여 있다 힘차게 흩어졌다. 반주에 맞춰 한명, 한명이 다시 7개의 별이 됐다. 별자리 모양대로 대형을 맞춰 춤을 추자 무대 위에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천칭자리 등 7가지 별자리가 만들어졌다가 또 사라졌다. 진지한 표정으로 공연을 바라보던 김 교수는 빈 A4용지에 연신 수정해야할 동작들을 적어 나갔다.

“더 공간을 크게 잡아. 입체적으로 서야지! 게자리 다시 서봐.”

이어 배진일(교육대학원 석사 2005년 졸)씨 등 3명의 솔로 무대로 구성된 제3장이 펼쳐졌다. 낮은 피리소리가 흐르는 가운데 바닥에 앉은 세 명의 무용수는 조명을 내리쫴 만든 연못을 바라본다.

김 교수는“구름 낀 하늘의 별이 연못에 비치지 않듯이 흐려진 마음에는 별빛이 비치지 않는다”며“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별의 모습을 통해 삶의 고난과 역경을 표현한 것”이라 말했다.

3장에 참여하지 않는 단원들은 홀 구석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무릎에 착용한 아대를 연신 끌어올리기도 했다. 시리얼바를 먹는 단원들도 있었다.

최시원(무용실기 석사과정)씨는“많은 사람들이 공연 전에 식이조절을 하는 줄 아는데 연습량이 너무 많아 살이 자연스럽게 빠진다”며“쉬는 시간에 틈틈이 간식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한다”고 말했다. 여길랑(무용실기 석사과정)씨도“따로 몸매 관리는 하지 않았는데도 공연준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얼굴 살이 빠졌다”고 거들었다.

금속막대를 두드려 만들어내는 맑은 멜로디가 흐르자 제4장이 시작됐다. 마지막 장,‘달은 별을 낳고’는 보름달이 품고 있던 별을 쏟아내며 그믐달이 되는 과정을 역동적인 몸짓으로 표현했다. 앞 사람 등을 바라보며 둥글게 앉아 뒷사람의 무릎에 기대 서서히 누웠다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한다.

달이 이지러졌다 차오르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음악에 속도가 붙자 단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종종 걸음으로 강강술래를 하듯 둥글게 모였다가 하나 둘 무리를 이탈해 달이 낳은 별의 모습을 표현했다.

북, 거문고, 가야금 등 국악기와 피아노, 하프, 첼로, 바이올린 등 서양악기의 소리가 어우러지며 극이 절정에 다다르자 김 교수의 눈빛도 더욱 날카로워 진다.

“시선은 손 끝 따라. 더, 더!”

음악이 멈추자 그믐달 대형으로 선 단원들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어느새 체대 홀Ⅰ에는 별들만 남았다.

공연을 앞두고 단원들은 12월부터 약4달간 주말도 없이 하루 5~6시간 동안 연습에 매달렸다. 12월에는 기본 동작 특강을 받고 1월부터 본격적으로 곡에 맞춰 안무를 익혔다. 최시원씨는“방학 내내 연습하느라 개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며“얼른 공연을 잘 마무리하고 집에서 편안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참가자 중 유일한 학부생인 채수정씨는“공연이 처음이라 다른 단원들의 감정 몰입도를 따라 잡는데 어려움을 느꼈다”며“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자극을 받아 내면 표현이 성숙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길랑씨는“다양한 예술분야와 협업을 한 이번 작품은 한 작품 안에서 여러 가지 예술 분야를 만날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무용이론 전공 석사과정)씨는“관객들이 영화 한 편을 보듯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텔레비전이 흔하지 않던 시절, 밤하늘에 뜬 별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기억을 되살려 작품을 기획했다”며“관객들이 어느 시골 마을에서 별을 바라보듯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을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3D 영상으로 환상적 분위기 더해

이번 공연은 무대 배경에 3D 입체영상을 도입한다. 3D 입체영상이라고 해서 특수 안경을 쓰고 보는 것은 아니다. 4개의 빔프로젝터(영상을 확대하여 스크린에 비추어 주는 기기)와 여러 겹의 스크린을 배경막, 무대 좌우, 바닥 등에 설치해 무대에 공간감을 키우는 것이다.

입체영상은 밤하늘에 뜬 별과 달을 사실감 있게 표현한다. 제1장에서는 배경막에 초사흘 달과 반짝이는 별을 비추는 영상이 상영된다. 무용수들이 7가지 별자리를 표현하는 2장에서는 무용수들이 상징하는 별자리들이 배경에 함께 나타난다. 3장과 4장 사이에는 달에 구름이 드리우는 과정이 입체영상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입체영상의 활약은 마지막 4장에서 두드러졌다. 보름달에서 별이 쏟아져 나오고 이 별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모습이 모든 스크린에 영사돼 관객석에도 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영상 제작에는 최유미 교수와 남혜원(영상디자인 전공 석사과정)씨 등 3명의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김 교수는“무대 배경의 별과 달을 좀 더 사실 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최 교수에게 3D 영상제작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영상 제작을 지도한 최 교수는“영상과 조명, 무용이 조화를 이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씨는“완성된 음악과 안무을 보고 영상을 제작한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음악·안무가 수정될 때마다 영상을 고치느라 힘들었다”며“1월말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영상을 만들기 시작해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끊임없이 영상을 바뀐 음악과 안무에 맞춰 수정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19일(토) 오후7시, 20일(금) 오후5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며 입장료는 좌석에 따라 3만원~5만원이다.

변주연 기자 yksbj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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